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은행에 돈을 꾸역꾸역 넣지만 은행을 믿지 못하는 세대, 언제든 훌쩍 다른 은행으로 떠날 수 있는 금융유목민세대가 등장하고 있다.
부모세대의 도움없이 중산층이 될 수 없는 첫 세대인 397세대(30대, 90년대 학번으로 70년대생)가 등장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 397세대의 하단 부분과 이 세대와 바통터치를 시작하는 80년대생에서 이 같은 경향이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 젊은층의 은행 불신 현상에 대한 해법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에코세대, 베이비부머세대의 자녀층으로 베이비붐의 메아리에 해당한다고 해서 이 같은 이름을 얻고 있다. 에코세대(79년생~85년생. 제2차 베이비붐세대)는 전체 인구의 10.6%, 510만명에 해당하는 큰 인구군을 형성하고 있으며 회사생활을 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는 등 경제일선의 저변을 떠받치는 층이다.
하지만 이들이 금융이나 자산관리와 관련, 은행원(더 나아가 은행)에 대한 신뢰를 좀처럼 하지 못하며 미래설계를 사실상 포기하고 있는 점은 문제로 꼽힌다. 특히 국민연금 고갈 가능성 등으로 개인별 노후준비 등 준비를 더 탄탄히 해야 할 세대라는 점에서도 해법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높다.
어쩔 수 없이(?) 은행에 돈을 맡기지만 은행원들의 조언은 별로 믿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이런 경향이 특히 '510만 에코세대' 등에서 두드러지고 있는 점이 여러 은행 관련 연구소들에서 포탁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사진은 일선 은행 창구 고객 상담 모습. |
◆보고서마다 '충성도 낮고 작은 차이 따라 은행 갈아타는 층' 포착
현재 이 같은 젊은층 특히 에코세대의 경향을 반영하는 최근 보고서는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국내 금융소비자의 금융이용 행태'(27일)와 KB경영연구소의 '에코세대의 라이프 금융플랜 분석'(28일 발표) 등이나 한국인의 금융유목민현상이 다른 나라 소비자보다 강함은 이미 다른 연구에서도 포착된 바 있다(예를 들어, 언스트앤영이 9월에 내놓은 '2012년 은행 고객 동향 조사').
하나금융연구소는 연령별, 자산규모별로 조사 결과를 내놓고 있는데 여기서 Y세대(29~38세)를 폭넓게 잡고 있고, KB경영연구소는 에코세대를 특정(33~27세)해 하나금융의 Y세대가 보이는 특질 중 일부와 에코세대 연구 결과를 함께 이해하면 일정한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하나금융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금융소비자는 여러 은행과 거래하는 것이 보편적이며, 가장 많은 돈을 예치하는 은행과 평소 자주 이용하는 은행이 불일치하는 비율도 3명 중 1명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Y세대의 경우는 이 같은 불일치 비율이 40%로 높다고 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
이는 언스트앤영 보고서 등에서도 나타나는 것으로, 특히 Y세대는 상품성을 은행 상품 선택에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생각하고, "은행마다 다 똑같다"는 냉소적 시각 대신 은행별로 상품 차이가 분명 존재한다고 믿는 비율이 가장 높다.
◆보수적? 안정지향형? 그러면서도 다른 금융영역 관심 높은 사정 알고보니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Y세대가 △증권사 상품 보유(40.3%)나 △보험사 상품 보유 비율(74.5%) △신용카드사 상품 비율(72.3%) △저축은행 상품 비율(24.7%) 등에서 볼 때 다른 세대보다 금융자산이나 금융상품 보유갯수에서는 밀리면서도 다른 세대 못지 않게 여러 영역에 활발하게 상품 보유 비율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KB금융 보고서가 에코세대의 자산 포트폴리오가 예금 및 적금(60.8%) 혹은 보험(20.6%)과 같은 안정성에 편중돼 있는 현상과 함께 살펴 볼 때, 유의미한 추측을 할 수 있다.
Y세대 내에서도 에코세대가 상대적으로 보수화, 안정지향화 경향을 보이거나 에코세대를 포함한 Y세대가 안정지향형이면서도 조금이라도 높은 금리를 찾아 저축은행에 관심을 보이거나, 같은 맥락에서 한때 2009년경 유행한 증권사 CMA 열풍에 따라 이를 대거 보유한 것이 아직 통계에 유의미하게 포착됐을 가능성(지금은 상황 변화로 거의 휴면계좌로 방치됐을 가능성) 등을 추론할 수 있다. 아울러 카드로 일단 빚을 져가면서 소비 생활을 하고 급여로 막는 패턴이 이 연령대에서 일반화된 게 아니냐는 점 역시 추측해 볼 수 있다.
즉 이들은 언제고 다른 상품, 또 다른 금융권역으로 파랑새를 찾아 떠날 수 있는 세대인 동시에 보수적이고 소극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에코세대가 금융부채를 보유했던(빚을 졌던) 경험이 많고 이 대부분이 학자금 대출 등으로 이미 대학 생활의 초입부터 경제적 격변을 겪거나(IMF 구제금융과 동시에 대학생활을 시작한 79년생, 98학번을 생각해 보라) 대학 시절 내내 더 나아가 사회 생활에서부터 빚을 갚으며 경제적 위기에 일상적으로 허덕인 경험이 세대 집단에 트라우마를 남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그토록 안정지향형이면서도 부동산으로 돈을 버는 대신 금융으로 돈을 모아야 할 것으로 자신 세대의 미래를 생각하는 경향이 높지만(20.5% vs. 45.1%), 월저축 내용을 보면 예·적금 비중이 높아 자산증식 가능성은 사실 적은 모순에 빠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에코세대는 종잣돈 마련 역시 50000~1억원 정도로 보는 비율이 높고 5000만원 이하 종잣돈 인식 비율도 상당한 가운데, 별다른 도움이나 다른 증식 재주 대신 급여를 모아서 종잣돈을 마련하려는 비중 역시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30대 이하 그 중에서도 에코세대에서는 부모 지원 없이는 경제적으로 자리를 잡는 게 어려우며 부모 부양을 책임질 능력도 없는 동시에 스스로 기반 자금을 마련해야 하며 이는 별다른 증식 수단 없이 급여 중 일부를 모으는 식으로 보수적 접근을 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런 성향은 자신의 노후 준비는 언감생심이라는 결과로 이어진다.
에코세대는 에코 세대는 '삶의 목표에 맞는 자금계획'을 의미하는 생애재무설계에 대한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해서는 69.4%가 공감하나, 10명 중 7명(71.8%)은 계획을 세워본 적이 없었다.
특히 이들 7명 중 44.1%는 향후에도 생애재무설계 계획이 없는 것으로 조사돼 에코세대의 생애 자금계획 수립에 대한 인식전환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조사에서 Y세대(30대)의 은행원 신뢰도는 각연령대별 가장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 이 세대가 은행에 대한 불신과 자기 정보 취급-창조 경향이 두드러진다. |
KB경영연구소 조사에서 나타난 에코세대의 상품가입유발 통계. 은행원을 정보 수집 경로로는 보지만, 막상 가입으로 연결되는 효용성에서 이전세대 고객군보다 떨어진다는 풀이다. |
◆"은행원에 대한 신뢰도 낮고 가입유발 효과 낮아" KB, 하나硏 모두 지적
결국 은행원에 대한 신뢰도가 낮고 상품별로 차이점이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인터넷 등에 익숙한 강점을 통해 스스로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상품을 고르는 데 투자하고 있지만 적은 보유자산과 현재 금융시장 환경 등으로 자산을 형성하고 노후의 준비 시작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체와 상품 가입 현황 등으로 단순히 주거래 고객을 파악하고 관리해 오던 금융사의 경영전략도 변화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1년 이내라도 금융상품을 해약하고 돌아서는 금융유목민 경향이 실제 통계적으로도 유의미하게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브랜드만으로 영업 강점을 누리겠다는 접근법은 앞으로 가면 갈수록 한계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다만, 차별화된 상품의 매력 포인트에 어느 층보다 열광적으로 반응할 것도 이들 Y세대 내지 에코세대이므로, 저금리시대가 일반화된다고 해서 무한한 출혈 경쟁으로만 대응할 게 아니라 상품개발로 이를 대응할 여지도 있다. 돌파구가 전혀 없는 세대는 아니라는 것이다.
젊은층이 현재 보수적 성향과 미래준비를 자포자기하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자산관리와 큐레이팅 필요성 인식은 높다. 은행원에 대한 신뢰도 제고와 함께 이 영역의 시장 개척으로 저금리시대 제로섬게임 대신 블루오션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더욱이 자산관리계획이나 온라인 큐레이션(온라인상에서 정보를 배열, 재배치해 가치를 창출하는 역할)을 받아야 할 필요성을 인지는 하고 있으며, 온라인 큐레이션의 적임자로 정부기관(49.3%)을 일반금융기관(18.9%)보다 월등히 높게 본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앞으로 어느 성향의 정부가 들어서느냐에 따라서 정부기관에서 이를 맡고 나설지가 일단 불투명하다. 또 이 같은 기능에서 당국의 역할 크기가 매번 정권 교체기마다 좌우되며 바람을 타는 것도 적당치 않을 뿐더러, 현재 금융 불신으로 인한 반작용으로 신뢰도가 낮은 것으로 본다면 공이 다시 시장으로 넘어갈 여지도 높기 때문이다.
결국 에코세대에 대한 은행 상품 공략은 과거와 같이 주거래은행 개념, 은행간이나 영업점간 금리 싸움으로 가서는 제로섬 게임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점이 국제경제 위기에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경쟁보다는 상품의 개별적 셀링 포인트를 찾고 자산관리나 온라인 큐레이션(디지털 큐레이션) 등으로 은행들이 신시장을 개척해 나갈 필요가 높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