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도이치,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이 유독 한국시장에서 고배를 마시고 있다. 올해 상반기(4~9월) 외국계 자산운용사 중 절반이 당기순손실을 기록한데 이어 일부 운용사들은 한국시장 철수를 선언하거나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례로 5년 전 야심차게 한국시장에 진출한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은 최근 국내 철수를 선언하고 일부 소규모펀드 해지절차에 돌입했다. 회사는 2007년 한국 진출 이후 국내에서는 단 한 번도 수익을 내지 못했다.
◆요동치는 한국증시 "너무 어렵다"
현재 국내에서 영업 중인 외국계 자산운용사(외국기업 보유지분 50% 이상)는 총 23개로 이 중 11개 운용사가 올해 상반기 마이너스 수익을 냈다.
도이치자산운용이 해당 기간 38억80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가장 성적이 나빴고 프랭클린템플턴자산운용과 골드만삭스자산운용도 각각 22억4000만원, 18억30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720억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199억9000만원, 삼성자산운용 181억원 등 국내 운용사들이 순익상위를 휩쓴 것과는 대조적이다.
해외 금융시장을 주름잡던 이들이 유독 한국에서 맥을 못 추는 이유는 뭘까. 업계 관계자는들은 유독 변동성이 큰 국내증시 환경에 외국계 운용사들이 제대로 적응을 못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외국계 운용사들은 해외투자와 국내시장에서는 대형주를 선호한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올해 국내주식형펀드 시장에서 일반주식펀드의 수익률은 2.18%(12일 기준)에 그쳤고 대형주 중심의 코스피200인덱스펀드 역시 수익률이 3.87%에 불과했다. 반대로 국내 운용사들이 다양하게 포트폴리오를 짜 대응한 국내중소형주식펀드의 연초 이후 성과는 10.54%에 달했다.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펀드 기피현상도 외국계 운용사들의 목을 죄었다.
박제영 제로인 펀드애널리스트는 "지난 9일 기준 공모해외펀드(역외펀드 제외) 설정액이 1주일 만에 820억원 줄어들었다"며 "특히 변동성이 높은 해외주식형(ETF제외) 설정액은 전주대비 1800억원 넘게 감소했다"고 말했다.
16일 금투협에 따르면 해외주식형펀드에서의 자금유출은 지난달 5일부터 이달 14일까지 28거래일 연속 이어졌다. 10월 한 달 동안에만 해외주식형펀드에서 3732억원이 빠져나가는 등 이를 주로 운용하는 외국계 운용사가 고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외국계 운용사 엑소더스 시작?
골드만삭스가 한국 시장 철수를 공식화하자 업계는 또 다른 외국계 운용사의 사업 철수 가능성에 대해 조심스럽게 점치는 분위기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가장 많은 손실을 낸 도이치자산운용을 비롯해 메릴린치자산운용, 피델리티자산운용 등이 한국 시장을 떠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이치자산운용은 최근 리테일 인력을 대폭 줄여 철수를 위한 사전작업이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다. 기관영업 철수설이 퍼진 피델리티자산운용과 지난달 PR대행 업체와 계약을 종료한 메릴린치자산운용도 골드만삭스의 뒤를 이을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해당 운용사들은 "낭설"이라며 손사래치고 있지만 이미 세이에셋자산운용과 ING자산운용 등 매물로 나온 운용사들과 함께 업계 구조조정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한편 금감원이 15일 발표한 자산운용사 상반기 영업실적에 따르면 전체 82개 업체의 영업이익은 232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2억원(8.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별로는 △미래에셋(720억원) △한국(200억원) △삼성(181억원) △신한BNP파리바(165억원) △KB(143억원) 순으로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특히 이들 상위 5개사의 당기순이익이 1409억원에 달해 전체 운용사 당기순이익의 68.8%를 차지할 정도로 대형사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운용사 33곳 중 국내사는 23곳, 외국계는 10곳이었으며 전체 운용사 가운데 40.2%는 적자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