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난달 인수합병시장의 매물로 등장한 이트레이드증권(078020)이 KT(030200)에 인수될 것이라는 소문이 일부 사실로 드러나며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사실상 LS그룹의 영향력 아래 있던 이트레이드증권이 범LG가(家)의 품을 벗어날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KT의 증권업 진출 여부를 두고 관련 주가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27일 KT에 이트레이드증권, 아이엠투자증권 인수추진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업계에서는 KT가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사업 진출을 목적으로 중소형증권사 인수에 나선 게 아니냐는 추측을 하고 있다.
이에 KT는 이튿날 정오께 "두 증권사의 지분매각과 관련한 자료를 수령해 인수여부를 검토한 바 있으나 현재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풍문으로 떠돌던 KT의 금융투자업계 진출설이 일부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이날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T는 이트레이드증권 매각 주관사인 KDB산업은행과 노무라증권으로부터 투자설명서를 받아갔다. 이 증권사는 지난달 시장에 매물로 등장했고 아이엠투자증권은 이보다 앞선 지난 8월부터 매각절차를 밟고 있다.
◆이트레이드, 범LG家 피인수 예상 깨나
키움증권에 이어 국내 2대 온라인 증권사로 꼽히는 이트레이드증권은 당초 범LG그룹 계열로 편입될 것이라는 예측에 무게가 실렸었다.
남삼현 사장을 비롯해 핵심 임원진이 과거 LG증권(현 우리투자증권) 출신이라는 점, 현재 최대주주인 지엔에이 사모투자펀드(G&A PEF)에 범LG계열인 LS네트웍스가 핵심 구성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 부각된 까닭이다.
실제로 LS네트웍스는 2008년 9월 G&A PEF가 이트레이드증권을 인수할 때 전체 인수자금 3350억원 중 1/3에 달하는 1000억원을 투자하며 실질적인 인수주체로 나선 바 있다. 현재 이트레이드증권의 매매 가격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3500억~400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한 M&A업계 관계자는 "보통 제조업체의 경우 유상증자, 회사채 발행 등 자금조달 과정에서 자사 증권사가 있으면 상당히 유용하다"며 "LS그룹 뿐 아니라 금융사를 소유하지 않은 다른 대기업들도 이번 매물에 관심을 가질만하다"고 말했다.
이트레이드증권 역시 KT, LS그룹 뿐 아니라 다양한 후보군을 대상으로 매각 작업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인수 후보군으로는 KT를 비롯한 대기업 그룹사와 금융지주사, 외국계 기업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이 증권사 관계자는 "대주주가 연내 매각 협상을 마무리 짓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KT 뿐 아니라 여러 곳에 투자설명서를 보냈고 의견을 조율하는 중"이라며 "특정 기업과 인수 여부를 논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아이엠투자증권 매각에 현대그룹 '배후설'
이트레이드증권보다 앞서 시장에 매물로 나온 아이엠투자증권은 매각을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현대증권이 김신·윤경은 대표이사 투톱체제로 전환한 것을 두고 현대그룹이 아이엠투자증권을 인수하기 위해 마련한 포석이라는 루머가 퍼지고 있다.
이 같은 소문의 배경에는 윤 대표이사를 비롯해 과거 솔로몬투자증권 핵심 임원들이 현대그룹에 연이어 영입됐기 때문이다. 지난 7월 현대증권에 둥지를 튼 윤 대표이사는 솔로몬투자증권 대표 출신이다.
또 이남용 전 솔로몬투자증권 부회장과 최장렬 전 솔로몬저축은행 리스크관리본부장도 비슷한 시기 현대그룹 전략기획본부 2본부장과 현대투자네트워크 대표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글로벌 IB 입지 강화'를 내걸고 취임한 김신 사장을 6개월 만에 공동대표로 주저앉힌 것도 미심쩍다는 반응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현대그룹이 아이엠투자증권을 사들이고 대신 유동성 확보를 위해 현대증권 지분 일부를 매각할 것이라는 추측이 불거지고 있다.
한편 경기침체에 이은 금융투자업계의 극심한 불황이 알짜 중소형사의 연쇄 매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업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추가 매물이 등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브로커리지에 특화된 키움증권처럼 특정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증권사가 전무한 상황에서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며 "탄탄한 중소형사들이 매물로 나온다는 것은 업황이 바닥을 쳤다는 뜻"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