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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 백의' 安, 신당 창당 그 자체보다는 운전이 숙제

지방선거-총선까지 구심력 발휘 어떻게? 이번에 '정치면허' 땄지만 '주행연수' 남아

임혜현 기자 기자  2012.11.24 11:4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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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앞으로도 정치인으로 살 뜻은 있다. 그런데, 어떤 방법을 통해 그 길로 갈 것인가?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23일 '백의종군 선언'으로 문재인 통합민주당 후보로 단일화가 이뤄진 가운데, 이후 안 후보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 후보는 "비록 새 정치의 꿈은 잠시 미뤄지겠지만 진심으로 새 시대, 새 정치를 갈망한다"고 밝혔다. 사퇴 선언문에서는 "어떤 가시밭길이라고 해도 온 몸 던져 계속 그 길을 가겠다"는 각오도 들어가 있다.

총론은 섰지만, 각론 마련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안 후보 본인의 표현대로 가시밭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선은 문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는 경우, 안 후보가 설 여지는 좁아지게 된다. 이번 단일화 과정에서 갈등을 겪으면서 안 후보 진영은 민주당과 같이 갈 수 없다는 인식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대선 과정에 어떤 형태로 지원에 나설지는 미지수지만, '대선 당선 지분'을 요구하고 나서기에는 모양새가 좋지 않고 민주당 내에서 견제구가 계속 나올 여지도 높다. 정동영 의원이나 고 김근태 의원처럼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차기 주자로 역량을 업그레이드하는 '국정 수행 경험'을 얻을 가능성은 적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에 안 후보 진영에서 이해찬 대표-박지원 원내대표 체제를 흔드는 등 민주당 개혁 단초를 놓기는 했지만, 문 후보 당선의 경우 대선 승리와 당 개혁 손질로 인한 열매는 민주당으로 가고 거북한 존재라는 이미지만 남을 공산이 크다.

둘째 12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되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문 후보가 낙선하면서 제 1 야당인 민주통합당이 대선 패배 후유증을 겪게 되면 반박-비박 성향 진영에서 안 후보의 위상은 상대적으로 높아지게 된다. 다만 이 경우라도 정치적 지형이 유리하게 작용될 수 있다는 것이지 반사 효과를 고스란히 흡수할지는 미지수다. 정치적으로 '큰 장'이 설 때까지 지도력과 경륜을 보이면서 사람들을 끌어당겨야 하는데 그런 구심력을 발휘할 가능성을 잘 잡는지가 관건이다. 재보선 정도의 작은 장을 빼고 정치적으로 큰 비중이 있는 선거를 생각해 보면 2014년 지방선거와 2016년 총선 정도다. 2013년 들어서는 정권의 '중간평가' 성격으로 지방선거에서 '안철수 바람'을 일으킬 가능성은 '박근혜 정권 심판론'이 강하게 불 때 용이하다는 점, 안 후보 중심으로 사람이 모일 가능성 두 가지가 맞물려야 한다.

결국 어떤 형식으로는 '신당 창당'을 하지 않으면 정치인으로서 살아가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단일화 논의 과정에서도 조직의 뒷받침을 받지 못하는 정치 신인이라는 벽에 부딪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다만 이미 대선판에 뛰어들어 스스로 거물급 정치인으로 포지셔닝을 했지만 '무관 백의' 신세로 이런 위상에 걸맞는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는 게 숙제다. 우선 다른 정치인들과의 관계, 즉 끌어들이거나 끌어들인 정치인을 관리하는 문제다. 국회의원이 아닌 당대표가 정치력을 발휘하면서 장악력을 갖기는 쉽지 않다. 다음은 표 관리다. 대선 정국으로 시선이 쏠리면서 '안철수 지지층'이 어떤 형태로든 재편되는 것도 아무리 빨라도 대선 이후에나 본격적 정치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이는 안 후보로서는 난제로 작용할 전망이다. 팬덤 현상은 이제 사라지고 그야말로 진성 지지층 게임이 시작되는데, 갖고 있던 층도 대선 바람으로 일정 부분 제하고 시작하는 셈이 된다.

결국 (차기 청와대 주인을 포함해) 다른 정치인들이 얼마나 난맥상을 보이느냐가 '신선한 정치 개혁자로서의 이미지'로 66일간의 드라마를 써 온 안 후보가 앞으로도 존재 의의를 갖고 갈지, 유통기한 만료로 흐를지를 좌우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가정해 본다면, 노무현 정권에서의 여러 선거들이나 MB 정권 하에서의 촛불 정국처럼 '정권심판론 상설화' 국면이 조성된다면 차차기 대선을 노리는 데 상당히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무균질 신인에서 현실 정치인으로, 새로 생길 정당의 오너로서 시행 착오를 겪는 과정이 상대적으로 아름답게 포장되고 투사로서 이미지 각인을 계속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태평성대'가 온다면 이번 66일간의 드라마 이상의 히트작을 쓰기 힘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