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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코코넛 위기'를 자가발전하는 정치권

임혜현 기자 기자  2012.11.22 14:3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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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삼성경제연구소가 21일 보고서에서 내년 경제에 닥쳐올 위기를 '코코넛 위기'라는 용어로 규정해 눈길을 끈다. 높은 코코넛나무는 키가 큰 나무인데, 여기서 2㎏이 넘는 열매가 갑자기 떨어질 경우 그 밑을 지나는 사람은 크게 다칠 수 있다. 그야말로 예측불허의 상황이라는 위기 의식을 강조한 표현으로 읽힌다. 또 덧붙이자면 작은 일이라도 여러 주변 조건이 결합하는 경우(예를 들어, 코코넛나무의 높이라는 '무게'에 '위치에너지' 문제 추가) 문제의 심각성은 크게 확대될 수 있으니 이런 난제를 풀 때는 극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당부로도 볼 수 있어 보인다.

이런 코코넛 위기의 관리 능력이 그 어느 시점보다 필요한 때다. 정치적으로는 대선이 임박해 있고, 경제쪽을 살피자면 국내외적으로 위기 풍랑을 겪고 있는 시기다. 하지만 이런 때 국회에서는 중요한 현안을 처리함에 있어 위험 관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한다는 내용을 담은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이 보류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 버스 전면 파업 국면으로 치닫자 22일 오전 강창희 국회의장이 22일 오전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등 주요 정당 원내대표에 면담을 요청, 처리 보류를 요청하는 등 버스업계를 설득하기 위한 정치권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 법안은 이미 정부에서 재정 부담을 이유로 난색을 표한 바 있는 데다, 과거부터 선거 때면 몇 차례 등장했다 주저앉기를 반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이고 보니, 전국 버스의 올스톱 상황이라는 새 국면에 굳이 이 안의 처리를 강행하기에는 명분이 적당찮아 보인다. 이럴 거라면, 애초 이 상황까지는 왜 왔나.

이 법안만이 아니다. 국회 국토해양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조합이 설립된 뉴타운에 매몰비용을 지원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소위로 돌려보냈는데 이 역시 지방자치단체의 반대 등 반발이 매섭자 일단 물러서게 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두 법안을 마련한 정치인들의 고민과 충정을 출발점부터 전부 매도하려는 것은 아니다. 또 특정 정당에 책임을 더 크게 물어야 한다는 식으로 생각하지도 않는다. 문제는 국회 더 나아가 정치권에 있다. 시작은 어쨌든지 간에 표를 의식해서 법안을 마련하거나 또 다른 표를 의식해서 그 추진을 보류하거나 한다는 의심을 사는 현상황은 문제다.

이는 정치권이라는 집단의 일처리 능력과 태도 문제이거니와, 이런 오락가락 행태 때문에 오히려 대란 수준의 불편을 국민들이 겪게끔 초래한다면 스스로의 존재 이유 자체를 부정하는 것으로까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대선이 가까우니 국회도 그저 컨틴전시 플랜 차원에서 큰 일을 벌이지 말고 '관리'나 하라는 것은 아니다. 대선 아니라 무슨 국가적 변고에 직면해서라도 또한 대란 아니라 무슨 파장이 우려되더라도 '해야 할 일'은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러려면 조건이 있다. 그런 시기에 그렇게 일을 벌일 때에는 왜 이 문제가 꼭 필요한지, 지금 어떤 반발이 있어도 이를 감수하고 추진할 건지 또 뒷수습은 어떻게 해서 대응하면서 마무리를 할 건지 숙고한 다음 추진해야 도리일 것이다. 그 정도 자기확신은 갖고 일을 벌여야 할 것인데, 지금은 후속 문제와 후폭풍을 책임지고 해결할 주체는 마땅찮은 선심성 안건에 혹했다가 다시 비판이 거세면 자신없이 내려놓는 패턴에 머물러 있지 않은가 우려된다. 

   
 
코코넛이 떨어질 때를 미리 내다보는 것, 때로는 코코넛나무를 과감히 흔드는 것이 정치인들의 할 일이지만 그게 사람 머리 위로 떨어질지, 그럴 것이라면 미리 피하게 할 건지 혹은 헬멧이라도 하나 씌워줄 건지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그런 통찰력이 가미되지 않은 일은 '정치'라고 부를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개별 정치인 하나하나의 능력은 출중한데, 왜 여의도라는 섬 귀퉁이에 단체로 모아놓으면 스스로 '코코넛 위기'를 일으키는 집단에 머물고 마는지, 우리 정치의 현실이 안타깝다. 절대로 기자가 아침 버스 대란에 시달려서 이런 소리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