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훈식 기자 기자 2012.11.23 13:23:55
'새로운 컴팩트카를 창조하기 위해 원점으로 돌아가 도전하겠다'는 혼자의 의지를 담아 개발된 'CR-Z'의 외관은 스포츠 쿠페로서 강력한 인상을 풍긴다. |
[프라임경제] 최근 부진을 겪고 있는 혼다코리아(이하 혼다)가 '세 가지 혁신' 아래 올 연말까지 5종가량의 신차종 출시를 계획하면서 본격적인 재도약을 위한 출사표를 던졌던 바 있다. 하지만 단순히 여러 차종을 발표할 지라도 시장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면 뒤쳐지기 마련. 국내 시장의 분위기가 '성능과 연비'에 관점을 두고 있는 만큼, 혼다 신차종의 연비에 성공 여부가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실제 공개된 모델이 없는 만큼, 지난해 선보인 하이브리드 CR-Z의 시승으로 혼다가 소비자들의 연비 갈증을 풀어줄 수 있을지 살펴봤다.
혼다의 'CR-Z'는 '컴팩트 르네상스 제로(Compact Renaissance Zero)'의 준말이다. '기존 쿠페의 가치에 국한되지 않는 새로운 컴팩트카를 창조하기 위해 원점으로 돌아가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무엇보다는 'CR-Z'의 중점이 되는 것은 하이브리드 차량의 가능성을 보다 넓혀 '새로운 즐거움을 체험할 수 있는 차'라는 컨셉으로 소유하는 즐거움(Emotional), 운전하는 즐거움(Exciting), 경제적이며 사용하기 쉬운 차를 만끽하는 즐거움(Smart)을 추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CR-Z는 매우 애매한 경계선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기본 바탕은 스포츠카의 유전자를 물려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하이브리드카로써 연비에도 적지 않은 신경을 써야하는 '이중고(二重苦)'를 겪고 있는 것이다.
◆강력한 인상의 외관에 실용적인 내부 디자인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스포츠카의 가치 제안을 목표로 한 'CR-Z' 디자인은 선진적인 이미지와 함께 △매력 △단단함을 키워드로 개발됐다. 혼다가 만든 하이브리드 스포츠 쿠페인 만큼, 기본적으로 CR-Z의 디자인이 눈에 띈다.
기본적인 스포츠 쿠페의 모습의 전면부는 대형 그릴과 날렵한 헤드램프, 낮은 차체 등이 서로 조화를 이룬다. 여기에 보닛 등 프레스 라인을 안쪽으로 집중시키는 형상과 볼륨감 있는 앞뒤 펜더와 리어 범퍼도 스포츠카의 그것과 닮아 역동적 인상을 심어준다.
운전자의 후방 시야를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루프 후면을 글라스로 설계한 점도 인상적이다. 이로 인해 후방 와이퍼가 차체 천장에 위치하는 파격적인 설계가 가능해졌으며, 선루프가 없어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도 어느 정도 해소했다.
전체적으로 외부 디자인은 짧은 느낌이지만, 실제 전장은 4m를 훌쩍 뛰어넘는다. 2인승 차량임을 감안하면 내부의 공간을 충분하게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이처럼 외관은 강력한 인상을 각인시켰다면 내부 디자인은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모습이다. 스포츠 쿠페지만 해치백을 포함한 뒤 공간은 여유로워, 안전상의 문제만 아니면 성인 한 명이 충분히 들어가서 앉아도 될 정도다.
디지털 속도계와 계기판 조명은 하이브리드카의 미래지향적인 요소와 스포츠 쿠페의 정체성을 동시에 담아냈다. 센터페시아와 내비게이션은 운전자 중심으로 배치돼 있었지만, 다수의 세부 기능이 수동에 가까워 운행 중 가벼운 조작도 힘겨웠다.
◆스피드의 스포츠카와 연료 효율의 하이브리드를 동시에
주된 시승 코스가 서울과 일산 사이의 도심에서 이뤄지면서 차량이 거의 없는 시간 주행성능과 금요일 및 토요일 도심에서의 연비효율성을 동시에 충분히 테스트할 수 있었다.
실용성에 중점을 맞춘 내부의 센터페시아와 내비게이션은 운전자 중심으로 배치됐지만, 세부 조작들은 수동에 가까우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
본격적인 시승을 위해 시동을 걸었다. 시동은 스마트 버튼이 아닌 폴딩 가능한 키로 작동돼 트렌드에 뒤쳐진 느낌을 지울 순 없었다. 노멀모드로 시작되는 주행은 액셀을 밟았을 때의 페달 반응이 빠른 편은 아니다.
우선 하이브리드카만의 진가가 확실히 발휘되는 시내에서 경제적 주행 모드로 진행했다. 막히는 구간에서 정차시 엔진이 정지하면서 연비를 벌어주면서 실 연비 15.2㎞ 정도를 기록했다. 공인연비가 ℓ당 20.6㎞인 점을 감안하면 준수했으며, 엔진 정지시 소음과 진동이 없다는 것도 장점으로 부각됐다.
다음은 고속국로에서 스포츠주행 모드로 달려봤다. 시속 130㎞ 안팎까지 자연스럽게 가속되는 동시에 스포츠 쿠페 특유의 낮게 깔리는 느낌도 안정감을 더했다. 시속 60~80km를 유지한 채 진행된 코너링에서는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했다. 특히 가늘게 세팅된 A필러는 운전자에게 안정적인 시야를 확보해줬다.
하지만 스포츠 쿠페의 멋이라고 하기에는 배기음과 함께 엔진 소음이나 노면 마찰음이 지나치게 노이즈로 변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풍절음도 더해지면서 내비게이션 안내도 잘 들리지 않았으며,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누기에는 너무나도 불편했다.
배기음은 그렇다쳐도 CR-Z는 스포츠 쿠페라 하기에는 주행성능이 부족하다는 게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비록 1.5ℓ급 직렬 4기통 SOHC i-VTEC 엔진에 10kW급의 모터를 적용해 최고출력 121마력(6000rpm), 최대토크 14.8kg·m(4800rpm)의 파워를 지녔지만, 스포츠 모드에서도 좀처럼 스포츠 쿠페의 성능을 느끼기 어려웠다.
스포츠 쿠페에게 있어 떨어지는 가속성은 치명적인 약점이다. 물론 하이브리드카로써 가지는 연비효율도 하나의 매력 포인트로 꼽을 순 있지만, 기본 바탕이 스포츠 쿠페인 만큼 약간의 엔진 사양 개선을 필요로 해 보인다.
한편, 혼다 CR-Z의 가격은 3350만원~3450만원으로, 개별소비세 인하분을 감안하면 최대 60만원에서 30만원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여기에 11월 특별 프로모션으로, 200만원의 추가 할인과 4년 8만Km 무상점검 연장도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