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영 기자 기자 2012.11.30 12:14:26
[프라임경제] "유효수요 자체가 없다.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추진할 이유가 없다." 올해 IPO 시장 최대어로 등극할 뻔 했던 포스코특수강이 시장의 냉대를 견디지 못하고 상장추진을 중단했다. 이달 초 상장한 CJ헬로비전이 공모주 흥행에 참패했을 때만해도 회사 측은 "계획대로 밀고 나가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었다.
그러나 29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마감한 직후 험악해진 분위기는 이튿날 '상장추진 중단 선언'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철강 시황 악화로 모기업인 포스코(005490)가 신용등급 하향조정과 주가 하락 등 총체적 위기를 맞은 가운데 공모가 거품 논란까지 불거지자 회사 스스로 상장 계획을 접은 것이다.
◆실적, 공모가 논란 다분 '못난이 종목'
포스코특수강의 상장철회 가능성은 일찌감치 불거졌었다. 철강업계 부진으로 실적 부진에 빠진데다 공모가가 너무 비싸다는 투자자들의 볼멘소리가 적지 않았던 탓이다. 특히 모기업이 힘든 상황에 몰린 것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포스코특수강 CI. 30일 회사는 "수요예측 결과 국내외 증시 불확실성과 철강 업황에 대한 우려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등 회사 가치를 적정하게 평가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했다"며 "이번 공모를 추후로 연기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재공모 추진여부를 향후 시장 상황을 고려해 결정할 계획이다. |
피치는 지난 26일 포스코의 장기 신용등급을 종전 'A-'에서 'BBB+'로 한 단계 낮췄고 지난달에는 S&P와 무디스가 각각 회사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A3'에서 'Baa1'으로 하향조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회사의 추가 상장을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업계의 반응은 분분했다. 일단은 '포스코패밀리' 차원에서 신규 자금조달을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렸다. 문제는 시장의 반응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오히려 CJ헬로비전 때보다도 분위기가 냉랭했다. 회사는 당초 주당 2만8000~3만3000원을 희망 공모가 밴드로 제시했었다.
29일 IB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특수강은 이날 마감한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 기대에 크게 못 미친 성적을 거뒀다. 회사는 최근 싱가포르, 홍콩에서 진행된 기업설명회에서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미달은 가까스로 면했지만 수요 자체가 없다고 보면 된다"며 "기관들이 제시한 공모가격이 희망 가격 최하단에도 크게 모자란 2만원 수준에 그쳤다"고 귀띔했다.
그는 또 "회사의 연내 상장의지는 무척 강하지만 투자자들이 제시한 가격 수준과 회사가 예상한 금액이 너무 차이가 커 비관적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내년 3월까지 상장 못하면 '최악 상황'
포스코특수강의 재상장 추진 시기는 현재 불투명하다. 당초 연내 상장을 강하게 밀어붙였음에도 보수적인 투자자들의 벽을 넘지 못한 탓이다. 업황이 눈에 띄게 개선되지 않는 이상 다시 상장을 추진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일단 마지노선은 내년 3월이다. 이때까지 상장하지 못하면 회사는 예비심사부터 다시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러나 올해 실적 전망도 좋지 않아 사실상 내년 상반기 상장도 불투명하다는 의견이 많다.
성현욱 포스코특수강 대표. 성 대표는 29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기업공개를 통해 베트남 사업 경쟁력 강화 등 글로벌 특수강 시장 선도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초석을 다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의 싸늘한 벽을 넘지 못한 포스코특수강은 내년 상반기 이후로 상장계획을 보류하게됐다. |
공모주 투자자들이 상장 후 최소 10~20%의 주가 상승률을 기대한다는 점도 공모 실패를 부추겼다. 수요 예측에 참여한 기관들 중 국내 기관이 1만5000원대, 대부분 2만원대를 약간 웃돈 가격을 써낸 것도 이 같은 불확실성을 대변한 것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모기업의 이름값을 짊어진 포스코특수강의 자존심 역시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한편 이번 사태를 맞아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이 증권사는 올해 업계 가운데서도 가장 많은 8개 업체의 상장 주관을 담당하며 돋보였다.
그러나 이 가운데 패스트퓨처브랜즈, 엠씨넥스가 줄줄이 상장계획을 철회했고 AJ랜터카는 청약 미달 사태를 빚었다. 포스코특수강까지 더하면 고객사 중 절반이 제대로 상장 절차를 밟지 못하면서 체면을 구긴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