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KB금융지주의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가 결국 또 미뤄졌다. 어윤대 KB금융 회장은 취임 초기 '비은행부문 강화'를 강조하며 지난 1월부터 ING생명 인수에 관심을 갖고 공을 들여왔으나 또 다시 이사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KB금융지주는 지난 5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 안건을 논의했으나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오는 18일 재논의하기로 했다. 이사진 간의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매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5개월째 파업을 진행 중인 ING생명 노동조합은 포털사이트에 ING생명이 매각차익만 챙기는데 혈안이 돼있다고 비판글을 올리는 등 ING생명의 '먹튀매각' 여론 공론화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지난 5일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됐던 KB금융의 ING인수가 다시 미뤄지자 인수 자체가 불투명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 KB금융 측은 "사안이 중대하고 자료가 방대한 점을 감안할 때 좀 더 내용을 검토하고 구체적으로 논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사회 설득 실패, 어 회장 '술자리소동'도 마이너스
KB금융 경영진은 그동안 이사회를 설득시키기 위해 막판까지 ING생명 인수가격 조정에 힘썼다. 최종적으로 인수가격을 2조4000억원대에서 2조2000억원대 수준으로 낮췄지만 사외이사들의 기존 '반대'의견을 돌리는 데는 실패했다. ING생명의 일부 사외이사는 보험업황이 나빠진 만큼 인수가격이 더 내려가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KB금융지주의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가 오는 18일로 미뤄진 가운데 ING생명 노조는 130일째 사측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파업을 지속해오고 있다. |
최근 어 회장의 '베이징 술자리 소동' 또한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0일 국민은행 중국 현지법인 개소식에 참석하기 위해 7명의 사외이사와 함께 베이징을 방문한 어 회장이 이들과 저녁 술자리에서 ING생명 인수 필요성을 주장하다 술잔을 깨고 고성을 지르는 등 '소동'을 벌인 것.
KB금융 측은 어 회장이 감정이 복받쳐 손으로 상을 내리쳤는데 상 위에 있던 술잔이 쓰러져 깨졌고 다친 사람은 없다고 해명했지만 이 소식이 알려진 뒤 금융감독원은 KB금융 경영진을 불러 경위서를 제출을 요구했다.
◆ING생명 노조 파업 130일째… 해결 실마리 못 찾아
130일째 협상에 진전을 보이지 않고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ING생명 노동조합 또한 여전히 매각 걸림돌이다. 더욱이 이들은 지난 10월 ING생명의 협상안까지 거절해 파업은 더욱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ING생명 노조는 5일 ING그룹이 한국 직원들과 고객들의 권리를 무시하고 매각차익만 챙기는데 혈안이 돼 있다고 비판하며, 해당 내용을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에 게재했다.
노조 측은 아고라 글을 통해 ING그룹이 매각을 하게 될 경우 직원들과 공유해 그 피해가 직원들에게 미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했지만 정작 매각진행 시에는 관련 사안이 비밀이라며 말을 바꿨다고 비난했다.
이와 함께 "ING생명은 직원들의 고용한정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매각교섭을 진행 중이라고 해놓고, 노동조합이 실질적인 고용안정을 위한 단체협약 개정 및 서면화된 고용안정 협약을 요구하자 '경영권 침해'라며 교섭에 소극적으로 나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밖에도 ING생명 노조 측은 사측이 교섭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다며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기철 ING생명보험 지부장은 "파업 후 몇 달이 지나 겨우 시작된 교섭에서 조차 고용안정, 공정한 매각이익분배 등 무엇 하나 제대로 협의된 것이 없다"면서 "노조에서 최대한 이견을 줄이고자 노력하는데도 일방적인 안을 최종 제시해 교섭을 중단시켰다"고 말했다.
반대로 ING생명 관계자는 "사측에서 협상안 등을 제시하지만 노조 측은 무조건 반대만 할뿐 대응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면서 "알려진 것처럼 협상이 중단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ING생명 파업에는 본사 직원 1000여명 중 장기휴가자를 제외한 7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 7월부터 시작된 ING생명 노조의 파업이 5개월째 지속되면서 업무처리 불편 등 소비자들은 지속적인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