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공금횡령 혐의로 구속된 전남 여수시청 회계과 8급 공무원 김모씨(46)는 의류사업을 하는 아내가 사채빚에 내몰리자 공금을 빼내다 결국은 80억여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금을 관리하는 부서 책임자가 가정사에 휘둘릴 경우 얼마만큼 담대하게 범행을 저지를 수 있는지를 알게 된 하나의 사건으로 기록됐다.
광주지방검찰청 순천지청은 19일 "공금 80억7700만원을 횡령한 여수시 공무원 김씨와 아내(38) 등 4명을 구속하고, 사채업자 3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 2009년 7월부터 최근까지 공금 80억여원을 횡령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위반(국고 등 손실), 범죄수익은닉의 규제및 처벌등에 관한 법률위반, 공문서위조 및 행사 등의 혐의로 지난달 29일자로 구속 기소됐다.
그의 아내 또한 남편에게 차명계좌 11개를 제공하며 범행에 가담한 뒤, 67억원을 차명계좌로 받아 횡령하고 익명의 6명에게 27억원을 대부해 무등록 대부업을 영위해 특가법상 국고손실 외에 대부업 등의 등록및 금융이용자보호에 관함 법률위반 혐의로 지난 14일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또 공무원 김씨의 내연녀(최모씨.39)도 음흉한 범죄로 빼돌린 범죄수익인 줄 알면서 4억2600만원을 나눠 써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또 공금횡령을 촉발시킨 것으로 알려진 사채업자인 또다른 김모씨(45)도 공무원의 아내에게 수십억원을 월 10~30부의 고리이자로 빌려준 뒤 제때 갚지않자 감금 폭행하고, 채무자를 흉기로 위협해 채권의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더불어서 구속된 공무원 김씨의 처남(37)은 매형으로부터 범죄로 취득한 5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사채업자 전모씨(43)와 이모씨(60.여)는 공무원 김씨 아내 등에게 8억9000만원씩을 빌려줘 무등록 대부업 영위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이번 횡령사고를 수사하면서 신경을 썼던 부분은 ▲하급 직원이 80억원을 횡령하게 된 배경 ▲담당 국.과장과의 사전 공모여부 ▲빼돌린 공금의 사용처 및 환수여부 등을 집중 수사했다.
시청내 현금과 급여업무를 담당했던 김씨는 사업을 하는 아내가 사채빚을 무리하게 끌어다 쓴뒤 채무상환 압박에 시달리자 공금을 빼돌리기로 결심한 것으로 수사결과 파악됐다.
협박이 거세지자 김씨의 아내는 한때 빙의증상을 겪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회계부서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통보되자 김씨 부부는 자동차 안에 연탄불을 피우고 동반자살을 시도하기도 했으나 불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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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검 순천지청 이종환 부장검사가 지난달 29일 여수시청 회계공무원 비리범죄 중간 수사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
김씨는 아내가 사채업자들로부터 64억원을 빌려쓴 뒤 월 10~30부의 고리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하자 공금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아내는 남편 김씨에게 11개의 차명계좌를 제공하고 67억원을 받아 채무 상환 등에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또 사건의 규모나 범행시간, 수법 등에 비춰 시청내 공범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경리팀장과 회계과장 등의 결재권자 11명에 대한 강도높은 조사를 실시했지만 공모혐의를 찾지 못하고 김씨 단독범행으로 결론 지었다.
직장 상사들은 한결같이 "업무량이 많은데다 평소 성실한 김씨를 신뢰해 지출결의서 및 첨부서류상 지출총액이 일치하는지 여부 정도만을 확인하고 결재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검찰은 결재나 하급자 관리소홀 등의 과오는 있으나 횡령에 공모했다고 볼 만한 정황이 없어 과오가 있다고 판단된 해당 공무원에 대해서는 여수시에 통보키로 했다.
검찰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횡령자금 은닉의혹을 두고 “횡령액 대부분의 사용처를 확인했으며, 거액을 숨겼거나 묻어뒀을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구속된 공무원 김씨는 교도소에서 "내 수중에는 한푼도 없다"고 여러차례 말한 바 있다.
김씨는 횡령한 80억여원 가운데 51억원을 사채업자와 친.인척에 대한 채무변제에 사용했고, 친.인척 명의의 아파트 및 차량구입에 6억원을 사용했다. 또 6억원은 아내의 사채놀이에 사용됐으며 이 가운데 3억원은 회수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친.인척들의 아파트 6채에 대한 리모델링과 인테리어 비용으로 1억4100만원이 사용됐고, 지난해부터는 가족의 보험료와 신용카드대금 등의 생활비로 월 평균 200만원이 사용됐다.
이와함께 9억원은 공무원 김씨의 공무원연금관리공단 등 대출채무 변제에 사용되고, 4억원은 지인 최모씨에게 흘러 들어갔다. 차명계좌 통장잔고는 33만원에 불과하다.
광주지검 순천지청 이천세 차장검사는 "1000만원 이상 인출이 3회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100만원 내외의 현금지출로 생활비에 소진된 것으로 보이고, 금융정보분석원 자료검토 결과에서도 거액의 현금이 인출된 흔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현행 지자체 회계처제로는 담당 공무원이 불량한 심보를 가졌을 경우 얼마든지 교묘하게 횡령범죄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재발 방지책을 주문했다.
검찰이 밝힌 제도개선 방안으로는 △공무원 김씨가 여수시금고(농협) 거래시 종이서류만으로 거래하고, 결재후 서류바꿔치기 수법이 가능한 점으로 미뤄 시와 시금고간의 지급명령의 전산화 등록 △일반.특별회계 미포함 현금관리의 세분화 등을 주문했다.
또 △급여담당과 지출자를 따로 둬 상호견제 시스템 작동필요 △시금고 지급내역이 회계과에는 통보되나 지자체상품권 부서인 지역경제과에는 통보되지 않아 상호점검 불가능하다는 문제점을 개선해야 할 것으로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