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1일 '건설부문 재무안정성에 대한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건설업체와 부동산공급업체(건설시행사)의 연쇄부도 위험성을 지적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보고서는 건설업의 부도 후 채권회수율(2001~2007년 평균)이 30% 수준인 점을 고려해, 부실위험기업의 부도가 현실화될 경우 금융권 전반에 9조원 가량 영향을 미친다고 전망했다.
일단 이번 보고서가 밝힌 연쇄부도 위험성은 금액 크기라든지 건설부문의 위험이 부동산공급업에 집중돼 있다는 현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부동산공급업의 부실이 건설업으로 전이될 가능성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를 시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이 보고서의 의미는 그 자체보다는 평가방식 등에서 찾아볼 수 있는 '뉴노멀' 상황과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강구해야 할 필요성에 더 큰 의의가 있다는 점에서 면밀한 접근이 요청된다고 하겠다.
◆ PF 추정 불가로 인한 재무건전성 관찰법, 일반화되나?
세계적 불경기 여파 속에서 건설업계가 유난히 어려운 환경에 노출돼 있다. 하지만 금융권과 건설업계에서는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하기 보다는 현상 유지 내지 아랫돌 빼 윗돌 괴기에 머물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경고가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모순점을 분석, 해결할 필요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공사 중인 서울지역 모 아파트 현장. |
이런 방식은 이번에 처음 시도된 것은 아니다. 2010년 5월에 이미 KDI '건설부문의 재무건전성 악화에 대한 평가'에서도 시도된 바 있기 때문이다.
이 당시 이런 기법을 사용하는 배경에 대해 임경묵 당시 KDI 연구위원(이후 두산으로 자리를 옮김)은 "비상장기업의 경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대한 보증 규모를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PF 대출을 감안한 기업별 분석에는 한계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외부감사 대상 건설업체 자체의 재무건전성을 분석해 봤다"고 우회적 접근 필요성을 제기했다.
아울러 "다소 자의적인 기준"이라면서도 "과거 부도업체들의 특성을 감안하여 다음과 같은 세가지 조건을 동시에 만족하는 기업을 위험기업으로 정의"한다면서 세운 기준이 바로 △자본잠식이거나 부채비율이 500% 상회 △영업적자이거나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 △총부채에서 단기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60% 넘는 건설업체 등 셋이었다.
즉 2010년 다소 자의적일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도입된 기준과 접근법이 부도 연쇄 파장을 점검하는 것이 이제 일종의 '뉴노멀(기준이나 환경이 완전히 바뀌어 새로 적응해야 하는 상황)'의 '공식'으로 확고히 굳어질 것인지 여부를 생각하며 이번 보고서를 검토하는 것도 묘미라고 할 수 있다. 위험 가능성 관찰과 관련, 이 방식의 유용성에 대한 논의도 앞으로 병행될 필요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
표에서 제시된 2008년까지의 부실위기 우려 건설 관련사들의 숫자를 보면(2010년 보고서: 표는 KDI), 이번 21일 보고서에 드러난 최근 위험기업 숫자는 갑자기 크게 드러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런 한편으로 문제가 좀처럼 해결되기 보다는 여러 수단을 활용, 현상유지 측면에서만 처리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한편, 21일 보고서는 지난해 기준 부실위험 기업이 건설업체 58개, 건설시행사 144개 등 202개라고 밝혔는데 이는 2010년 보고서에서 추산된 같은 상황의 기업 규모와 추세를 볼 때 크게 는 것은 아니지만 일정 규모 이하로는 줄지 않고 있다는 점도 함께 추론할 수 있다.
◆ PF 추정 불가 상황 원흉인가, 새 기법인가? 자금보충약정 문제 논의돼야
이번 보고서의 의의는 또 있다. 이번 보고서는 위에서 사용된 위기 진단법의 확산을 굳혔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이를 바꾸어 말하자면 PF 문제 관찰이 용이하지 않은 점은 건설 관련 영역이 어느 정도 위험을 안고 있는지 접근하는 데 어려움을 제공하고 있고, 이는 결국 △이를 우회할 수 있는 관찰법을 만드는 문제와 △PF 관련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문제 양쪽 측면이 같이 진행돼야 한다는 과제를 남기고 있다.
위에서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21일 보고서와 2010년 보고서에서 제시된 규모를 보면 근래 들어서는 큰 폭의 변화는 없이 일정한 위험기업 우려군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시중에서 PF와 관련 은행권에서 몸을 사리며 정리(회수)를 하고 신규로 PF를 일으키는 데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는 인식과는 다소 동떨어져 보인다.
이런 점에서 지난 PF 문제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부상(저축은행 관련)한 이후에도 계속 손볼 것이 있지 않겠냐는 과제를 남기고 있다.
실제로 향후 PF와 관련, 주의깊게 들여다 볼 항목으로는 자금보충약정 등이 있다는 지적이다. 자금보충약정, 미분양담보대출확약 등이 착시 현상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자금보충약정은 상대방 자금을 직접 갚아주기로 하는 채무보증과 달리 상환 자금을 상대방에게 지원하는 방식을 쓰지만 효과는 같다. 이 약정은 채무보증과 달리 공시의무가 없기 때문에 상호 채무보증이 금지된 대기업 계열사 간 자금 조달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으며, 대기업집단의 편법 사용 가능성에 대해 근래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를 들여다 보겠다는 뜻을 천명한 바도 있다.
특히 자금보충약정은 지급보증과 채무인수 등과 달리 실무상으로 보면 건설사 재무제표에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는 우려는 이미 존재해 온 것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회사나 채무자 부실 여부를 판단하지 못해 주주나 채권자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
한국신용평가가 2006년~2012년 6월 동안 부동산PF사업 신용보강 동향을 일부 조사한 결과 시공사 지급보증 조건은 2006년 83.3%에서 올 6월 37.8%로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같은 기간 자금보충조건은 18.2%에서 29.7%로 능고 미분양담보대출확약은 1.5%에서 18.9%로 늘었다는 것이다(조건의 중복사용 가능성 있음). 금융권에서 PF 관련 안전성을 높인다는 달콤함에 빠져 다른 쪽으로 '폭탄 돌리기'를 하는 데 안주해 온 게 아니냐는 지적을 낳을 수 있는 대목이다. 오히려 관찰을 어렵게 함으로써 문제를 더 나쁘게 만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결국 이번 21일 보고서는 연쇄적인 부도 가능성이 건설업계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당장 있다는 것으로 보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다만, 그간 우리 금융권이나 건설업계에서 건설업 위험관리를 해 온 실질적 효과가 그리 크지 않으며 PF 등 문제요소를 주의깊게 들여다 볼 필요성이 이제 '일상화·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행간의 의미'에 더 무게가 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