EZ EZViwe

朴-文, 마지막 TV토론서 정면충돌…신경전 최고조

이정희 빠지자 달라진 두 사람…반론·재반론 기싸움 '팽팽'

이보배 기자 기자  2012.12.17 11:31:50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16일 저녁 마지막으로 열린 TV토론에서 정면충돌했다.

앞서 16일 오후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후보의 갑작스런 사퇴로 두 후보만 맞붙게 되면서 신경전은 최고조에 달했다. 이번 대선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열린 유력후보 2인의 양자토론이기에 쏠리는 관심도 대단했다. 법정 대선후보 TV토론이 도입된 1997년 이후 양자토론이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토론은 한 차례의 질문과 답변으로만 진행됐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주제별로 공통질문, 상호토론을 거쳐 자유토론으로 이어졌고, 두 후보는 반박, 재반박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집요하게 공격했다.

저출산·고령화·교육제도·범죄예방 및 사회 안전 대책, 과학기술 방안 등이 다뤄진 이날 토론에서 두 후보는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설전을 벌였고, 특히 국민생활과 직결된 복지·교육 문제 등을 논할 때는 상대 후보의 주장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토론 시작과 함께 사회자가 덕담을 부탁하자 서로 덕담을 나누는 등 부드럽게 출발했지만 두 후보는 토론 첫 주제인 저출산·고령화 대책 토론부터 맞부딪혔다.

◆이번이 마지막, 사활 건 두 후보

먼저 문 후보는 "참여정부 당시 노령화 및 미래사회 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법을 제정했는데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며 박 후보를 포함한 새누리당 의원들이 저출산·고령화 사회 위원회 폐지 법안을 제출했다"고 공격했다.

   
"이번이 마지막, 한번 붙어보자" 박근혜-문재인 대선후보가 16일 마지막 TV토론에서 격돌,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이정희 전 후보의 사퇴로 두 후보만 토론에 임하게 되면서 두 후보는 반박, 재반박을 통해 자신의 정책 알리기에 최선을 다했다.

이에 박 후보는 "법이 꼭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답한 뒤, 문 후보의 아동수당 공약 등 복지 재원 조달방안을 물으며 반격에 나섰다.

박 후보는 "재정 형편이 가능하면 누가 반대하겠느냐"면서 "지금 당장 편하자고 후대에 빚을 넘기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문 후보는 "아동수당 공약의 경우 무상보육을 완성한 뒤 장기적으로 추진할 과제"라면서 "저의 모든 정책공약을 최종 정리해 내놨다. 최종 공약집에 근거해 말해 달라"고 반박했다.

토론 주제가 교육정책으로 이어지자 두 후보의 설전은 더욱 치열해졌다.

박 후보는 "문 후보는 특목고,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시키겠다고 했다"면서 "특목고, 자사고를 강제로 폐지하면 교육 정책의 혼선이나 이해 당사자들이 받는 직접적인 불이익, 다양한 교육 수요를 충족시키는 문제 등 사회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문 후보는 "기술고나 과학고는 그대로 존속해야 하지만 외국어고는 입시명문처럼 운영되면서 고교서열화의 이유가 되고 있다"면서 "이런 외고 등에 대해서는 설립 취지대로 운영하도록 유도하고 이행되지 않을 경우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론했다.

반값 대학등록금과 관련해서도 두 사람은 이견을 보였다. 박 후보는 "모든 학생들에게 똑같이 반값등록금을 하겠다는 것은 포퓰리즘"이라면서 소득분위별로 더 어려운 학생이 덜 부담하게 하는 식으로 차등을 두는 것이 제대로 돕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문 후보는 "고소득자와 저소득자의 격차는 과세에서 두는 것이지 복지에서 두는 것이 아니다"면서 "박 후보의 반값 등록금은 대학 등록금 인상 억제 장치가 없고, 대학의 등록금 인하 노력도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학등록금․국정원 여직원 댓글 의혹 격돌

이어 박 후보는 참여정부 때 대학등록금이 폭등했다는 점을 공격했고, 문 후보는 새누리당 정권이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는데 실패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문 후보가 박 후보를 향해 "이명박 정부 때 왜 반값등록금 안했느냐"고 묻자, 박 후보는 "제가 대통령이 됐으면 (반값 등록금) 진작 했어요. 대통령 되면 할 거에요"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토론이 이어지면서 두 후보는 중간 중간 "잠깐만요" "그게 아니다"면서 상대방의 말을 끊는가 하면 한숨을 쉬는 등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 노력했다.

언성이 높아지자 사회자가 두 후보를 진정시키기도 했지만 범죄예방 관련 자유토론이 시작되자 두 후보 간 난타전은 다시 불 붙었다. 이른바 '국가정보원 여직원 댓글 알바 의혹' 문제에서다.

박 후보는 "문 후보는 스스로 인권변호사라고 했다"면서 "하지만 이번에 국정원 여직원 사태에서 발생한 여성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한마디 말도 없고 사과도 하지 않았다"고 공격했다.

이어 "실제로 그 여직원이 댓글을 달았느냐. 증거도 없다고 나왔는데 집주소를 알아내기 위해 고의로 성폭행 범이나 쓰는 수법으로 차를 받아서…"라며 거친 표현을 쓰기도 했다.

이와 관련 문 후보는 "이 사건은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으로 국정원 여직원은 경찰이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했는데도 이에 응하지 않았다"면서 "지금 수사 진행 중인데 아무 증거가 없다고 하면 수사에 개입하는 것"이라고 응대했다.

문 후보는 또 "오히려 새누리당 관계자가 운영한 불법선거사무실에서 온라인 여론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이 사건을 덮기 위해 그러는 것 아니냐"고 반격했다.

이에 박 후보는 "그 부분은 수사하고 있으니 수사결과가 나올 것"이라면서 "당에서도 수사에 협조할 일이 있으면 적극 협조해 확실히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토론이 막바지에 이르자 두 후보는 여유를 찾은 듯 보였고, 과학기술 발전을 주제로 한 토론에서는 상대적으로 이견이 적었다. 이로 인해 두 후보는 상대 후보에 대한 공격보다는 자신의 정책비전을 상세히 설명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부드러우면서도 강하게…평가는?

이 전 후보의 사퇴로 마지막 TV토론에서는 두 후보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박 후보는 '준비된 여성대통령'이라는 점을 부각하는데 주력했다는 평가다.

이날 토론의 주제가 저출산·고령화 대책, 범죄예방과 사회 안전, 교육제도 개선 등 여성 유권자들의 관심 분야였던 점도 한 몫 했다.

박 후보 측 조윤선 대변인은 토론 직후 "3차 토론 주제가 유권자들의 피부에 와닿는 민생문제이자 박 후보가 늘 강조해왔던 분야인 만큼 문 후보와 뚜렷한 차별점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실천 가능한 임산부 보호 대책, 육아 관련 공약 등을 통해 여성 유권자들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았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또 과학기술 발전 방안은 박 후보가 자신감을 갖는 분야로, 정치인 중 드물게 이공계 출신인 박 후보는 오래 전부터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경제성장을 중시해 왔다.

때문에 이날 과학기술 발전 분야 토론이 시작되자 박 후보는 더욱 활기 있게 자신의 공약 설명에 주력해 눈길을 끌었다.

반면, 문 후보는 이날 토론에서 '새누리당 정권의 무능과 부패' 등을 지적하며 정책 차별화에 나섰다. 특히 이 전 후보의 사퇴로 박 후보와 양자토론이 이뤄지자 이전보다 더욱 공세적으로 토론에 임했다.

토론 직후 문 후보 측 박광온 대변인은 "문 후보가 명쾌한 국정철학과 실천적 국정운영 능력을 자신감 있게 보여준 토론이었다"면서 "국민들이 주저 없이 문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택해도 좋다는 확신을 갖게 한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날 주제였던 교육환경과 사회안전, 과학기술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 걸쳐 정확한 문제인식과 분명한 정책대안을 제시함으로써 누가 봐도 대통령을 가장 잘 할 후보라는 점을 보여줬다는 설명이다.

특히 박 대변인은 "문 후보는 상대후보 공약과 문제점, 소요재원까지 정확하게 파악해서 국정현안에 대한 인식의 깊이에서 상대후보와 분명한 차별성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