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평균연봉 9000만원, 럭셔리한 직원복지로 여의도 직장인들의 부러움을 샀던 금융투자협회(이하 금투협)가 요즘 시련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주식시장 거래대금 급감과 수익률 하락으로 업계가 빈사상태에 빠지자 이익단체인 금투협도 자연히 눈칫밥을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 올해 초 사령탑에 오른 박종수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2008년 설립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하게 된 것이다.
금투협은 지난 12일부터 16일까지 한 주 동안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뒤 19일자로 퇴사 절차를 밟게 한다는 계획이다. 신청 대상은 5년 이상 근무자, 경력직 포함 과장급 이상의 직원이다. 희망퇴직자로 선정되면 근속기간에 따라 20~30개월치 임금과 학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단체 설립 이후 '미증유'의 사태라는 점에서 의미는 크다. 그러나 이미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등이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구조조정을 진행했고 최근에는 한화투자증권도 200여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마무리한 바 있다. 회원사들은 일찌감치 '다이어트'에 돌입했지만 협회는 늦어도 한참 늦게, 온갖 진통을 겪어가며 구조조정 안을 본궤도에 올린 셈이다.
회원사들은 지점축소와 인력 감축을 상당수 완료했거나 진행 중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총임직원수는 올해 6월말 현재 4만2742명. 지난해 말 4만3102명이었던 것에 비해 360명(-0.83%) 감소했다. 이 중 정규직은 3만3271명으로 올해 들어 209명(-0.62%) 감소했으며 계약직은 236명(-2.92%) 줄어 상대적으로 계약직원의 감축 비중이 더 컸다.
증권사 지점수도 꾸준히 줄어들었다. 올해 9월 기준 지점수는 1695개로 지난해 말 1790개에서 95개(5.3%) 감소했다. 증권사들이 지점을 통합하거나 아예 없애면서 자연히 인력 감축으로 이어진 셈이다.
회사별로는 미래에셋증권, 동양증권, 한화투자증권 순으로 없어진 지점 수가 많았다. 증권사 인력 감축은 지난해 9월 이후 꾸준히 이뤄지고 있는데다 연말까지는 인력 감소폭이 더 커질 전망이다.
자산운용업계의 인원 감축에도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올해 6월말 기준 자산운용업계 총 임직원은 4568명으로 지난해 말보다 90명 줄었다. 같은 기간 등기 및 비등기 이사를 포함해 임원은 32명 줄어들었으며 직원은 58명 감소했다. 자산운용업계 인력 유출은 핵심브레인인 운용전문인력도 예외가 없었다. 지난 6월말까지 해당 인력은 총 1787명으로 올해 상반기에만 34명이 업계를 떠났다.
특히 실적이 부진한 외국계 운용사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거세다. 2007년 한국시장에 진출한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이 5년 만에 사업 철수를 결정했고 도이치자산운용, 피델리티자산운용, 메릴린치자산운용 등이 영업 인력을 대폭 줄이거나 기관영업 부문에서 손을 뗀 것으로 전해져 시장 철수를 위한 사전 작업이 아니냐는 소문이 돌고 있다.
사실 금투협의 희망퇴직안이 올해 안에 타결된 것만도 다행스럽다. 당장 실업자가 될 위기에 놓인 노조가 "경영진이 사원들에게 고통을 전가하려 한다"며 날선 반응을 보이는 등 지난달 말까지도 심상찮은 상황이 연출된 탓이다.
노조 사무실에 '투서'가 날아들고 협상창구 단일화를 놓고 양측이 치열한 기싸움을 벌였던 것은 부수적인 사건이다. 이런 상황에서 임금 3.1% 인상안을 통해 극적인 합의를 이룬 것은 천만다행이다.
아직 협회 측은 희망퇴직 신청자 규모나 확정 여부에 대해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신청 마지막 날에 희망자가 몰릴 것이라는 예상만 할 뿐이다. 금투협의 쇄신 의지를 엿보려면 19일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증권사 및 자산운용, 선물사 등 금융투자업권 이익을 대변한다며 2008년 야심차게 문을 연 금투협이 뒤늦게나마 혹독(할지도 모를)한 다이어트에 돌입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다만 그간 쌓인 방만 운영의 기름기를 쏙 빼기엔 갈 길이 멀어 보인다는 게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