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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톡] CP보다 회사채 활성화, 단기자금 폐단 해소될까

2003년 교훈 못살린 채 묵은 숙제 되풀이 대책3종세트 눈길

임혜현 기자 기자  2012.12.14 17:3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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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회사채 활성화와 관련해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어음(CP)의 폐단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회사채를 활성화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힐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2003년 카드 대란과 SK글로벌 사태에서 얻은 단기자금 위주의 병폐 해소가 일단 그 구상을 완결하는 계기가 될지 의미를 부여하는 시각도 있다.

금융 당국에서 주채권은행에 경영 판단에 대한 모니터링 권한을 많이 주는 방안과 비우량 회사채 투자수요 확대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 내용만 잘 활용해도 오래 전부터 언급돼 온 CP 관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14일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우량기업은 여전히 회사채 발행을 할 수 있지만 중급 이하는 어려움을 겪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회사채 시장 자체도 제 역할을 못하는 상황"이라고 우려하고 "회사채 발행의 어려움이 사업부진 때문인지 아니면 시장경색 탓인지 보고 있는데 양쪽 모두의 영향일 가능성이 크다"고 해석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앞으로 업종 전반에서 자금순환의 어려움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을 깔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향후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이른 시일 내에 구체적인 회사채 시장 활성화 방안을 발표키로 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도 7일 "기관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 탓에 회사채 수요 시장이 더욱 위축됐다"면서 "프라이머리 CBO(P-CBO)시장을 원활히 하고 비우량채 투자 대상의 고수익 고위험 하이일드채권시장 활성화 방안 등을 금융위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덧붙여, 은행을 통한 CP와 회사채 과다 발행 스크린도 가미되는 바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채권은행에 기업의 재무상태와 투자현황, 지배구조까지 파악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현재 회사채와 CP 발행이 많은 경우 최다여신은행을 주채권 은행으로 선정하는 등 추후 금융사들과 협의를 거쳐 최종 확정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채보다 CP가 문제…CP 발행량 크게 늘어

이렇게 보면(특히 은행을 통해 회사채 및 CP 발행량이 많은 경우를 스크린하는 문제), CP와 회사채 전반을 관리하려는 것으로도 읽힌다. 실제로 내년에 회사채 시장이 양극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CP와 회사채 모두 어려운 사정이기는 오십보 백보라고 볼 수도 있는 것. 하지만 초점과 문제의 시급성은 CP쪽에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14일 발표한 '2012년 3분기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3분기 중 공기업과 민간기업을 포함한 비금융법인기업의 자금조달 규모는 38조2000억원으로 전분기대비 17조8000억원 늘었다. 2분기 비금융법인기업의 자금조달 규모는 설비투자 감소 영향으로 1분기(53조6000억원)에 비해 33조2000억원 감소했었다. 3분기 자금운용 규모는 전분기(2조3000억원)보다 12조2000억원 증가한 14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일단 기업들이 매출 부진으로 인한 자금 부족을 CP나 회사채 등 채권 발행 등 직접 금융 확대를 통해 해소한 것으로 설명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기업이 주요 파이프라인으로 회사채보다는 CP에 '치중'된다는 우려는 이미 일찍부터 감지돼 왔다. CP 발행량이 크게 늘어난 것. △2005년말 21조원선이었던 CP 발행 잔액은 △2007년 말 55조원대 △2009년 말 62조원대를 거쳐 △2011년 말 89조원 △올 7월 말 현재 113조원 돌파 등 가파른 증가세를 보여 왔다. 

이 같은 현상은 회사채 기업실사 및 수요예측제도 등이 도입되면서 그렇잖아도 CP는 발행이 간단하지만 회사채는 상대적으로 번거롭다는 인식을 더 강화시킨 결과로 분석된다. 회사채 발행을 위해서는 이사회 승인(발행한도 내에서는 대표이사 위임 허용)이 필요하지만 CP는 대표이사가 직권으로 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회사채에 대한 투자심리도 한풀 꺾였다는 분석도 가을 무렵 나온 바 있다. 시중이 풀린 유동성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내년 이후 채권 투자 성과는 상당히 나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래저래 회사채보다 CP에 눈길이 쏠리고 바꿔 말하면 CP에 대한 콘트롤이 필요해진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CP 발행 등록제 논의 나온지 벌써 10년…관련 논의 완성되나 눈길

2003년 카드 대란과 SK글로벌 사태 이면에는 CP 등 단기자본에 대한 지나친 치중 현상이 깔려 여기서 기업 경제 개편 방향을 배워야 할 필요가 일찍부터 논의돼 왔다.

SK글로벌은 물론 SK그룹 주요 계열사 대부분이 CP나 기한부어음(유산스) 등 단기자금에 과도하게 의존한 점이 분식 등 관행 이상으로 문제를 키웠고 카드사들 역시 단기자본 조달에 의존해 위기시 허약한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옛 재정경제부와 옛 금융감독위의 CP 등록제 추진에 대한 이견 등이 불거지면서 빠르게 매듭짓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이번에 은행의 지배구조, 투자현황 등 기업의 경영에 대한 스크린 권한을 주는 문제가 본격 논의되기 시작한 것도 △1차적으로는 금융권 여신보다 회사채나 CP 등 시장성 자금 조달이 많은 기업들이 사각지대에 안주하는 아이러니를 차단하는 데 있지만 △2차적으로는 회사채보다는 CP에 더 문제가 되는 유동성 리스크에 대응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의미가 동시에 있는 것으로 읽힌다.

즉 그간 은행과 재무개선 약정을 맺은 기업들 유동성 문제가 가장 심각하게 시장에서 받아들여졌지만, 근래 그보다 자금 사정이 조금 나은 것으로 알려졌던 차상위 기업들 유동성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에 대한 염려가 시장에서 커지고 있어 이 같은 조치가 추진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유동성 문제(리스크)란 이른바 단기성 차입금(단기차입금+유동성장기차입금) 비율과 큰 연관이 있다. CP가 회사채보다 더 문제가 된다는 지적이 2003년 이후 나온 바도 이런 대목에 대한 우려를 전제로 깐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고 CP의 편의성에 그간 여전히 매몰돼 온 점이 근래 논의되는 여러 제도들의 작동 여파로 이제 앞으로 차차 개선 궤도에 오를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