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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銀 인터페이스, 사용자 중심 아닌 행원 시점?

송금대상 두리뭉실 처리…취소 반영에러로 정산 안 맞아

임혜현 기자 기자  2012.11.19 16: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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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우리은행(053000·은행장 이순우)의 유저 인터페이스(UI) 구축이 속도를 내고 있다. 모바일시대 개막 등 은행 업무의 인터넷 기반 환경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가운데, 일반 개인고객 뿐만 아니라 기업고객을 위한 계좌내역 조회 자금흐름, 법인카드, 자금이체 등의 금융서비스를 실시간으로 관리하면서 회계전표까지 발행 등까지 무한 확장이 진행되고 있는 추세다(작년 2월, 우리은행-아이퀘스트 제휴 조인 등).

하지만 이처럼 복합금융시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상황에서도 일부 기능은 유저(고객)의 편의 중심이 아니라 업무를 진행하는 행원 관점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평이다. 최종적으로 결론만 맞춰 놓는 데 주안점을 둬 이 경우 UI의 간결성은 당장 구할 수  있을지언정, UX(유저 익스피어리언스: 사용자 경험)에 대한 호감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고객에게 드리는 혜택엔 (-)가 없다? 송금 내역엔 엉뚱하게 기부자이름이 

우리은행의 우리사랑나누미카드를 사용하는 A씨. 이 상품은 전달 1일부터 말일까지의 국내가맹점에서의 '사용금액(원금+할인혜택금액)'의 0.02%에 해당하는 금액을 고객이 원하는 기부처(종교단체, 사회복지단체)에 기부할 수 있게 돼 있다. 액수를 산정, 캐시백을 해 주고 그 액수를 다시 (고객 명의로) 기부하는 형태다.

그런데 사용액을 계산할 때 취소를 하는 경우 혜택금액면에서 에러가 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에서 원금+할인혜택금액을 모두 더 하게 되면(10월말까지의 우리사랑나누미카드 3635 국내 결제액) 즉, ②+③+④+⑤의 셈을 하면 사용금액이 나와야 한다. 다른 방식으로는 ①의 화살표 방향으로 순차적으로 더해 나가도(위의 상자에서 21일까지의 사용액+아래 상자에 따로 떨어져 있는 29일 1만원)같은 값이 나와야 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은행의 홈페이지 논리에서는 일단 취소가 이뤄진 경우에도 거기 부여됐던 혜택액 부분을 제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총액만 정확히 다루면 된다고 보는 은행 입장에서는 이 같은 항목을 방치해도 맞겠지만, 고객 입장에서 이런 항목이 누적된 자료의 특정변에서 접근하면 오차가 날 수밖에 없고, 이런 원인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는 고객들이 우리은행의 계산 근거가 부정확하다고 볼 여지가 있다.

그런데 양자 사이에는 약간의 계산값이 차이가 나는데 이는 취소를 한 경우 물품대금 자체는 빠져나가지만, 혜택액 항목에서 -800으로 처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객에 대한 혜택은 늘 (+) 항목이어야 하며 이를 (-)로 표현해낼 수 없다는 서비스 정신이나 사고관에 기반하면 모르겠지만, 결론적으로 항목별 변동이 정확히 감액되지 않기 때문에 양쪽 사이에는 800원의 오차가 발생하는 것이다. 만약 취소를 여러 건 하는 경우, 취소의 대상 규모가 더 큰 경우라면 (원래 같은 값이어야 할) 두 계산식간에 더 많은 오차가 날 수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편의상 통상적으로 아래쪽 소계에 제시된 액수들을 바탕으로 즉 이들을 기준으로 계산해 보는 게 일반적이므로, 고객으로서는 틀린 액수에 0.2%를 해 기부액과 미세한 오차가 나는 걸 의아하게 생각할 여지가 높아진다. 이 경우 계산해 보면 실제기부액과 비슷하게는 나올지언정, 정확히 341원은 절대로 나올 수 없다.

물론 은행 입장에서는 최종적으로 기부액만 맞게 정산하면 되기 때문에 고객에게 보여주는 특정항목(혜택액 항목)에서의 한 개 오차 같은 차이를 굳이 수정할 필요를 느끼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부분에서 들여다 보더라도 정확한 셈값이 나와야 한다는 기장(장부를 다루는 일)면에서는 이 같은 방치를 하는 것은 권장할 게 못 된다.

이런 은행 정산 처리 중심은 기부 처리시 항목 표시 방식에서도 엿볼 수 있다. 통상적으로 송금이 이뤄지는 경우, 이것이 대체 거래(은행 내의 이전 거래)이든 실제로 현금 거래이든 간에 송금을 받는 측의 이름으로 기록이 남는 게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사랑나누미의 경우에는 기부 항목으로 인출된 액수와 함께 기부자의 이름이 적시돼 있다. (복지법인)***, (사단법인)ooo 등으로 표시되지 않는 이유를 찾아 보면, 송금하는 고객측에서 굳이 본인 이름을 '출금통장표시내용'에 원한다고 입력하는 경우로 하는 경우다.
   
우리사랑나누미카드 관련 기부의 진행 경과를 통장에서 보면 일단 캐시백이 이뤄진 다음 기부로 인출이 되고 이 항목은 '받는 복지법인명이 아닌 고객명'으로 처리됨을 알 수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오히려 개별적으로 기부를 한 경우처럼(아래항) 받을 단체 이름이 나오는 게 자연스럽지만, 유사한 거래를 한꺼번에 처리하면서 정확도 점검을 할 은행 입장에서 이 같이 처리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개별 고객으로서는 받는 쪽(복지재단 등)에서 자신의 이름만 정확히 찾으면 되는 것이어서(기부금 영수증 등의 발행이나 기부자 특정이 필요한 경우) 굳이 송금을 빼가는 자기 통장(고객 통장)에서 자기 이름을 보고 싶어할 수요(필요)는 적다고 할 수 있다(고객 입장에서는 오히려 내가 쓴 카드액수의 일부가 '어디에' 송금되고 있는지를 보고싶어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는 전형적으로 은행, 내지 은행원 편의를 높이기 위한 입력항목의 흔적이다. 즉, 해당 거래는 매월 셋째 금요일에 한꺼번에 일어나므로(약관이 그렇게 돼 있음), 은행 입장에서는 한꺼번에 수많은 고객들의 기부를 처리하는 중에 정확도 제고를 위해 이름으로 특정하는 것 외에는 큰 의의가 없는 것이어서 앞으로는 수동으로(기계적으로) 이런 번거로움을 감수할 이유가 적다고 하겠다.  

암호같은 상품명, 거래내용 적요 방치하고도 잘 굴러가는 홈페이지

   
우리사랑나누미라는 개별 카드명 대신 숫자로 된 코드가 버젓이 고객에게 제시되고 있다. 이는 해당 카드 출시 이후부터 개선되지 않고 있는 사항이다. 문제는 이 같은 상품명, 거래내역 분류(적요) 등에서 비전문가로서는 짐작하기 어려운 숫자가 제시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는 점이다.
또 거래내역 '적요'나 '상품명'에 제대로 한글로 된 항목을 보여주는 대신 숫자를 입력해 놓고 있고, 이런 환경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에러 없이(고객의 문의나 항의는 받을 수 있을지언정) 은행/카드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는 점 등에서도 행원 중심의 운영 사고틀이 엿보인다.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등 개별 은행별로 '대체'라는 표현도  통장에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등(행원 중심으로 보면 은행 내 현금의 오고갊이 없는 거래는 모두 대체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인터넷, 자동이체 등 여러 경우가 있다. 그런데 뭉뚱그려 대체로 표기하는 경우 이해를 할 수 없다며 항의성 문의를 한다고 함) 용어 개편 바람이 불고 있다. 즉 행원 혹은 은행 중심의 거래 분류를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통장 혹은 인터넷상의 거래 내역만 보고도 고객이 한 눈에 내용을 훑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쪽으로 업무 패턴이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은행에서는 개별 카드 상품의 명칭 대신 '*****'로 표현하거나 무슨 거래가 진행된 건지 알 수 없는 '****'로 숫자로 보여주고 있다. 행원들도 이 코드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홈페이지 구동에 문제가 없으니 몇달새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계산만 정확히 맞추면 된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모르겠지만, 고객으로서는 점차 수요가 다양해지고 그러다 보면 여러 항목의 횡과 열 어느 측면에서 보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내용을 짚어낼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 우리은행이나 우리카드의 인터페이스는 각각의 과정이나 개별적인 단면을 들여다 보는 경우 실제와 다르거나 고객 편의와 상관없는 논리를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인터넷/모바일의 은행 업무 논의가 다른 여러 산업 영역에서와 같이 UI에서 한층 더 나아가 UX라는 개념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높은 호응을 얻기 어려운 틀에 우리은행이 스스로 갇히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 같은 철학 기반에서는 기업금융에 특화된 기능이나 여러 개인금융 편의성을 더한다고 해도 사상누각이 될 여지가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