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로엥이라는 브랜드만의 특성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DS4는 SUV에 쿠페 스타일을 접목한 외형인 동시에, 곳곳의 디자인에서 '프랑스' 고유의 디테일이 살아 숨쉬고 있다. |
[프라임경제] 지난 1994년 삼환까뮤를 통해 국내에 진출한 바 있는 시트로엥이 국내 시장에 다시 뛰어들었다. 판매 부진과 경기 악화로 철수(2002년)했던 과거 상황과는 달리 수입차 시장이 활개를 피고 있는 지금, 시트로엥의 재진출이 가지는 의미는 그만한 가치를 지녔다. 물론 시장 분위기가 독일 브랜드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고 하지만, 미적 가치로 무장한 시트로엥 모델들은 충분한 경쟁력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선보인 DS4는 우월한 미적 DNA로, 그 가능성이 높게 평가되고 있는 시점이다. DS4의 시승으로 향후 시트로엥의 가능성을 점쳐봤다.
지난 2002년 국내 시장에서 철수했다가 올해 10년 만에 다시 진출한 프랑스 자동차 브랜드 시트로엥(Citroen)은 국내 소비자에게 다소 낯설다. 하지만 시트로엥은 요즘 자동차 업계의 최대 화두인 '연비'와 '디자인'의 우월성이 알려지면서 점차 국내 시장에서의 그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1950년대를 대표하는 명차인 시트로엥 DS 시리즈는 시대를 앞서간 혁신적인 디자인과 첨단기술로 자동차 역사에 손꼽히는 모델이다. 공기역학적인 면을 강조한 부드러움과 파격적인 디자인은 보는 이들의 많은 감탄을 자아내면서 첫 공개되는 자리에서 주문량이 수백대에 달하기도 했다.
그 중 지난해 3월 제네바 모터쇼에 출전했던 DS4는 C세그먼트의 해치백 형식의 승용차로, 국내 시장에 지난 7월 정식 출시했다. 제26회 국제 자동차 페스티벌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동차'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더군다나 월드렐리 챔피언십의 역사를 다시 쓰면서 성능 면에서도 충분한 검증을 거친 상태다.
쿠페의 날렵함과 세단의 우아함, SUV의 공간활용성을 두루 갖춘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스타일로 새로운 문화를 개척하고 있는 DS4가 갖는 의미와 매력 포인트를 체험해 봤다.
◆프랑스 꼭 닮은 디테일한 디자인…약간 불편한 뒷자석은 감수
명칭에 붙는 DS는 불어로 여신(Goddess)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디에스(Deesse)에서 따왔으며 디스로 불렸다. 하지만 이보다는 사실 DS시리즈는 레지스탕스 지도자이자 프랑스 대통령을 역임한 '샤를르 드 골(Charles Andr Marie Joseph De Gaulle)' 장군의 의전차량으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가 존경하는 인물의 차로, 시트로엥의 부흥기를 함께 하면서 전문가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20세기를 대표하는 가장 '아름다운 차'나 '가장 영향력 있는 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실내 핵심 포인트라 할 수 있는 '파노라믹 윈드스크린'는 90년대를 연상시키는 클래식풍인 인테리어를 보다 세련된 느낌으로 전환 시켜줌과 동시에 운전자에게는 보다 넓은 시인성을 제공해 준다. |
시트로엥이 국내시장에 처음 선보인 DS3가 그랬던 것처럼 DS4 외관에도 브랜드만의 특성을 뚜렷하게 나타난다.
우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쿠페 스타일을 접목한 외형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마치 푸조의 3008과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순 있지만, 더 작고 날렵한 인상을 보인다. 여기에 다소 솟은 보닛과 도어 부분을 가로지르는 캐릭터라인에서는 SUV 특유의 역동성도 느껴진다.
뿐만 아니라 C필러 부분에서 급격하게 떨어지는 뒤쪽 라인은 쿠페의 날렵함이 느껴지면서 후면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여기에 로고를 그릴로 변형해 디자인함으로써 그릴의 디테일도 독특해 특유의 분위기 연출에 한 몫 한다.
4도어임에도 불구하고 쿠페처럼 느껴질 수 있도록 후면의 도어를 필러 쪽에 숨겨둔 측면 디자인은 '프랑스'라는 국가 특성의 디테일이 살리면서 체적으로 스포티함을 느낄 수 있다.
문을 열고 실내에 앉으면 다른 세단들보다는 시트 포지션이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웬만한 국내 차량에도 있는 썬루프가 없어 다소 답답한 감이 있지만, DS4의 숨겨진 기능이 이러한 단점을 상쇄해준다.
시트로엥의 디테일함은 차량에 장착된 가죽시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마치 시계 줄의 디테일을 닮아 '하바나 워치스트랩 세미버킷'이라 붙여진 이 시트의 가죽 질도 훌륭해 고급스러우면서도 적당히 몸을 감싸준다.
약간 90년대를 연상시키는 전체적인 실내 분위기는 인테리어에 신경을 덜 쓰는 프랑스인들의 취향을 적용한 듯 보였다. 특히 쉽게 조작이 가능하도록 각종 버튼이 장착된 스티어링 휠에는 오히려 다소 어지럽게 보일 정도다. 반면 세 개의 원으로 구성된 계기판은 시인성이 돋보인다. 계기판 색상과 글자 색을 5가지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 아기자기함도 숨어 있다.
실내디자인의 핵심 포인트는 '파노라믹 윈드스크린'이라는 햇빛가리개다. 다른 차량처럼 앞뒤로 접혔다 펴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위 아래로 올렸다 내렸다 할 수 있다. 내려가 있을 때는 일반 차량과 비슷한 시야를 보이지만 확장하면 운전자의 머리 부근까지 정면 유리가 개방된다.
하지만 뒷좌석은 여러모로 불편하다. 쿠페형 디자인을 위해 감춰진 손잡이는 그렇다 쳐도 문의 폭이 상당히 좁아 들락거리는데 어려울 정도이며, 뒷 창문을 열 수 없는 점도 잊을 수 없다.
◆수동의 맛 살린 '오토매틱 미션' 또 다른 매력 발산
워낙 운전습관이 안일상주행환경에서의 느낌을 중시하며 본격적인 DS4의 시승 시간을 가져봤다.
우선 시동을 거는 것은 최근의 차량들처럼 스마트키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적인 방식으로 키를 돌리는 방식이다. 시동 후 정숙성은 꽤나 만족스럽다.
푸조 방식과 비슷한 기어는 주차 시 중립(N)에 놓고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로 차를 세우고, 주행을 할 때는 A(자동)와 M(수동)에 두고 움직이면 된다. 후진을 위해 R로 옮길 때는 기어를 살짝 들면서 위로 올려줘야 한다.
시동을 걸고 주행하자 이내 수동기반의 클러치 없는 자동변속기가 울컥거리기 시작한다. 저속에서 잦은 변속이 이뤄져서 특히나 시내 주행에서 속도가 오르내릴 때마다 거슬린다. 기어 변속 시점에 적절하게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 주는 것이 익숙해져야 울컥 이는 변속감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수동이 기본인 프랑스 브랜드 특성상 DS4는 기본적으로 수동 미션만 적용돼 있다. 하지만 오토매틱을 필요로 하는 국내 시장을 위해 '수동기반 자동변속기(MCP 미션)'를 설치했다. 물론 국내 소비자들에겐 조금 답답한 느낌을 줄 수 있다. 특히 1단~3단 변속구간에서는 기어변속이 약 3초 정도는 되면서, 수동에서 클러치 밟고 기어 변속하는 그 느낌 그대로로, 나름 수동의 맛을 살린 오토매틱 미션을 느낄 수 있다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고속 주행에서는 만족스럽다. 약간의 소음은 들리지만 부드러운 주행이 가능하다. 서스펜션은 의외로 단단한 편이지만 최고 출력 112마력의 힘은 급가속시에 약간 모자람이 느껴지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DS4는 짜릿짜릿한 코너링을 맛볼 수 있다. 독일 차의 레일 위에 따라 굴러가는 듯한 감각과는 완전히 다른 예전 자동차에서 느낄 수 있는 코너링 감각이 살아있다. 이것이 바로 유럽에서 프랑스 브랜드들이 판매 상위권을 차지하는 이유다.
여기에 패들 시프트로 붙어 있어 급가속을 할 때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변속시 엑셀레이터를 슬쩍 떼어주는 습관만 들이면 수동 차량처럼 부드럽게 변속이 가능하다. 물론 운전에 익숙해지기 까지 시간이 좀 걸릴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조금만 익숙해지면 그렇게 편할 수 없다. 고속주행과 코너링, 제동력도 어느 세단 못지않다.
브레이킹 성능도 기대했던 대로 정차하면서 합격점을 줄만 하다. 칼같이 바닥에 꽂히는 브레이킹의 독일 브랜드와는 달리 DS4는 제 기준에서는 제가 의도한 대로 멈춰준다.
이 차에 탑재된 1.6리터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112마력, 최대토크 27.5㎏·m의 힘을 발휘한다. 여기에 복합연비 기준으로 리터당 17.6km에 달하는데 실제 주행에서도 14.5km/ℓ에 가깝게 나온 연비도 최고 수준이다.
5인승인 DS4는 패밀리용이라기보다 앞좌석 2명을 위한 차에 가까운 느낌이 든다. 이 때문에 미혼남녀나 모든 가족들을 태울 일 없는 세컨드카, 혹은 어린 자녀들이 있는 가족에게는 좋은 선택으로 보인다.
한편, 국내에 판매하는 DS4는 트림에 따라 소 시크(So Chic)와 시크 모델로 나뉘며 각각 4345만원, 3685만원이다(VAT 포함/개별소비세 인하 반영 가격). 시크 모델은 150만원 추가 비용으로 내비게이션과 이지 드라이빙팩을 탑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