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유달리 변동성 이슈가 기승을 부렸던 올 한해 글로벌 증시에서 우리나라도 예외일 순 없었습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세계적 경기불황 증시 전망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고 이와 맞물린 큰 변동성으로 어느 해보다 관측에 애를 먹었죠.
이런 이유로 종목별 투자포지션도 유연하게 잡아야했고 어느 해보다 목표주가를 하향한 종목도 많았습니다. 다만 투자자들은 세계 경제를 조망한 후 이에 따른 업체 분석을 진행해야하는 연구원들의 고충은 이해하면서도 각 증권사가 제시한 목표주가의 격차가 크다는 데는 너나 할 것 없이 불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증권사들이 목표주가를 높여 잡아 현재 주가와의 괴리율을 계산하는 것은 고려할지언정 증권사 리포트별로 차이가 날 때는 어느 장단에 맞춰 투자방향을 정할지 애매하다는 이유에서죠. 투자자들의 이 같은 불만은 이달 증권사들이 내놓은 몇 개의 종목분석보고서만 손에 잡히는 대로 주워들어 들여다봐도 알 수 있습니다.
이달 초 이트레이드증권은 4분기부터 모바일게임 매출 급증이 기대된다며 모바일게임 '캔디팡'으로 유명한 코스닥상장사 위메이드(112040)의 목표주가를 7만8000원으로 산정했습니다. 그러나 KB투자증권은 같은 날 위메이드의 목표주가로 5만6000원을 제시했죠. 3분기를 저점으로 실적 반등이 예상된다는 것입니다. 두 증권사의 목표주가 갭은 무려 40% 정도인 2만2000원에 이릅니다.
또 같은 날 이트레이드증권은 휠라코리아(081660)에 대해 부진한 의류 업황을 감안해도 성장성에 비해 주가 하락 폭이 크다며 목표주가 10만원에 매수를 권했으나 하나대투증권은 3분기 실적 부진전망을 이유로 들며 7만8000원을 이 업체의 목표주가로 잡았습니다. 양 증권사가 제시한 목표주가 차이는 2만2000원입니다.
일반적으로 목표주가는 증권사들이 반년 이내 이를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는 종목의 주가 최고치로, 증시 환경을 고려한 적정 추정치를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동일한 환경에서 같은 조건으로 측정한 예상치에 이렇게나 큰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에 대해 S증권사 한 선임연구원은 "목표주가는 기업 순익을 추정해 산출하므로 연구원이 기업 경영성과를 어떻게 가늠하느냐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일 수 있다"며 "기업 성과는 회계처리 방식이나 현금흐름 등 경영스타일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이 선임연구원의 말도 맞죠. 그러나 눈치 빠른 투자자는 누구의 부연 없이도 어렴풋이 짐작하듯이 증권사의 목표주가 산정에는 불편한 속사정도 숨겨져 있습니다.
주식 매수를 권해야 하는 입장인 증권사 연구원들은 어지간하면 목표주가를 높게 잡아 분위기를 띄워야 하고 상장업체와의 관계유지 차원에서 큰 악재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우호적인 리포트를 작성해야 하는 이유도 존재하는 것이죠. 물론 이 같은 사실이 모든 증권사에 통용되는 얘기는 아니지만 상당수 증권사 연구원들은 이러한 리서치 영업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네요.
이니셜 사용조차도 자제해달라고 극구 요청한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시장상황을 고려한 상대적 밸류에이션(가치대비 주가수준)의 차이와 수급상 불균형, 예상을 벗어난 실적부진 등이 장래 주가분석을 어렵게 하는 최대 요인"이라고 절절한 고충을 토로했습니다.
이어 "예를 들면 중소형종목의 경우는 애널들 역시 최근 시장테마나 이슈를 추종하는 부분이 있고 실적개선 종목을 중심으로 발굴, 분석하지만 업체가 제공한 정보대로 개선을 이끈 히트작의 마땅한 후속타가 나오지 않아 애를 먹는다"고 부연했습니다.
특히 이 센터장은 "아는 분들은 이미 다 알고 있겠지만 이런 이유 외에 현실적으로는 기관 등 법인대상 영업의 비중이 크다는 이유도 있고 업체와의 유착도 일정 부분 작용한다"는 속내도 털어놨습니다.
자신이 없거나 잘 알지 못해서 목표주가가 어긋나게 되는 다소 순수한 이유도 있습니다. 역시 이니셜 사용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인 한 증권사 연구원은 "애널리스트들이 점쟁이도 아니고 향후 주가를 맞추기 바라는 건 투자자들의 과도한 희망사항"이라며 "그래서 '대략 이 정도의 주가면 목표로 잡을 여력은 있다'는 의미에서 목표주가라고 부르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또 이 연구원은 "목표주가 기재한 것을 두고 따지는 투자자들이 간혹 있어 이런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분석이 애매한 기업은 타 증권사 선임연구원들이 제시한 목표가와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거나 일부러 보수적으로 가는 일도 있기는 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D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벤트 해석 후 가중치와 리스크를 따져 목표주가에 깔끔하게 섞는 것은 전적으로 연구원의 개인자질"이라며 "연구원을 아무리 오래 해도 자신이 제시한 목표주가에 80% 이상 근접할 수준에 이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고 단언했습니다.
사실 이번 건을 취재하면서 어떤 유형으로 기사를 작성해야할 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무작정 세게 나가야겠다고 작정, 기획으로 작성했다가 연구원들을 만나고 얘기를 들은 후 금융투자업계의 각성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기자수첩으로 방향을 선회했었죠.
그러다 어느 정도 취재를 마치고 '누구에게 따지지도, 큰소리치지도 못하는 지극히 소시민적인 애널들'의 속사정을 공감한 후 같은 칼럼이지만 여기저기 따져 물을 필요 없이 업계 얘기를 전하는 '여의도25시'로 돌아서게 됐습니다. 돈 잘 버는 여의도 소시민과 가진 것 없지만 목청은 높은 대한민국 평균의 아저씨·아줌마들… 저는 그냥 평생 아저씨나 하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