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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와 불멸의 뱀처럼…경제위기 속 은행별 해외전략

숙원달성 목전 불사 저력·길목장악 실속영업 추진 눈길

임혜현 기자 기자  2012.12.06 10:5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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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세계경제 침체 속에 새로 밝아올 뱀의 해. 내년 한 해는 은행권 실적 악화가 본격화하면서 각 은행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임금 삭감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은 물론, 실제로 명예퇴직을 단행한 외국계은행도 있다. 하지만 실적이 줄 수록 해외시장에 대한 관심은 높아져만 간다. 포화 상태인 국내 시장에서 답이 없기 때문에 시선이 더더욱 밖으로 향하는 셈이다. 불황 찬바람 속에 움직임이 둔해진 뱀 신세에서 어떻게 따뜻한 낙원을 찾아 몸을 움직이고 있는지 살펴봤다.

불멸의 에너지로 숙원사업 목전에? 어려운 상황 속 '정중동'

5일 이팔성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의미있는 발언들을 많이 쏟아냈다. 신입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계열사 합동 연수에서는 "회사는 학교가 아니다"라면서 긴장감을 갖고 성실하게 업무에 임할 것을 강조하는 한편 직원 급여 삭감 가능성 언급, 실적 위기에 대한 우려 등을 피력했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이 5일 의미있는 발언들을 여럿 쏟아냈다. 미주 진출이라는 단일 이슈 뿐만 아니라 성장 동력 마련을 위한 대외 공략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서도 이 회장은 "미국 LA한미은행 인수를 재추진하고 있다"고 언급해 눈길을 끈다. 이미 2010년 추진 등에도 불구하고 뜻을 이루지 못했던 사안을 다시 꺼내든 것.

미 당국의 인수 허가를 위해서는 우리아메리카은행의 경영등급이 적정 수준을 기록해야 하는데 내년 2~3월에는 등급 조정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설명이다.

이 회장의 이번 발언은 세계 금융사를 볼 때 주요 은행의 등장은 내부 성장보다 인수·합병에 힘입은 바 크다는 결론 때문. 심지어 10배 몸집 차이를 극복하고 큰 은행을 인수한 HSBC-미들랜드 은행 사례에 주목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공격적이고 자신감있는 태도를 보이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이번에 인수에 성공하면 부족한 점을 채워 와신상담한다는 의미가 있다. 우리카드 분사, 지주제 추진 등 여러 이슈에서 오래 공을 들이며 그룹 발전 에너지 마련에 애써왔는데 이제 실질적 성과를 거두는 문이 본격적으로 열린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지혜와 직관력의 뱀…새 먹거리 찾고 길목 짚어내 똬리틀기도

외환은행의 경우는 상황이 다소 다르다. 론스타가 대주주이던 시절 붕괴된 미국 영업망을 부흥시키려던 계획에 브레이크가 걸렸던 상처를 딛고 이제 다시 시동을 거는 모양새다. 외환은행은 외국환전문은행으로서의 명성 회복에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보고 미국 영업망 재구축 작업에 나섰으나, 하나금융이 BNB파이낸셜 인수에 성공하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긴 바 있다.

이에 따라 영업망 중복 우려가 부각됐다는 평가가 뒤따랐으나 지난달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에 우리나라 금융회사 최초로 지점을 개설하며 아프리카 진출의 거점을 만드는 등 새로운 이슈를 찾아 나서고 있다.

필리핀 지역에는 클락지점 등 2~3개 지점을 추가하고 인도 첸나이에 내년 상반기쯤 지점을 개설할 예정이다. 아울러 남미로 진출하는 우리 기업이 증가함에 따라 기존 브라질, 칠레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로 무대를 넓힐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은행 직원이 세계 각국의 돈을 펼쳐 보이고 있다. 외환은행은 하나금융그룹 인수 후 미국 영업망 재구축이 실패하는 등 손발이 다소 안 맞는 상황을 겪기도 했으나, 다각도로 해외 진출을 모색, 그룹 전반 시너지 극대화의 공신으로 역할을 다하고 있다.
미국에서 미주외환송금서비스를 운영, 기능 부족을 메우며 노하우를 쌓아온 외환은행은 5일(현지시간) 독일에 송금·무역금융을 맡을 '유로센터' 설립하는 등 형태를 가리지 않고 적재적소에 필요 기능을 배치하는 데 유연성을 보이고 있다. 터키 이스탄불에는 한국계 은행 최초로 이스탄불 사무소를 개설했다.

이는 윤용로 행장이 "외환은행의 전통과 역량을 회복하겠다"는 대전제를 확인하는 입장이면서도 "현재 11%인 당기순이익 기준 해외수익 비중을 2015년까지 15%까지 끌어올릴 것"이라며 직원들의 분발을 독려하는 '용인술'을 구사하는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

전통에는 자부심을 갖되, 흘러가 버린 과거나 불필요한 자부심에는 연연하지 말고 새 먹거리를 적극적으로 찾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조준희 행장이 이끌고 있는 기업은행 역시 지혜로 해외 영업을 노크하고 있는 경우다. "모든 곳에 나갈 수 없기 때문에 중요한 곳에 나간다"는 조 행장의 방침이 네트워크 구축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세계에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전략으로 호주 ANZ은행, 스페인 산탄데르은행 등 세계 주요 은행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최근에는 중국은행(BOC)과 유대를 강화하면서 '길목'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전략을 통해 역량을 낭비없이 적재적소에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해외 진출 기업들의 애로사항 해소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실속있는 은행으로 자리매김할지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