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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증권사, 투자자보다 무서운 건 포털?

정금철 기자 기자  2012.12.13 11:3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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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연말이 되자 언제 흘렀는지도 몰랐던 한해를 결산하는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저는 아무래도 증권을 담당하는 기자인 만큼 해당분야 기사에 좀 더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데요. 대부분 응당한 이슈들임에도 불구하고 "그러면 그렇지"라는 선각자의 마음으로 클릭하게 되는 기사들이 있습니다. 얼마 전 이런 마음으로 들여다 본 한 기사는, 올 한해 증권사 연구원들의 종목 주가전망이 거의 맞지 않았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주식투자를 하는 독자 분들은 모두 아시겠지만 주식을 팔라고 조언하는 증권사 보고서는 찾기 힘듭니다. 연구원들도 증권사 직원인지라 기관, IB(기업투자)대상 업체 등 이래저래 눈치를 살필 구석이 많죠.

증권기자들은 이러한 눈치전략이 스며든 증권사 연구원들의 각종 리서치자료를 참조, 인용해 기사를 작성하고 만들어진 기사는 여러 포털을 통해 네트워크가 닿는 곳이면 어디든 퍼져나갑니다.

문득, 자신의 꼬리를 물고 있는 뱀의 형상을 한 그리스 신화의 '우로보로스(Ouroboros)'가 떠오릅니다. 악순환이 반복돼 결국 파국에 이르는 이치라고 할까요. 돌이켜보면 그나마 올해는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매도'까지는 아니어도 같은 의미로 해석 가능한 '중립' '비중 축소' 등을 제시한 종목보고서가 꽤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형 포털사이트 종목에 대한 국내 증권사의 의견은 '백이면 백' 모두 '매수' 일색이고 현재까지도 그렇습니다.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를 예로 들겠습니다. 키움증권은 13일 현재까지 모바일 메신저 '라인(LINE)'이 보여주는 성과가 상당히 양호한 수준"이라며 NHN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로 잡았습니다.

미래에셋증권도 "인터넷사업의 초기 투자포인트는 수익보다 트래픽"이라며 "라인의 트래픽이 빠르게 향상 중이고 최근 서비스한 모바일 게임도 향후 강력한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하는 등 '매수'를 권했습니다. 동부증권도 최근 보고서에서 "NHN의 근래 주가하락은 코스피 상승률 이상의 수익률을 낼 수 있는 기회"라며 '매수'하라고 조언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인터넷 관련 업황은 식어있는 편이었습니다. 투자자들의 센티먼트(투자심리) 자체도 작년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고 특히나 NHN은 큰 규제 변수도 있었습니다. NHN은 규제리스크로 주가가 급락한 사례가 있어 향후 전망이 더욱 불투명한 상태죠.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규제리스크를 간략히 살펴보겠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공정경쟁 환경조성을 위해 통신시장의 시장지배력을 매년 평가하고 이를 규제 근거로 삼는 경쟁상황 평가에 인터넷 포털 등을 포함한 부가통신사업자까지의 대상 확대 방안을 검토했었습니다.

경쟁상황 평가 대상이 부가통신사업군으로 확대되면 NHN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럴 경우 관련 당국의 상시조사는 물론 시장 독과점에 따른 규제대상 1순위로 올라 상당한 고충(?)을 겪어야 합니다.

올해 확실해보이던 NHN의 포털 지배적사업자 지정이 일단 대선 여파로 유보됐지만 방송통신위원회는 내년 새 정부 구성 이후에 더욱 강하게 추진할 예정이랍니다.

이와 함께 부가통신사업자에게 데이터 이용량 정보를 요청할 수 있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달 말 의결됐습니다. 이에 따라 향후 법안이 통과되면 정부가 포털, 모바일 사업자 등에 데이터 이용량 정보를 요청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는 등 NHN은 골치 썩을 일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날 오전 동부증권은 휴대전화 SMS로 슬그머니 'NHN, 편출'이라는 메시지를 보내왔네요. 다행입니다. 핸드폰까지는 포털의 영향권에 닿질 않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