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수차례 이슈로 부각된 바 있던 수출입은행은행과 무역보험공사, 정책금융공사 등 대외정책금융기관간 통합 문제가 정권 말 다시 관심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10월16일 국회 기획재정위는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대외정책금융기관의 기능재편 방향'을 '2012년 주요 정책쟁점'을 제시했다. 여기에 29일 무역보험공사가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의뢰해 발표한 '한국 산업 및 금융발전에 따른 K-sure의 역할과 과제' 연구보고서가 역할 분담 필요성을 강조, 통합 반대를 위한 명분 쌓기를 한 것이라는 해석론도 부각되면서 대외정책금융기관의 통합 여부에 새삼 시선이 쏠리고 있다. 수출입은행 역시 영역 확대에 계속 관심을 보여 왔다는 점에서 이 같은 유사기관간 갈등 해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할 수 있다.
◆'반대를 위한 반대'는 과도한 해석론?
이번 무역보험공사의 보고서 발표는 '보험, 보증을 통한 간접금융 역할을 하는 K-sure(무역보험공사)는 직접대출업무를 수행하는 정책금융기관과 명확한 역할 분담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를 오롯하게 정권교체기 정책금융기관들의 통폐합 면하기 이론 개발로 볼 것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 수출신용보증국은 오랜 전통과 노하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혁 요구를 끊임없이 받으며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외정책금융기관들간 진통은 이런 외국의 발전 노력에 비춰보면 자연스러운 충돌 범주 내에 들어 지나친 확대해석은 지양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
오히려 대외정책금융기관들은 시대 변화로 인한 역할 모델 변화로 혼란스러워 하거나 영역 중복으로 곤란을 겪고 있기는 하지만, 새로 부과된 이슈 찾기에 나름대로 적극적으로 각개 격파를 해 나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그런 자리찾기 과정에서 정권 말 리스크에 방어적인 태도가 겹치면서 현재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풀이된다.
이는 수출입은행의 역할이 포지티브 방식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변화돼야 한다는 논의가 근래 불거진 점에도 연결지어 볼 수 있다. 수출입은행이 정책금융공사 등 타기구와 계속 영역 마찰을 빚는 상황과 전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대외정책금융기관간 업무 영역 마찰, 부정적으로만 볼 것인가?
하지만 이는 업무의 중첩적 처리 가능성이 반드시 비효율이나 부작용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반드시 백안시할 것인지 재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업무 중복 가능성이 있는 모든 부분에 기구간 합병(통폐합) 가능성을 바로 연결지을 만큼 '통합=만병통치약'인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구매자신용(우리나라의 재화 또는 서비스를 수입하는 외국의 구매자가 자금을 빌릴 때 우리나라의 공적수출신용기구에서 신용을 보강하는 일)이 무역보험공사의 전유물에서 수출입은행이 대외채무보증형태로 업무를 같이 보는 상황으로 변화한 바 있지만 당장 큰 문제로 부상한 정도는 아닌 것으로 평갇된다.
이는 일본의 국제협력은행(우리의 수출입은행)과 일본무역보험이 꼭 하나로 합쳐지지 않은 상황에서도 손발을 맞추어 거대한 프로젝트 사업 등에서 기능을 발휘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는 문제라는 지적이다.
일본 무역보험 홈페이지. 일본은 대외적으로 수출기업의 금융지원 필요 충족에 있어 국제협력은행과 무역보험이 협력 보조를 잘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반면, 꼭 대외적 기관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정책금융기관들 사이에 합병을 통해 거대통합기구를 탄생시켰지만 내부적으로 '화학적으로 결합하지 못한' 불합리 사례가 우려를 낳은 케이스도 있다.
예를 들어, 2008년 출범한 일본정책금융공고는 통합된 새로운 조직이기라기보다는 통합 대상 정책금융기관들이 각 사업별로 본부장 체제를 유지하는 등 문제점을 드러냈다(중소기업연구원, '일본정책금융기관의 개편 내용 및 정책적 시사점' 논문 특히 106~107쪽, 2009년 12월).
따라서 현재 일부 대외정책금융기관간의 업무 갈등을 통폐합만으로 모두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현재 새 역할에 대한 모색 과정을 모두 현재 상황의 유지라는 조직이기주의로 저평가할 것도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진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수출입은행의 포지티브 대 네거티브 업무 범위 논쟁(할 수 있는 일을 좁은 틀로 규정할 것인가 혹은 네거티브식으로 해서는 안 될 일만 제한하고 가능성을 열어줄 것인가)에서 드러났던 것처럼 해외 기구들에 비교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문제를 풀다 보면 제도 변화와 이로 인한 역할 재정립은 감수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올 수 있다.
또 지원이 부실한 가운데 영역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상황에 내몰리다 보니 기관간 협력보다 소극적 태도를 보일 수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예를 들어, 무역보험공사 같은 경우 무역보험기금의 배수가 과거에도 선진국 대비 너무 높다는(기금배수는 보험책임잔액/기금누계로 구하며 이 값이 높다는 것은 보험사고 가능성을 적은 규모의 자본으로 막는다는 방증이다. 즉 보험사고 감당의 여력이 그만큼 약함) 지적이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2008년 국회예산정책처가 내놓은 '수출보험기금 운용의 문제점과 개선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이때에도 기금배수가 이미 나빴는데, 이 문제가 2012년 무역보험공사 국정감사에서 재부각될 때까지 문제 개선이 되지 못한 적이 있다. 이는 2009년경 중소 조선사의 RG(refund guarantee)보험으로 인한 손실로 크게 줄었던 점을 국제금융위기 여파 속에서 미처 보충, 해결하지 못한 점에 있지만 전체적인 관심 부족이라는 평가가 유효하다.
따라서 플랜트 사업권 유치 등 국제 무대에서 각국 개별 기업들이 대외정책금융기관들의 도움을 얻지 못하면 안 되는 새로운 사업 환경이 도래한 상황에서,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정책금융공사 등 기구간의 갈등이나 역학 문제(힘겨루기)에만 초점을 맞춰 이슈화하는 것은 미시적 관찰에서라면 몰라도 거시적으로는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이 같은 시각 교란은 우리 대외정책금융기관 일반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뿐더러 정치적 검토에서 장고 끝 악수를 빚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경계 필요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