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대학병원 불모지인 전남 동부권에 조선대병원 분원이 설치될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수.순천.광양시와 인근 시군을 합해 인구 100만명에 육박하는 동부권에는 그동안 대학병원이 없어 지역민들이 큰 불편을 겪어 왔다.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과 순천신대지구 개발시행사인 (주)순천에코벨리에 따르면 최근 조선대병원 측과 협약을 맺고 신대지구내 의료기관부지 7만5468㎡(2만2283평)와 외국교육기관 잔여부지 3만8596㎡(1만1675평)를 조대병원 제2병원 부지로 무상 양도하는 협약을 가졌다.
문제는 외국의료기관(영리병원)이 아닌 국내병원에는 무상양도가 불가능하냐는 것. 하지만, 무상양도 MOU 협약 자체에 위법의 소지가 있더라도 국내병원의 경우 무상양도는 아닌, 조성원가 이하 가격의 매각은 가능해 국내 의료계 진출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얘기도 뒤따른다.
지난 7월 개정된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 신대배후단지 실시계획 변경승인서(광양경제청 고시)에는 '공공시설용지(의료기관)의 경우 국가나 지자체, 외국 실수요자는 무상양여한다'는 기존 조항에 추가로 '국내 실수요자는 조성원가 또는 감정가격 이하에 매각할 수 있다'는 조항이 삽입됐다. 외국의료기관 유치가 매번 실패하자 국내의료법인이라고 유치하기 위해 전남도가 승인한 셈이다.
경제자유구역법상 조성원가 이하란, '개발사업 시행자(에코벨리)가 시.도지사와 협의해 정하는 가격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에코벨리가 관할 경제구역청, 도지사와의 조율을 거치면 협의를 통해 조성원가 이하로 국내병원에 매각할 수 있다.
현재 신대지구 중심상업용지는 3.3㎡당 500만원을 호가하고 있지만, 신대지구 전체의 조성원가는 평당 50만원 이하로 책정돼 있다. 조대병원 측이 투자여력만 있다면 실현 가능하다.
조대병원이 신대지구에 제2병원을 신축하기 위해 의료기관부지만 매입할 경우 평당 50만원을 계산할 경우 114억원, 연구시설용 외국인학교부지 일부까지 매입할 경우 172억원에 달해 자금력이 관건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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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신대지구 중흥 S-클래스 1차 아파트 입주가 시작된 가운데 1차 앞 의료기관부지에 광주 조선대병원 분원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
항간에는 조대병원 측이 분원설립 사업시행 완료시점을 2020년까지 멀찌감치 잡아 분원의지를 의심받고는 있다. 또 1988년 조대병원 측이 광양제철소내에 180병상 규모의 '조대부속 광양병원'을 10여년간 운영했다가 운영난으로 철수한 적이 있어 병원설립의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중흥건설이 대주주인 에코벨리가 모기업인 중흥 S-클래스 미분양 물량을 털어내기 위해 서둘러 장밋빛 공약을 발표했다는 의심을 산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광양경제청은 수년간 외국의료기관 유치를 추진했으나 영리병원 법안마련이 안돼 번번히 실패한 바 경험이 있다.
외국병원이 들어서려면 경자법상 외자투자 비율 50% 이상일 것, 자본금 50억원 이상, 의사.치과의사 등 경영진 50% 이상을 외국인으로 할 것 조건이 엄격해 외국병원이 들어온다고 해도 수익을 낼지 회의적 시각이 많다.
광양보다 훨씬 여건이 좋은 인천경제자유구역도 수년째 외국영리병원이 단 1곳도 들어오지 못하는 것이 이를 잘 방증하고 있다.
공터를 놀리게 될 처지에 놓이자, 광양만권경제청은 그동안 외국병원 섭외와 함께 전남대나 경상대, 건국대병원 등이라도 유치하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무산됐다. 이 역시 무상양도 조건은 아니었다.
이번에 조선대병원과 협상이 진전된데는 조선대 서재홍 총장이 의대교수 출신인데다, 자신이 여수 출신이라는 점도 협상이 일부분 작용했다는 얘기가 회자되고 있다.
연향동민 장모씨(35.여)는 "아이가 감기인줄 알고 여러군데 동네병원에 전전하다가 소견서를 떼서 광주의 대학병원에서 뇌수막염 치료를 받고 왔다"며 "광주 한번 갖다오려면 오가는 시간과 비용으로 하루를 허비해 직장생활에까지 지장이 많아 조대병원이 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암대학 간호학과 졸업생 이모씨(29)도 "3학년이 되면 실습을 나가는데 대학병원이 생기면 실습이나 취업에 있어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거점도시 병원들은 분원설치에 적극성을 띄고 있다. 부산대병원은 양산에 분원을 냈고, 전남대병원은 화순에, 전북대병원은 군산에 분원을 냈거나 추진중에 있다. 조선대병원은 순천분원과는 별도로 광주 인근에 부속병원을 타진하고 있다.
광양만권경제청 또한 에코벨리와 조대병원 측이 무상양도를 하겠다는 발표는 사실상 실현가능성이 없으나, 택지조성 원가이하로의 매각은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놔 조대병원 분원설립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치 않고 있다.
이와관련해 조대병원과 에코벨리 측은 "외국인 진료기능을 포함하는 사업계획서를 준비해 여수.순천권을 권역으로 하는 대학병원 분원설립을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