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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상장폐지 안철수' 정리매매라도 잘 하려면…

순수한 충심으로 모은 펀드, 임의해지에 660원 이자로 돌아와

이수영 기자 기자  2012.11.26 14: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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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자진상폐'라는 충격적인 결정을 내린 안철수캠프, 정식명칭 '진심캠프'가 본격적인 해산 절차에 돌입했다. 11월27일 해단식을 앞둔 캠프는 150억원 정도가 걷힌 것으로 알려진 '국민펀드'의 환급을 비롯해 몇몇 자잘한 뒷정리를 마치면 곧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예정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불완전한 단일화'로 끝을 맺은 현재, 안철수 캠프의 '정리매매' 과정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안철수'라는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는 실패했다. 그것도 처절하게….

실패의 대표격은 안철수테마주다. 안 후보 사퇴 이후 첫 거래일, 관련주들은 일제히 공황상태를 맞았다. 한때 16만원대를 호가하던 안랩이 4만원선마저 무너지며 3만5000원대로 주저앉았고. 써니전자, 미래산업, 오픈베이스, 우성사료 등 '대어급' 관련주들 역시 줄줄이 하한가를 찍었다. 그나마 거래량도 지지부진하다. 이는 거의 유일하다시피 했던 상승 동력이 안 후보의 사퇴와 동시에 사라졌기 때문이다.

반면 남은 대선레이스를 온전히 치러낼 문재인 후보나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최소한 향후 23일 간은 관련주 주가를 끌어올릴 모멘텀을 갖고 있다. 주말 내내 언론매체들이 '손절매' 운운하며 조언인지 저주인지 모르게 쏟아낸 기사 때문이라고, 일시적인 조정이라고 위로할 수 없는 이유다.

또 다른 실패사례는 '안철수 펀드'의 임의해지다. 안 후보는 지난 13일 '국민펀드'라는 이름으로 총 280억원을 목표로 펀드 모금에 나섰다. 그러나 그가 출마를 포기하면서 150억원 정도 모였던 펀드 자금은 빛도 못 본채 가입자들의 통장으로 되돌아갈 처지다. 자산운용사가 설정액이 기준에 못 미치는 소규모펀드를 임의로 없애듯 안철수 본인이 대선자금용으로 모집했던 펀드를 깨버린 셈이다.

이달 말까지 펀드를 거치한다는 전제 아래 총 3만여명의 가입자가 받을 이자는 얼마일까. 따져보니 연 이율 3.09%로 계산하면 1인당 평균 660원정도다. 660만원이 아니라 660원, 버스비도 안되는 푼돈이다.

만일 펀드 투자자가 타행이체(이체 수수료 500원)를 이용했다면 본전치기나 다름 없다. 여기에 안 후보 역시 쓰지도 않은 돈의 이자를 하루에 128만원씩 물어야 한다는 점도 짚어볼 문제다. 펀드 모금자와 투자자가 모두 손해를 보는 '웃픈'(웃기고 슬픈)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정치인 안철수의 실험은 고인 물 같았던 대선판도에 일대 파란을 일으키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그를 향했던 순수한 충심은 임의 해지된 펀드와 이자 24원으로, 불나방 같은 관련주 투심은 하한가 행진으로 씁쓸하게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더 주의 깊게 살펴야 할 것은 이미 해산 초읽기에 나선 안철수 캠프가 아니다. 남아있는 두 개의 캠프다.

   
 
문재인 후보는 이미 200억원의 펀드 모집을 끝냈으며 바른손, 우리들제약, 조광페인트 등등 테마주 리스트가 즐비하다. 박근혜 후보 역시 26일 비슷한 규모의 펀드 공모 일정이 잡혀 있고 EG, 대유신소재 등 친인척이 직접 관련된 상장사가 박 후보의 후광으로 주가가 폭등했다.

박근혜 vs 문재인의 승부가 갈리는 다음달 19일 이후, 어느 한 쪽에 대한 잔혹한 정리매매는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 2000억원에 달하는 손해율을 기록한 '안철수판 개미무덤'의 후속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