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27일 정부가 3차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25%씩 축소키로 했다. 이행시기는 내년 1월1일부터로 국내은행은 현행 40%에서 30%로, 외은지점은 현행 200%에서 150%로 조정된다.
선물환 포지션이란 은행의 자기자본 대비 선물환 보유액 비율을 말한다. 이 한도를 수정하는 조치는 흔히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나 외환건전성 부담금 등의 손질과 함께 '거시건전성 3종 세트'로 꼽힌다. 수출입 기업들이 환변동 위험을 피하기 은행과 환전 시점 환율을 현재 환율로 고정시키는 선물환 거래를 한다. 이 포지션을 줄일 경우 은행의 매수 포지션은 물론 기업의 매도 포지션이 줄면서 시중에 달러가 줄고, 환율 하락이 제한되는 원리다.
신중한 행보로 환율 문제의 대책 제시를 저울질하던 당국이 의미있는 조치에 나섰다는 것이 기본적인 해석이다. 하지만 그 뒤에는 속된 말로 '약발'에 대한 걱정도 뒤따랐다. 실제로 정부의 대책 발표에도 시장은 크게 반응하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이 상황에서 중간에 잠깐 다른 얘기를 더해 보려고 한다. 그렇다고 우리 당국의 환율 관련 태도가 밖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것도 아닌 것 같다는 점이다.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정하지 않았다는 이슈에 가려져 잘 부각되지 않았지만, 이번 미국 재무부 보고서는 우리 당국의 개입 정도에 대해 감시의 눈초리를 여전히 보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도 '버냉키의 한국 형제들'이라는 사설(현지시간 27일)을 내보냈다. 결론적으로 비판의 주력은 우리를 살짝 비켜갔지만, 공격을 위한 좋은 사례로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우리 정부의 환율 방어 정책 도입을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의 통화 정책이 세계 각국의 시장 개입에 단초가 됐음을 보여주는 사례쯤으로 인식하는 태도를 깔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시 이야기를 되돌려, 이번 조치에 대한 시장의 반응 정도에 원인 분석을 해 보면 이렇다.
지금의 원화 강세가 '양적 완화'라는 세계적 흐름에 따른 거시적 요인이 큰 만큼 원화 강세 기본 흐름을 막을 수 있는 효과보다는 환율 하락의 변동성을 줄이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선물환 포지션 한도 축소폭이 시장의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은지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포지션 한도가 많이 차 있지 않아서 한도가 축소되더라도 청산될 물량이 거의 없다는 분석도 있다.
간단히 말하면, 지금 글로벌 경제 사정은 기본적으로 우리 힘으로 전체적인 그림은 바꿀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즉 이번 조치는 물꼬 방향을 아예 틀 수 있는 센 수단도 아닌 게 '다 아는 사실'이 아니었냐는 것이다. 그런데도 너무 아껴 두고 비판은 비판대로 받는 상황에 몰리고 말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좀 더 일찍 카드를 꺼냈다면 시장에 일정한 신호를 주고 수출 전선의 기업들에게 희망을 주는 수단으로서의 의미라도 더 있었을 텐데, 실기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어차피 우리가 이렇게 '젠틀하게' 해도 환율 조작국 아니냐는 기본 의심은 늘상 뒤따르는데 말이다. 무역으로 먹고 사는 조그만 나라에서 외부 시선을 도외시할 수 없다는 건 안다. 하지만 너무 독불장군식으로 일을 저지르고 다녀도 곤란하겠지만, 틈나는대로 위협적인 시선만 보내도 충분히 알아서 쩔쩔매는 것으로 보이는 것은 더 문제가 아닐까, 지금 우리는 후자로 가는 길목에 서 있지 않은가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