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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기의 책보기] 내게 힘이 될 대단한 멘토들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기자  2012.11.23 16: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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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매경한고발청향(梅經寒苦發淸香)', '매화는 추운 겨울을 이기고서야 비로소 맑은 향기를 뿜는다'는 뜻이다. 어려움을 이기려는 사람들이 많이 좋아하는 구절이다. '강한 바람이 불어봐야 강한 풀을 알아볼 수 있다'는 뜻의 '질풍경초(疾風勁草)' 역시 마찬가지다.

   
 
필자가 대학을 다녔던 80년대는 숨쉬기 어려울 만큼 공기가 매웠다. 최루탄으로 심하게 오염됐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도 휴지로 눈물, 콧물 닦아가며 하루 18시간, 1년 365일을 공부하고 또 공부하는 학생들이 있었다.

판검사가 되기 위한 사법고시, 고위공무원을 향한 행정고시, 세련된 외교관을 꿈꾸는 외무고시, 가난한 경영대생의 로망 공인회계사(CPA), 메이저 언론사의 기자가 돼 세상을 바꿔 보겠다며 언론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이었다. 이들 중에는 이미 대학을 졸업, 군대까지 갔다 온 늦깍이 고시생들도 수두룩했다.

헌법·민법·상법·행정학개론 등만 공부하는 이들이 수험서가 아닌데도 열광시켰던 유일한 책은 다름아닌 '다시 태어난다 해도 이 길을'이란 책이었다. (물론 지금도 이 책은 계속 나오고 있다. 그때만큼 고시생들이 열광하는지, 많이 팔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어떤 고난과 역경도 모두 헤치고 결국엔 고시에 합격한 사람들의 고시공부 과정을 '하나같이 절절하게'담은 수기집이니 내용 역시 뻔할 뻔 자였지만 공부에 지치거나, 시험에 낙방해 낙담하고, 결국에는 포기하려는 고시생의 마음을 다잡아 주는, 보약 같았다.

그럼 고시생도 아닌데 인생이 도대체 안 풀리고, 꼬이고, 힘들어서 낙담하는 사람들은 어쩌란 말인가. 그런 사람들에게 보약이 돼 줄 책이 바로 '인생의 갈림길에서 후회 없이 도약하라! 위대한 결단의 순간'이란 책이다. 매일경제신문에 근무하는 세 명의 기자들이 직접 만나 취재한, 현존하는 28명의 성공한 사람들, 대한민국 1% 아니 어쩌면 0.1%에 들만한 대단한 과업을 이룬 사람들의 생생한 결단의 스토리다.

물론 28명의 사람들이 한결같이 멘토가 돼주는 것은 아니다. 누구는 취향에 맞아도 누구는 취향에 안 맞듯이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연코 보장할 수 있는 것은 누가 이 책을 읽던 최소한 서너 명의 훌륭한 멘토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필자는 네 사람의 멘토와 플러스 알파를 얻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손주은 메가스터디 사장에 대해 '사교육 키워 돈 번 사람', '가난한 아빠 등골 휘게 한 사람'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상상하기조차 끔찍한 그의 개인적 아픔이 있었다.

차라리 죽거나, 살을 찢는 고통마저 잊게 해주는 '미친 몰입'이 아니면 견딜 수 없던 그의 아픔이 오늘의 메가스터디를 일궈 낸 동력이었다는 것을 알고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부자=성공'이라는 천박한 공식을 넘어 '미친 몰입'에 대해 깊이 생각 중이다.

최경주 프로골퍼. 도대체 PGA를 장악한 골프선수가 나오리라 상상하기 어려운 '완도'라는 섬이 그의 고향이다. 고등학교 때 멋도 모른 채 골프부에 들어가 처음 했던 일이 골프장 공줍기였다. 거기서 난생 처음 잡아 본 골프채, 아이언 7번, 그가 친 공은 개울 건너 공동묘지까지 날아가버렸다.

그는 지금도 그 때의 아이언 감각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골프는 고사하고 야구 방망이도 제대로 없던 섬에서 '뜬금없는 골프'를 하겠다고 결단을 내리게 되는, 무한도전의 '촛불'이 켜졌던 그 순간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빈잔, 마음을 비우고 낮춰라. 계단, 인생은 오르고 내리고 반복이니 그런 줄 알아라. 잡초, 비바람에 꺾이거나 죽지 않는 의지를 가져라. 이것이 최경주 멘토가 알려 주는 결단과 성공의 비결이다.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 그 역시 울릉도, 섬 출신이다. 울릉수산고 2학년을 그만두고 홀홀단신 대구로 나왔던 어린 그의 결단이 오늘의 그를 만들었다. '위기는 기회, 쫄지 말고 들이대고, 저지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인데, 그의 삶 전체가 그래왔다.

   
 
'실력 있고 젊잖은 정치인'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국회의원 정세균. 검정고시로 중학교를 마쳤으나 고등학교에 갈 처지가 못됐던 열 네 살 소년이 무작정 대도시 고등학교 교장선생님을 찾아가 '여기서 공부하게 해달라'며 담판을 벌이는 장면을 상상하자면 대견함을 넘어 아름답기까지 하다. 학교 매점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었던 고등학교 시절, 그의 별명은 그래서 '빵돌이'이다.

'미스터 피자'를 일군 정우현 사장의 멘토링 '절대로 긍정하라, 뼛속까지 긍정하라'를 이 책에서 얻은 것은 플러스 알파다. 인생은 역시 '매경한고발청향, 질풍경초'인가 보다.

프라임경제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