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정보공개제도가 자리 잡으면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정부기관 정보를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정보공개청구 절차 간소화로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고 예산을 어떻게 집행하고 있는지 알 수 있게 된 것이죠.
정보청구 방법은 간단합니다. 청구인이 원하는 정보가 있을 경우 이를 보유·관리하는 공공기관에 정보공개청구서를 기재해 제출하면 해당 기관에서 10일 이내에 공개여부를 결정합니다. 필요에 따라 즉시공개, 부분공개, 비공개되기도 하지만 비공개대상 정보의 범위를 축소시켜 대부분 원하는 정보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공공기관의 정보공개 여부를 알기 위해서는 '정보공개연차보고서'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요. 행정안전부는 매년 해당 보고서를 냅니다. 이를 보면 공공기관의 정보공개 실상을 면밀히 확인하지는 못하더라도 개략적인 현황은 파악할 수 있습니다.
통합정보공개시스템에는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정보공개연차보고서가 게재돼 있는데요. 그 중에서 2011년 정보공개연차보고서를 살펴보니 지난해 중앙행정기관의 정보공개처리현황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47개 중앙부처청이 지난 1년 동안 처리한 정보공개 건수는 모두 6만3958건으로 이 중 전부공개된 비율은 65.3%였습니다. 이어 부분공개가 16.2%, 비공개가 18.6%로 처리됐습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이들 기관 중 정보공개청구가 가장 많이 들어오는 기관은 '경찰청'입니다. 전체기관 청구건수의 45%에 달하는 2만9094건이 청구됐습니다. 경찰청은 이 중 65%는 공개하고 나머지는 부분공개 혹은 비공개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정보공개청구가 가장 적게 들어간 곳은 원자력안전위원회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사무처로 이 두 곳의 정보공개청구 처리건수는 1년에 10건뿐이었습니다.
또 전체 중앙행정기관 중 정보 공개율이 가장 높은 곳은 기상청으로 1년 동안 처리한 70건의 청구건을 모두 공개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렇다면 정보청구를 받고도 비공개 결정을 가장 많이 한 기관은 과연 어디일까요? 통계자료를 보니 국정원이 52.2% 비공개로 1위, 국세청이 51.1%로 2위를 차지했습니다. 이어 감사원이 33.6%, 대통령실이 30.1%로 각각 3위와 4위에 올랐네요.
이들 기관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권력기관이라는 것이지요. 이 외에도 비공개 10위 안에 들어가는 기관들을 보면 방위사업청, 대검찰청, 국방부, 금융위원회, 조달청, 과세청 등 대부분 권력기관에 속하는 곳들입니다.
모두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구조와 태도로 개혁 요구가 많은 곳들인 동시에 비리 사건에 자주 휘말리는 곳들이기도 하지요.
정보공개는 정부는 물론 산하 기관들이 국민들과 얼마나 소통할 준비가 됐는지 그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지표입니다. 또 기관의 투명성을 설명하는 지표가 되기도 합니다.
국민들에게 숨기는 것이 많아서는 제대로 된 대화와 소통이 이뤄지지 않고, 국민들 역시 정부를 신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해당 자료는 우리나라 권력기관들이 얼마나 소통 의지가 없고 신뢰하기 힘든 곳인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불통정부의 대표주자인 대통령실과 '알면 다칠 것 같은' 국가정보원, 최근 신뢰와 권위가 땅에 떨어진 검찰까지… 이것이 대한민국 권력기관의 현주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