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올해 재테크 시장의 키워드는 단연 '중위험 중수익'이다. 두 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하 조치로 저금리 기조가 여전하고 주식시장은 지난해 급락 이후 지루한 박스권 흐름을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불황으로 더욱 치열했던 올해 금융투자업계에서 주목받은 재테크 히트상품은 △ELS △중소형주펀드 △연금펀드 등이 꼽힌다.
◆"못 먹어도 기본은 한다" ELS
올해는 특히 주가연계증권(ELS)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졌다. 약정된 투자기간 동안 큰 악재만 없으면 대부분 목표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된 덕분이다.
월별 ELS 총 발행추이를 살펴보면 주가 급락기인 지난해 상반기 이후 급감했던 발행량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재차 반등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해 10월까지 발행된 ELS는 41조원 규모로 이미 지난해 전체 발행액을 40% 가까이 추월했다. (제공-교보증권 리서치센터) |
교보증권에 따르면 원금 비보장형 ELS 발행 증가세는 지난달까지 석 달 연속 이어지고 있다. 원금비보장형 ELS 발행 비중은 지난 7월 54.6%를 저점으로 지난달에는 85%까지 급증했다.
기초자산별로 올해 가장 투자자들이 선호한 유형은 코스피200과 항셍 중국기업지수(HSCEI)을 활용한 상품이다. 연초 10~11%의 수익을 추구하면서 가입자가 급증했었다. 하지만 기초자산의 변동성이 잦아든 하반기부터는 기초자산 주가지수를 세 개로 늘리고 하방배리어가 기존 40%에서 45%로 높아지는 등 수익구조가 까다로워지면서 인기가 다소 주춤하기도 했다.
그러나 9월 이후 해외지수형 ELS 발행이 재차 확대되는 추세다. 김지혜 교보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해외 지수형 ELS 발행이 늘면서 5개월 만에 발행 규모 확대로 돌아섰다"며 "각 지수 간 (HSCEI-코스피200, HSCEI-S&P500) 상관관계가 다소 낮아지면서 HSCEI지수도 다시 기초자산으로 귀환하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내년에도 ELS를 활용한 재테크가 선전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ELS의 발행과 가입이 활발히 진행되는 가운데 '변형' ELS의 등장이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정환 KDB대우증권 파생상품영업부장은 "기본적으로 올해와 비슷한 흐름 속에서 내년에도 스텝다운 조기상환형 상품이 주를 이룰 것"이라며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의 경우 이미 세 축인 코스피200, HSCEI, S&P500뿐 아니라 각국 경기회복 정도에 따라 추가적으로 기초자산에 활용될 지수가 출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또 "다양한 ETF(상장지수펀드)와 리츠(부동산투자회사)지수를 비롯해 전망이 좋은 자산들이 새로 ELS 기초자산으로 도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작은 게 좋다' 중소형주펀드 전성시대
'대형주 불패' 기조가 깨진 올해 주식시장에서 중소형주의 초강세는 단연 돋보였다. 특히 실적이 좋은 중소형주 개별 종목 중심의 차별화 장세는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재테크 시장에서는 직접투자보다는 이들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중소형주펀드의 수익률이 고공행진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이달 26일 기준으로 올초 이후 중소형주식펀드 수익률은 9.26%를 기록했다. 이는 일반주식펀드와 코스피200인덱스펀드의 수익률을 4~6%포인트 앞선 것이다. |
다만 중소형주펀드 투자는 주식시장에 직접 투자하는 것만큼 유의사항이 많다. 중소형주펀드에 재테크 여력을 '몰빵'하는 것은 금물이다. 또 운용사별로 종목 선택 능력에 따라 성과가 천지차이로 벌어지기 때문에 믿을 수 있는 운용사를 선택하는 것이 요령이다.
김남수 삼성증권 투자컨설팅팀 과장은 "중소형주펀드는 코스피 성과와 차이가 크게 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주식형펀드, ETF 투자 등을 병행하는 게 좋다"고 지적했다. 시장에 충격일 발생할 경우 대형주에 비해 급락폭이 더 큰 중소형주는 회복에도 적잖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김 과장은 "중소형주펀드는 코스피지수를 추종하는 다른 상품들을 보완하는 수준에서 투자하는 게 효과적"이라며 "해당 펀드의 설정액 증감추이를 살펴 지속적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상품을 고르는 게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소득공제에 노후대비까지 연금펀드 각광
재테크를 결심하는 가장 큰 이유가 노후대비 등 장기자금 마련이라는 점에서 연금펀드에 대한 관심도 집중됐다. 특히 소득공제 혜택과 자유납입 방식으로 탄력적인 자금 운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연말까지 직장인들의 필수 가입 상품이 될 전망이다.
최근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이 사라지는 상황에서 개인연금상품은 오히려 공제 한도가 늘어나고 있다. 400만원(분기 불입한도 300만원)까지 소득공제가 가능하다. 연금 수령 시점에는 이자소득세보다 낮은 연금소득세율 5.5%의 과세만 되기 때문에 국민연금과 함께 가장 중요한 노후대비 수단으로 꼽힌다.
반면 최소 10년 이상 장기 투자해야 하고 실제 생활비로 쓰이는 돈이기 때문에 적절한 수익률도 따져봐야 한다. 연금저축이나 보험보다 연금펀드에 가입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연금저축펀드는 증권사에서만 판매되며 투자대상에 따라 주식형펀드 뿐 아니라 국공채 투자 펀드, 펀드 유형을 바꿀 수 있는 전환형 펀드 등 다양한 유형을 선택할 수 있다. 특히 전환형 펀드는 국공채, 채권, 혼합형, 국내 및 해외 주식형 펀드끼리 갈아탈 수 있어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게 특장점이다.
김종승 한국투자증권 WM사업본부장은 "가입 이후에는 주식형으로 장기 투자를 통해 고수익을 노리고 연금을 수령할 무렵에는 채권, 국공채 등에 투자해 연금의 안정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장기투자상품인 연금저축펀드 가운데 최근 5년 수익률이 집계된 42개 펀드 중 미래에셋라이프사이클7090연금증권전환형자투자신탁1(채권)이 36.13%의 수익을 올려 가장 성과가 좋았다.
하지만 김 본부장은 "단기 성과로 연금펀드를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수령시기 이전에 환매를 하면 불이익이 크기 때문에 최근 수익률만 보고 무작정 투자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