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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증권, IPO시장서 '불운의 아이콘' 낙인 찍힌 내막

FFB, 포스코특수강 등 고객사 절반이 '뒤통수'…실권주 부담 '어마어마'

이수영 기자 기자  2012.12.06 12:4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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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한국투자증권(이하 한국증권)이 올해 IPO시장에서 연거푸 쓴잔을 들이켰다. 업계에서 가장 많은 8개 기업의 상장(대표)주관을 휩쓸며 승승장구했지만 실상은 '빛 좋은 개살구'나 다름없는 탓이다.

이 증권사가 담당한 8개 기업 중 2개 회사가 마지막 공모 단계에서 계획을 접었고 그나마 상장에 성공한 6곳 중 2곳은 청약미달 사태를 빚었다. 한국증권은 이들에게서 발생한 실권주 수십억원어치를 고스란히 떠안았다. 고객사 8곳 중 절반이 상장 과정에서 이런저런 잡음이 불거진 셈이다.

◆고생은 할 만큼 했는데…최악의 결과

한국증권의 불운은 지난달 30일 포스코특수강의 상장추진 중단으로 정점을 찍었다. CJ헬로비전에 이어 올해 IPO 최대어로 꼽혔던 회사는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한 이튿날 공모가격을 문제 삼아 상장계획을 접어버렸다.

   
한국투자증권 CI.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IPO 시장에서 업계 최대인 8개 기업의 상장(대표)주관을 담당하며 관록의 하우스로서 면모를 자랑했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해 안타까움을 낳고 있다.
당초 2만8000~3만3000원을 희망 공모가격으로 제시했지만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 대부분이 1만원대 후반~2만원대 초반을 적어냈고 그나마 수요마저 씨가 마른 탓이었다.

지난 7월 호주 기업 패스트퓨처브랜즈(FFB)가 공모청약 단계에서 상장철회를 선언했을 때 주관사 역시 한국증권이었다. 중국고섬 사태 이후 해외기업 상장이 된서리를 맞았지만 한국증권은 담당 직원들을 호주로 급파해 애널리스트 대상 기업탐방까지 마친 상황이었다.

문제는 포스코특수강과 모기업 포스코가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데 그친 반면 주관사는 심리적 충격은 물론 금전 손실도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가 재무구조 개선에 필요한 자금이 수조원대인데 이번 포스코특수강의 공모 규모는 3000억~4000억원 정도에 불과했다"며 "상장이 아니라도 회사채 발행이나 다른 차입으로 충분히 조달할 수 있는 규모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증권은 1년 넘게 상장 과정을 조율하면서 최근에는 홍콩, 싱가포르 현지에서 기업 IR을 진행하는 등 공을 들였다. 상장계획이 아예 어그러지면서 기대했던 주관 수수료 수익이 날아간 것은 다음 문제다.

업계에서는 주관사가 지나치게 고객사의 입맛에 끌려가다 실패를 자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일반적으로 대기업 계열사의 경우 모기업의 후광을 내세워 높은 공모가를 원하는 경향이 있다. 고객사가 '갑(甲)'의 입장에서 주관사를 압박하고 주관사 입장에서는 다른 계열 고객사를 잡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끌려가다보니 시장 반응에 무감각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 증권사 스몰캡 담당 연구원은 "대기업 계열사가 IPO를 추진하면 증권사 입장에서는 해당 기업만 바라보고 갈 수 없다"며 "다른 계열사를 추가고객으로 잡기 위해 최대한 고객사의 입맛을 맞추려다보니 무리한 공모가 책정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언했다.

◆올해 IPO 주관 성적표 "서로 잘 나가"

올해 IPO 시장이 경기불황으로 크게 위축된 가운데 이달 중순까지 총 26개 기업이 상장했으며 1개 기업이 상장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총 72개였던 공모기업 수에 비하면 절반에도 채 못 미치는 숫자다.

   
12월6일 현재 IPO 시장 현황. 이달 17일까지 총 27개 기업이 주식시장에 상장했거나 상장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72개사에 비해 절반에도 못 미쳐 경기불황을 대변하는 모습이다.
올해 공모단계에서 상장계획을 접은 기업도 3곳이나 됐다. 포스코특수강과 FFB를 비롯해 삼보이엔씨(삼보E&C)도 지난달 30일 상장 무기한 보류를 선언했다. 희성그룹 계열사인 삼보이엔씨의 상장 주관사는 우리투자증권이었다.

증권사별 고객사 유치 순위는 한국증권이 총 6개의 신규상장기업을 배출해 업계 1위를 기록했다. 이어서 미래에셋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이 각각 4개사의 대표 주관사로 이름을 올렸고 하나대투증권이 3곳, 신한금융투자와 한화증권, KDB대우증권이 각각 2개 기업의 상장주관을 맡았다.

이밖에 HMC투자증권, 교보증권, 키움증권, 현대증권, 하이투자증권 등이 1곳씩을 상장 주관했다.

반면 공모주 시장에 찬바람이 불면서 청약 미달로 실권주를 떠안는 증권사 역시 속출했다. 가장 최근에는 CJ헬로비전의 청약경쟁률이 0.26:1에 그치면서 총 공모물량의 3분의 2가 주관사 및 인수사들에게 돌아갔다. JP모간증권이 이 가운데 40%를 떠안았으며 대표주관사였던 하이투자증권과 KDB대우증권이 각각 29%씩을 인수했다.

지난 7월 AJ렌터카 상장 때는 한국증권이 실권주 71만9860주(50억3902만원)를 가져갔으며 신영증권과 하나대투증권도 각각 34만3425주(24억397만원), 20만9440주(14억6608만원) 규모의 주식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받아갔다. 같은 달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엠씨넥스 때도 2만3826주(3억5739만원)어치의 실권주를 한국증권이 떠안았다.

한편 올해에만 두 곳의 해외기업을 상장시킨 하나대투증권의 행보는 업계에서도 화제다. 지난해 중국고섬 사태 이후 '해외기업 디스카운트' 현상이 극에 달했음에도 일본 SBI모기지의 코스피 상장을 밀어 붙였던 이 증권사는 결국 150억원 이상의 실권주를 의도치 않게 갖게 됐다.

그러나 지난 5월 5000원대 초반이었던 주가는 9월 이후 반등하기 시작해 지난달 13일 1만900원까지 상승했다. 이 증권사는 6개월의 자진 보호예수 기간이 종료된 이후 지난달 초까지 두 차례에 걸쳐 상당량을 처분했다.

이 증권사 관계자는 "공모가 이하에서는 절대 팔지 않겠다는 게 회사 방침이었다"며 "보호예수 기간이 끝났고 다행히 주가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해 손해를 보지 않는 선에서 대부분 매각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SBI모기지는 다른 상장사에 비해 5배나 많은 5%를 주관사 수수료로 제시해 주관사에 30억원 가까운 수익을 안겨줬다. 같은 코스피 상장사인 휴비스가 더 비싼 공모가와 큰 공모규모에도 불구하고 대우증권에 19억6000만원을 지불한 것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금액이다.

하나대투증권은 지난달 같은 SBI그룹 계열사인 SBI액시즈의 상장 주관을 맡았으며 오는 17일 코스닥 입성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