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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보훈지청 '의문스런' 위탁병원 교체

보훈지청장 "한점 오점없다. 쓸테면 써라" 고압적 태도 빈축

박대성 기자 기자  2012.12.14 11: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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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전남 순천 보훈지청이 참전전우회 등 국가유공자 환자들의 전담진료를 맡는 위탁병원을 새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근거를 바탕으로 성가롤로병원으로의 위탁병원 교체를 강행하고 있어 보훈 행정의 난맥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보훈지청이 겉으로는 규모가 큰 종합병원으로의 변경을 통한 보훈환자들의 진료편의를 내세우고 있지만, 속내는 성가롤로병원으로의 변경을 염두에 두고 일사천리로 추진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14일 국가보훈처 산하 순천보훈지청에 따르면 1991년부터 7월부터 국가유공자 위탁가료 지정요양기관으로 지정된 순천산재병원에 대한 계약만료를 통보하고 새로운 위탁사업자 공모를 실시해 종합병원 3곳으로부터 사업신청서를 받아놓은 상태이다.

보훈지청은 이미 보훈위탁병원을 순천성가롤로병원으로 교체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소수의 보훈 유공자들에게 찬반동의를 구하는 절차만 진행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보훈지청이 성가롤로병원을 보훈위탁병원으로 지정하려는데는 순천산재병원(290병상)에 비해 성가롤로병원(662병상)이 규모가 크고, 진료과가 다양해 보훈가족들에게 의료혜택을 주겠다는 것을 명분으로 삼고 있다.

순천보훈지청은 또 위탁병원 교체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보훈가족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상이군경회와 고엽제단체 간부들이 수차례 위탁병원 교체를 건의했다는 것이다.

보훈지청은 위탁병원 교체 설문조사에서 상이군경회와 고엽제전우회 등 유공자 878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여 조사에 응답한 368명 중 279명이 위탁병원 교체에 찬성해 교체를 추진했다는 해명을 하고 있다. 순천보훈지청에 등록된 국가유공자는 약 3800명이다.

순천보훈지청이 지난 9월 보훈가족들을 상대로 실시한 '순천시 위탁병원 교체지정 관련 선호도 조사' 결과에는 ▲위탁병원인 순천산재병원 교체를 희망하는가? ①그렇다 ②아니다 ▲순천산재병원 교체희망 사유는 ▲교체를 희망하는 경우 선호하는 병원은? 등의 6개항의 설문이다.

이미 순천산재병원의 교체를 기정사실화 하고 설문조사를 실시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기존 순천산재병원에서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아온 환자들과 유공회원들은 '보훈가족대책위원회'를 꾸려 위탁병원 변경에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 회원은 "국가유공자 3800명 중에서 10%도 안되는 368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것이 어떻게 보훈가족 전체의 의견이겠느냐"며 "보훈단체 간부들과 보훈청이 특정병원으로부터 로비를 받은 것이 분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익명을 요구한 성가롤로병원의 한 직원은 "앞으로 보훈환자들이 많이 올테니, 불편한 점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달라"는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순천산재병원에는 지난 8월말 현재 입원 7572명, 외래 2만624명이 이용하고 있으며, 주로 산재환자와 보훈환자 등이 입원해 왔다. 

특히 순천산재병원은 근로복지공단 산하 국.공립병원이어서 진료비가 저렴하고 도심과 가깝지만, 성가롤로병원은 천주교재단이 운영하는 민간병원으로 환자들의 왕래불편도 예상된다.
 
순천산재병원 측은 지난해 국가보훈 복지의료공단에서 실시한 의료서비스 적정 평가에서도 전국 78곳 병원 가운데 16위를 차지할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은 상태여서 위탁병원 해지통보에 황당해 하고 있다.

국가보훈대상자 의료지원 규정에 따르면 위탁병원을 지정하는 경우 우선 순위로 국.공립병원 및 이에 준하는 의료기관을 지정하고, 공공의료기관이 없는 경우 민간 병원을 선정하도록 하고 있다.

또 위탁 병원을 재지정할 때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기존 병원에 재지정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어 보훈지청의 위탁병원 교체강행 사유에 여러 의혹이 쏠리고 있다.

보훈가족 김모씨는 "민간병원은 국공립병원에 비해 진료비가 더 들어가는데, 보훈지청이 진료비를 대납해주는 실정에서 보훈청 예산지원이 더 들어가는거 아니냐"며 "굳이 바꾸려면 경남 창원시처럼 위탁병원을 2~3군데 지정해 보훈환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훈위탁병원이란, 보훈대상 국가유공자 환자들이 위탁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진료비는 국가에서 보조해주는 사업을 말한다. 광주에 보훈병원이 있지만, 전남에는 보훈병원이 없어 가까운 곳에 위탁병원을 지정하고 있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지난 8월에 부임한 조춘태 순천보훈지장은 "내가 8월에 왔는데, 순천에 무슨 연고가 있다고 적극적으로 교체를 추진하겠느냐"며 "한점 오점없이 했기때문에 기사가 어떻게 나오든지 상관이 없다. 절차에 안맞다고 생각하면 그대로 취재해서 쓰면 될일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8월에 부임해 와서 연고도 없고 충분한 업무파악이 안됐다는 뉘앙스로 얘기한 조 청장이 부임 한달만에 아랫사람들이 보고한 위탁병원 지정업무를 강행해 충분한 사정을 감안했는지 의문스럽다는 지적이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