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늘어나는 '철새설계사'…보험사 대안은?

'수당'은 일시적 유인책, 체계적인 교육으로 '비전' 심어야

이지숙 기자 기자  2012.11.30 17:32:35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2011년 초 한 대형생명보험사와 보험계약을 맺은 A씨는 최근 보험계약 상황을 확인하려하다 자신의 담당 상담사를 몰라 고생을 해야 했다. A씨는 2011년 초 보험설계사인 지인의 소개로 변액보험 상품에 가입했다. 이후 1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고 변액보험에 대한 좋지 않은 소식이 계속 들려오자 A씨는 자신의 상품에 대해 확인해보고 싶어 지인에게 다시 연락을 시도했다. 하지만 보험가입을 권유한 지인은 이미 해당 보험사를 퇴사한 상태였다. 콜센터에 전화해 해당 상황을 물었지만 속 시원한 해답은 듣지 못했다. 지인의 부탁으로 보험에 가입했지만 해당 설계사의 퇴사로 '고아 고객'이 돼버린 것이다.

소속 보험사를 계속 옮겨 다니는 '철새 보험설계사'가 대형 보험사에서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교보생명의 지난 9월말 설계사 정착률은 38.4%로 2011년 9월말 42.5%에 비해 4.1%p 하락했다.

이외 삼성생명, 대한생명도 전년동기대비 설계사 정착률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손보사의 경우에도 삼성화재, LIG손해보험 등이 전년동비대비 설계사 정착률이 감소했다.

◆설계사 정착률 여전히 저조…50% 미만 수두룩

정착률은 보험설계사들이 한 회사에서 1년 이상 활동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13회차 설계사 비중이 낮을수록 1년 안에 퇴사하는 설계사들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1년 안에 보험사를 떠나는 철새 설계사들이 많을 경우 '고아 계약'이 많아져 소비자가 피해를 볼 우려가 많다.

   
보험사 관계자들은 설계사 정착률을 높이기 위해선 일시적인 '수당 인상' 보다는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비전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금감원이 발표한 9월말 기준 각 보험사별 13월차 설계사 정착률을 살펴보면 대형생보사 '빅3' 모두 6개월 전보다 설계사 정착률이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한화·교보생명 생명의 9월말 기준 설계사 정착률은 각각 38.7%, 48.3%, 38.4%로 나타났으며 6개월 전보다 △2.5%p △1.2%p △2%p 하락했다. 작년동기대비 비교해 보아도 삼성생명은 △2.5%p 한화생명 △3.2%p 교보생명 △4.1%p 정착률이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손보사의 경우에도 비슷하다. 삼성화재는 같은 기간 48.5%의 설계사 정착률을 기록해 전년동기대비 △0.2%p 감소했으며 LIG손해보험은 47.4%로 전년동기대비 △3.3%p 하락했다. 반면 현대해상은 50.5%를 기록, 전년동기대비 2.3%p 정착률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소형사의 경우 여전히 20%가 안되는 정착률을 보였다. 생보사의 경우 9월말 기준 현대라이프 18.3%, 우리아비바생명 17.5%, KB생명 17.7%, 동양생명 18.3%로 낮았으며 손보사의 경우에도 롯데손보 37.9% ACE손보 14.3%, 차티스손보 30.1%가 낮은 정착률을 보였다.

보험사들은 설계사들의 이직률 상승해 대해 보험사의 엄격한 관리와 보험설계사들의 잘못된 이직 관행이 낮은 정착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불완전판매 등에 관한 관리가 엄격해 지다보니 이를 버티지 못한 설계사들이 좀 더 영업이 수월한 곳으로 옮기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며 "또한 최근에는 수당에 따라 팀전체가 회사를 옮기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회사도 결국 사업비 부담, 관리 중요성 대두

한편, 설계사 정착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회사 적응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장기간에 걸친 교육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높은 수당으로 설계사들을 모집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영업을 잘 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상품과 교육으로 비전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한생명 관계자는 "회사 상품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 1~2만원의 수당으로 이직을 택하진 않는다"면서 "설계사들을 위해 사내 교육방송을 제작한 뒤 각 지점에서 방송하고 고객서비스, 자격증 시험 등에 대해서도 모바일을 통해 수시로 공부할 수 있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시적으로 모집을 위해 수당을 높여 설계사들을 끌어 모은다면 결국 회사도 높은 사업비가 부담되고, 그만큼의 모집수당을 지급하지 못하게 됐을 땐 다시 설계사들이 떠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현대해상의 경우 설계사 정착률을 중요한 지표로 삼고 신입설계사들을 세분화해 밀착 관리한다고 밝혔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설계사들을 입사시기에 따라 3분야로 나눈 뒤 각각 맞춤형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1년 동안 꾸준히 단계별 학습으로 설계사들의 적응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부 교육 외에도 선배 설계사들이 '멘토링' 제도를 통해 신입 설계사와 현장에 함께 나가 고객 보험설계를 돕고 있다"면서 "기존 설계사들에게도 타블릿PC, 보험판매왕의 노하우 교육 등을 통해 필요한 부분 지원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