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넘어 산이구나" 문재인-안철수 대선후보의 단일화 협상이 연일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21일로 예정된 TV토론이 단일화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프라임경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의 단일화 협상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양측 협상팀은 20일 오전 9시부터 협상을 재개했지만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21일 TV 토론을 하자는 데 합의했지만, 단일화 방식과 관련해서는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
특히 안 후보 측이 제안한 공론조사 시행방안을 놓고 양측의 입장이 확연히 갈리면서 절충점을 찾지 못한 채 장외에서 상대를 향한 공개적인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문 후보 측은 안 후보 측이 수용하기 어려운 룰을 제시해놓고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안 후보 측 협상 룰을 공개하고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문 후보 측 우상호 공보단장은 20일 서울 영등포당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양측 협상단이 협상내용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는데도 일부가 왜곡되게 언론에 알려진 점에 대해 강력히 항의한다"면서 "문재인 후보의 이미지를 흠집 내려는 일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동안 맏형으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꾹 참고 양보하고 인내했지만, 방어 차원에서 협상내용을 공개할 수밖에 없다"며 협상 룰 공개 배경을 설명했다.
우 단장에 따르면 19일 협상단 회의에서 안 후보 측은 여론조사와 함께 TV토론을 거친 뒤 공론조사를 병행하자는 방안을 내놨다.
공론조사는 문 후보 측 배심원은 1만4000명의 중앙대의원으로 구성하고, 안 후보 측 배심원은 같은 숫자의 안 후보 측 후원자로 구성해 공론조사 기관을 통해 랜덤 추출하자는 방안이다.
공론조사 문구로는 적합성과 경쟁성 논란을 가라앉히기 위해 두 가지 표현을 자제하고, '선생님께서는 박근혜 후보를 이길 후보로 문재인·안철수 후보 가운데 누구를 지지하십니까'로 하자는 방안이 제시됐다.
한마디로, TV토론 이후 민주당과 안 후보 측 진심캠프 두 그룹으로 구성된 배심원단 가운데 기 결정된 3000명이 응답할 때까지 토론결과를 묻고 그 결과를 합산하자는 것.
문 후보 측이 받아들이지 못한 부분은 배심원단 구성에 있다. 여론조사와 공론조사 방식은 받아들이지만 민주당은 중앙대의원으로 하고 안 후보 측에서는 적극적 후원자 중 뽑는다는 방안이 공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우 단장은 "우리당의 대의원이 다양하게 구성돼 있어서 문 후보를 100%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사정을 뻔히 알고서도 이런 구성안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참으로 어이없었다"고 말했다.
안 후보 측은 조직된 당원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지지층이라 분류할 수 있는 후원자나 펀드 참여자를 표본으로 모집하는 것이 공정하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후원자나 펀드 참여자들을 강성, 열성 지지자라 할 수 없고 변화의 소망을 소박하게 가진 분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양측 간 이견 때문에 공론조사라는 표현도 폐기하고 지지층 조사로 변경했지만 문 후보 측과의 이견으로 논의가 중단됐다는 것.
이어 유 대변인은 "문 후보 측은 대의원, 후원자 등 모집단을 정해놓고 표본을 추출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별·성별·연령별 비례에 맞춰 무작위로 표본을 선정하는 '아웃 바운드' 방식을 역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다 대표성 등의 문제가 이미 발생한 방식으로 여론조사와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지 않았느냐"면서 "이는 결국 여론조사로 100% 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안 후보 측 대변인은 "제안을 하라고 해 제안을 했더니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그래서 논의가 다시 원점이 되고 있다"면서 "점잖게 말씀드리는데 맏형 이야기는 그만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두 후보의 단일화는 '100% 여론조사' 혹은 '여론조사+α' 중 채택될 가능성이 크고, 두 후보가 합의한 TV토론이 사실상 단일화 승부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는 상황 속에서 TV토론은 부동층의 표심을 최종 판가름할 승부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TV토론을 하루 앞두고 두 후보는 이를 위한 만반의 준비에 착수했다.
안정감 있는 언변과 높은 정책 이해도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안 후보는 스튜디오를 빌려 미리 연습하는 등 준비가 한창이다.
문 후보는 TV토론 전담팀을 가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당내 대선 후보 경선에서 10여차례 토론을 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어 보이지만 어눌한 말투와 발끈하는 성격은 단점으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