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손님이 굳이 카스를 찾지 않는다면, 하이트를 드립니다. 박스당 5000원 준다는데 마다할 필요가 없죠."
맥주시장 1위 쟁탈전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A씨와 최근 술을 기울이던 중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게 됐는데요. 바로 하이트 영업직원들의 '15년 영광 재탈환'을 향한 가상한 노력이 주제였습니다.
A씨에 따르면 요지인 즉슨 하이트 영업직원들은 "테이블 손님이 카스를 주문하지 않을 경우, 하이트를 자연스레 올려 달라"고 요청한다고 합니다. 과정에서 판매 박스당 5000원의 웃돈을 얹어준다는 흥정도 들어온다고 하네요.
A씨는 "매장 운영자의 입장에서는 카스를 팔던 하이트를 팔던 별 다를 바가 없다보니, 하이트를 올리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겠냐"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국내 맥주시장은 오비맥주 '카스'가 1위를, 그 뒤를 이어 하이트진로의 '하이트'가 2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신선함을 내세워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은 카스는 지난해 5월부터 브랜드별 점유율에서 줄곧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현재 카스의 고객 브랜드 선호도는 2008년 36.9%에서 지난 6월 말 기준 시장점유율이 54.7%나 껑충 뛰었습니다.
국내서는 '카스'가 일등맥주인 셈이죠. 그러나 카스가 1위를 차지하기 전 만년 1위는 하이트였습니다. 15년이나 1위 독주체제를 걷던 하이트는 지난해 5월, 0.45%포인트 차이로 오비에 정상의 자리를 내준 뒤 반년 만에 점유율 격차가 두자릿수에 육박할 정도로 벌어지는 굴욕을 겪는 중입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15년 하이트 시대가 끝난 것 같다'는 이야기가 끊이질 않고 있죠.
하이트는 '왕위 탈환'을 위해 '영업망 통합 시너지'란 히든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지난해 말 하이트의 맥주 영업망과 진로의 소주 영업망을 합쳤는데, 연말이면 조직통합이 자리를 잡아 본격적인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란 입장입니다.
아울러 생맥주 품질관리사 제도를 업계 최초로 실시, 점주를 대상으로 맥주 관리법과 기기 청소법 등을 교육하는 전문인력을 배치함으로써 맛의 변화를 추구, '1위의 아성을 되찾겠다'는 도전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하이트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맥주시장 1위를 되찾는 날이 곧 올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이 과연 영광스럽기만 할지는 두고 봐야 할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