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자본자유화가 확산되면서 급격한 외국 자금 유출입으로 우리 경제가 쇼크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 또한 높아지고 있다. 환율 전쟁으로까지 불리는 환율 신경전으로 우리 기업들의 수출 애로 사항이 늘고 있는 가운데, 당국의 환율 개입과 조작 등을 둘러싸고 국가간 갈등 역시 높아지고 있다.
미국 재무부가 근래 우리 당국의 환율 개입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외환 규제 3종 세트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향후 외국 자본의 이탈로 공동화에 빠질 것인지 시선이 쏠리고 있는 것.
◆FTA 효과? 직접투자 느는 등 일부 자금 이탈에도 전반적으로 평온
지난해 국내 외국계 기업은 배당을 크게 늘리며 재투자를 줄이는 경향도 드러나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3일 내놓은 '수익재투자를 반영한 우리나라 직접투자 동향'을 보면 외국이 우리나라에 투자한 기업의 수익재투자(부채)는 지난해 54억1000만달러로 2010년 90억2000만달러에서 크게 줄었다.
수익재투자가 많다는 것은 이익금을 본국 송금 없이 현지에 재투자한다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 부문에서 자금 이탈이 일어나고 있어 이것이 심해지면 자금 공동화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
하지만 11월 당국이 작성한 '최근 외국인직접투자 동향'에 따르면 직접투자쪽이 늘고 있어, 이 같은 자본의 이탈 상황을 상쇄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후인 3월15일부터 9월30일(3분기)까지의 외국인직접투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61억3000만달러)에 비해 68.6% 증가한 103억3000만 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보고서에서는 나타났으며, 이 같은 투자 증가는 주로 중화권과 일본, 미국 등으로부터의 투자가 늘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3일(현지시각) 자본자유화와 자본이동관리에 관한 보고서를 통해 "그동안 자본자유화가 점진적으로 추진돼 왔으나 완전한 자본자유화가 항상 모든 국가에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면서 우리의 외환규제 3종 세트 등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려 주목된다. IMF는 북유럽 국가와 함께 우리나라의 자본유출입 제한제도를 우수사례로 언급했다. 우리나라는 △선물환 포지션 규제 △외국은행 채권투자 과세 △외화부채 관련 거시건전성 부과금 등 외환규제 3종 세트를 도입했다.
자본이동관리 분야에 관한 국제적 프레임워크를 고안, 발전시킬 필요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와 같은 우리 당국의 모니터링이 과도한지에 대해서 일단은 글로벌 스탠다드를 크게 벗어나는 상황은 아니라고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다.
◆모니터링 세부적 도구 강화 등 추진 필요 있어
하지만 자본 유출입 상황을 현재와 같은 추세로 방치할 수는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따라서 과도하게 타국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모니터링 기법을 강화해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대두되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인 증권투자 자금의 유출입도 투자상품별로 나누어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기획재정부가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외국인 증권투자에 대한 모니터링 체계를 투자상품별로 세분화하도록 개선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현행 외국환거래법령상 외국인은 국내 원화증권에 투자하고자 할 경우, 외국환은행에 투자전용계정을 개설하고 이를 통해서만 투자자금의 유출입이 가능하다. 그러나 투자전용계정이 투자상품별(주식, 채권, 파생 등) 구분없이 통합하여 관리됨에 따라 증권투자 관련 자금의 유출입을 투자상품별로 나누어 파악하는 것은 어려웠다는 한계가 있어 이를 보완하려는 구상이 나온 것이다.
이에 따라 대외불안요인 발생, 대규모 국채만기도래 등의 경우 대기자금 동향 및 금융․외환시장에 대한 영향을 분석에 정확도가 높아질지 주목된다.
글로벌 경제 위기가 좀처럼 빠른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제도적 보완에 당국이 잰걸음을 보이고 있는 상황, 그리고 투자 매력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방증이 나타나는 점 등은 고무적이다. 이를 밑천으로 내년도 자본자유화 물결 속에서 해외 자본과 벌이게 되는 진검승부는 올해처럼 쉽지는 않은 상황이라는 기본 상황에서는 유사할 전망이다. 다만 한층 체력 안배에 자신감을 더 가져볼 만 하다는 점에서 기대를 가져볼 여지는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