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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월등초교 전교생이 모여 쉬는 시간에 축구를 즐기고 있다. |
[프라임경제] 전남 최대의 복숭아 주산지인 순천시 월등면의 한 초등학교가 자칫 폐교위기에 놓인 학교를 살리기 위해 눈물겨운 고투를 벌이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해당 학교는 월등면소재지에 있는 월등초교(교장 김태영)가 그 곳. 전교생이라야 초등 38명, 유치원 12명 등 50명에 불과하다.
1930년에 개교돼 이 학교는 한때 학급당 50~60명, 전교생이 1000여명에 달할 정도로 번성했으나, 농촌인구 급감으로 지금은 폐교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교세가 위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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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뒷편에 마련된 외발트랙에서 학생들이 외발 자전거 묘기를 선보이고 있다. 이 학교 학생들의 외발자전거 실력은 전국 최상위권이다. |
현재는 학년당 5~9명 안팎이어서 이런 추세대로라면 2개학년을 합해야 할지도 모르는 절박한 상황에 놓였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작년 9월1일자로 부임한 김태영(59)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과 학교운영위원, 학생들이 합심해 명문 시골학교를 꿈꾸며 실력을 키우고 있어 관심을 받고 있다.
오랜 교감경력을 가진 김태영 교장이 승진 후 이 학교에 와서 가장 신경을 썼던 부문이 자신감 회복 프로그램이었다.
"부임하고 학교를 둘러보니 애들 표정이 어두웠어요. 그래서 선생님들을 불러 애들 표정부터 밝게 하자고 했지요. 오방체험학습이라는 좋은 프로그램이 있더군요. 그래서 체력도 기르고 학업성적도 끌어올릴 요량으로 외발자전거 교육을 실시했어요. 지금은 아이들이 외발자전거를 다들 잘타고 오카리나 악기도 잘 다루는 등 표정도 밝아지고 즐거워해서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학교 측은 교내에 외발자전거 전용 연습장을 설치해 최덕주(48) 교무부장의 지도 아래 매주 화, 목 1시간씩 동아리활동을 펴고 있으며, 중간체육시간과 점심, 방과후 시간 등을 이용해 전교생이 외발자전거를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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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열린 순천 남승룡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월등초교생들이 외발 자전거를 이용해 달리고 있다. 학생들 사이에서 반바지 입고 달리는 사람이 김태영 교장선생님. |
학교 측은 오감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심성과 체력을 길렀고, 사회성과 협동심을 길러 궁극적으로는 학업성적으로까지 연결됐다는 경험담을 소개했다.
실제로 지난달 순천 도심에서 열린 남승룡마라톤대회에 월등초 학생들이 외발자전거를 타고 5km를 달려 마라토너들의 관심과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또 지난달 15일부터 17일까지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2회 대한민국 창의체험 페스티벌 대회에서 '외바퀴세상' 전시체험으로 참가해 대상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 학교가 짧은 시간에 괄목할 만한 결과물을 도출해 내는데는 학교와 학부모, 학생들이 하나의 목표를 정하고 합심한 것이 주효했다.
박길수(50) 학교운영위원장은 "모교에 관심을 가진데는 첫째가 변화가 있었고, 인성프로그램이 잘짜여 있어 뭔가 이뤄지겠구나는 생각이 들었다"며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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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등초교 뒷편에 마련된 사계절 꽃이피는 꽃동산. 교장 선생님이 틈틈히 가꿨다고 한다. 사진 왼쪽부터 이재철 교감, 김태영 교장(가운데), 박길수 학교운영위원장. |
외발자전거를 지도해 온 최덕주 부장은 "학교장의 교육철학과 소신이 뚜렷해 우리들이 믿고 따라갈 수 있다"며 "위대한 성인들이 변화를 가져온다는데 한 사람의 교육철학이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을 교장선생님을 보면서 뼈저리게 느낀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외발자전거를 위시한 오감체험 프로그램으로 체력을 기르고, 이를 바탕으로 한 학업능률을 올려 성적향상으로까지 이어졌다며 뿌듯해 하고 있다. 내년에는 악기(기타)를 배울 예정이다.
이재철(54) 교감은 "시골에 학원이 없기때문에 4학년부터 주5회 원격화상 영어회화를 진행하고 있으며, 방과 후에도 음악, 미술, 체육까지 골고루 1대1 수업을 하고 있어 도시에 비해 손색이 없다"며 "여기서 사교육없이 좋은 성적을 내는 학생들은 시내 학생들과 경쟁해도 뒤지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특히, 이학교 김태영 교장선생님은 손주같은 학생들이 귀여워 때때로 시골에서는 먹기 힘든 붕어빵, 솜사탕, 아이스크림 등을 사들과 와서 파티를 열어주는 등 사랑으로 지도하고 있어 귀감이다.
김 교장은 "학부모들이 시골에 오고 싶어도 학교가 없으면 누가 오겠느냐"며 "그런 점에서 학교 통.폐합은 경제논리로는 풀 수 없다"며 효율성만을 앞세운 학교 통폐합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김 교장은 끝으로 "훗날 은퇴한뒤에 저 아이들을 봤을때 내가 과연 교직생활을 열심히했나, 정말 후회없이 살았구나 하는 생각을 갖도록 열심히 하고 있다"며 "동문과 유지분들이 지금도 많이도와주시지만, 어렵다고 먼저 손을 내미는 거지근성보다는 학교가 잘하면 동문과 부모들이 자발적으로 도와 주실 것으로 믿고 학교부흥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끝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