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18대 대통령선거 화두인 '경제민주화'가 여의도 금융투자협회(회장 박종수, 이하 금투협) 회비 규정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기존 거래대금 중심이었던 협회비 부담 원칙은 개인 거래 비중이 높은 중소형사들의 부담이 컸다. 또한 위탁매매 수수료가 협회비로 자동 징수되는 탓에 협회가 회비 부담을 투자자에게 떠넘긴다는 비난 여론도 불거졌었다.
11일 업계와 금투협에 따르면 내년부터 회비분담 기준이 조정영업수익(영업수익-영업비용+판관비)와 자기자본 비중을 각각 70%, 30% 비율로 반영된다. 기존에는 위탁매매수수료 등 거래지표 70%, 조정영업수익 및 자기자본 각각 22.5%, 7.5%의 비중으로 협회비가 산정됐었다.
◆말 많던 협회비, 중소형사 웃을까
협회비는 금투협 예산의 65% 이상을 차지할 만큼 주요 수익원이다. 지난해 협회는 총 830억원의 수입을 거둬들였으며 이 가운데 회비 수익은 536억원을 차지했다. 금년에는 주식시장의 거래대금이 급감했음에도 회비 수익은 더 늘어 570억원이 걷힐 것으로 예상된다.
박종수 금융투자협회장. 금투협은 오는 17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내년부터 회원사의 협회비 분담 기준을 대폭 개정할 계획이다. 협회는 지난달 전체 임직원의 10%에 해당하는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쇄신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이번 회비 분담 기준 개정 역시 박 회장의 개혁 의지를 드러낸 핵심 작업이다. |
이 증권사는 기존 회비 부담 기준이 거래대금 비중을 70%로 산정한 탓에 회사 덩치에 안 맞는 과도한 회비 부담을 져왔다. 이밖에 이트레이드증권 등 온라인 거래 규모가 많은 증권사일수록 분담금이 지금보다 최대 75%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해당 증권사 측은 업계 분위기를 반영해 표정관리를 하면서도 내심 반기는 눈치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오래 전부터 업계에 모순으로 지적됐던 부분이 뒤늦게나마 개선된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라며 "업계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에도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자기자본이 크고 브로커리지 외의 수익 비중이 큰 대형사와 IB 부문을 위주로 수익을 내는 외국계 회원사의 회비 부담은 크게 늘 수 있다.
한 증권 담당 애널리스트는 "협회비 규모가 증권사의 수익 자체에 영향을 미칠 만큼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다"라면서도 "이른바 '빅5'를 중심으로 회비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협회비 조정안이 업계의 다양한 수익구조를 대변했다는 점에는 동의하면서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글로벌 재정위기 이후 업황 부진이 계속되고 있지만 협회가 회원금 규모를 매년 늘리기만 하는 것은 문제라는 얘기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4~9월 61개 증권사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 급감했다. 자산운용사의 경우 전체 조사대상 82개사 가운데 40%가 적자를 냈다.
한 중형사 관계자는 "업계 자체가 보릿고개를 넘는 상황에서 협회가 회비 걷는 방식보다는 회비 자체를 줄이는 방법을 먼저 고민해야지 않겠느냐"며 "회사마다 이익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업계 내에서의 갈등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8개월 거친 연구용역 '박종수 리더십' 빛날까
금투협의 회비 개정안은 지난달 대규모 구조조정에 이은 '박종수 체제'의 두 번째 역점 사업이다. 올해 초 취임한 박 회장은 회원사의 건의를 받아들여 외부 연구용역을 통해 올해 안에 관련 제도 개정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투협은 지난 4월 외부 컨설팅 업체 입찰을 마감했으며 최근 연구용역 작업을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8개월에 걸친 연구 성과가 이번 개정안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는 얘기다. 지난달 중순 전체 임직원의 10%에 달하는 20여명을 희망퇴직 처리하며 전에 없는 쇄신 의지를 드러낸 만큼 박 회장은 이번 개정안을 통해 더욱 강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 공산이 크다.
한편 협회는 회원사 간 혼란을 막기 위해 향후 2년 동안 유예기간을 거쳐 개정안을 연착륙(소프트랜딩) 시킨다는 계획이다.
개정안이 오는 17일 이사회를 통과하면 내년부터 전체 회비 중 15%를 신규 방식으로 거둬들이고 2014년에는 개정안 적용 비율이 40%까지 확대된다. 올해 추정 협회비인 570억원을 예로 들면 내년에는 이 가운데 85억원을, 내후년에는 228억원을 새로운 방식으로 거둬들인다는 얘기다.
금투협 측은 "이사회를 통해 회원사들이 수용할 수 있는 기준 범위를 충분히 논의할 것"이라며 "최종안에서 구체적인 적용 비율이 일부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