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수익률 가뭄에 시달리는 펀드 투자자들에게 '단비' 같았던 북미지역 주식형펀드 투자에 무조건 뛰어들었다가 또 다른 '덫'에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해당펀드가 설정액 50억원 미만의 '자투리펀드'일 경우 금융당국의 청산 압력에 시달리거나 최악의 경우 자산운용사가 임의로 펀드를 해지해 상품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북미지역 주식형 펀드는 연초 이후 평균 10%대를 웃도는 높은 수익률을 구가하며 최근 승승장구하고 있다.
◆잘 나가는 북미펀드, 속사정은?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이달 12일 기준 국내에서 판매 중인 북미주식형펀드는 14개, 연초 이후 11.43%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해외글로벌신흥국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같은 기간 5.26%에 불과하다는 점에 비하면 상당히 선전한 셈이다.
같은 기간 일본과 중국주식형펀드는 각각 2.19%, 9.47%의 수익을 내는데 그쳤다. 국내주식형펀드와 비교해도 성적은 월등하다. 올해 연초 이후 국내일반주식펀드의 수익률은 2.18%, 가장 수익률이 좋은 중소형주식펀드도 10.54%다.
다만 이들 중에도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는 게 문제다. 지난 5일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은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미국주식증권자투자신탁(주식-재간접)' 펀드를 내년 2월7일 해지한다고 금융투자협회를 통해 공시했다.
금투협에 따르면 해당 펀드는 올해 15% 가까운 수익을 냈지만 설정액이 13억원(지난달 말 기준)에 그쳐 '자투리펀드'로 낙인찍힌 상황이었다.
협회 관계자는 "설정 1년이 지난 뒤까지 설정액이 50억원이 안되는 펀드(소규모펀드)들은 자산운용사가 임의로 해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8일 기준 운용 중인 19개 미국펀드 가운데 13개 펀드가 이른바 '자투리펀드', 설정액 50억원 미만의 소규모펀드다. 일례로 작년 8월 설정된 '피델리티연금미국증권전환형자투자신탁(주식-재간접)' 펀드의 설정액은 1억원이 채 안 된다.
이밖에 KB자산운용, JP모간자산운용, 슈로더투신운용, 하나UBS자산운용 등은 최근 자사에서 운용 중인 북미펀드가 소규모펀드에 해당한다고 금투협을 통해 공시했다.
◆1년 수익률 100% 달성해도 '자투리펀드'
또 다른 금투협 관계자는 "펀드 성과가 아무리 좋아도 투자자들은 가입한 펀드가 소규모펀드라면 언제든 임의해지될 수 있는 상품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자산운용사들은 소규모펀드 해당 여부를 매달 금투협 통합공시시스템을 통해 공시해야 하며 협회는 소규모펀드수익률 비교공시를 통해 이들 펀드의 기간별 수익률은 물론 보유자산과 기준가격, 운용인력 등을 공개한다.
이달 기준 현재 일반 해외주식형펀드 중 소규모 펀드는 총 766건으로 'JP모간G2증권모투자신탁(주식)'과 'KB스타글로벌고배당주증권투자신탁1(주식)' 펀드의 경우 1년 수익률이 167.74%에 달한다.
이들 외에도 NH-CA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이 내놓은 펀드 가운데 1년 성과가 100%를 웃도는 소규모펀드는 총 6개나 된다. 수익률이 '자투리펀드'를 가리는 절대적인 조건은 아니라는 얘기다.
◆돈 안 모이는 이유, 따로 있다
그렇다면 해당 펀드들의 수익률이 좋음에도 돈이 모이지 않는 이유는 뭘까. 가장 중요한 이유는 해외주식형펀드, 특히 북미지역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편견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은 "흔미 미국이나 유럽 같은 선진국보다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에 투자해야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믿는 투자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특히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경우 분산투자 등 꼼꼼한 전략을 세우기보다는 수익률 위주로 투자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아 좋은 펀드들을 오히려 놓치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뛰어나 차익실현을 위한 환매 수요가 몰린 것도 이유다. 올 들어 북미 주식펀드에서 유출된 자금규모는 500억원에 달한다. 최근 이슈화된 미국의 재정절벽 우려도 북미펀드 투자를 꺼리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오바마의 재임으로 미국 대선이 마무리된 이후 내년 1분기쯤 재정절벽 이슈가 정치적 노이즈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미국 정치권이 당장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는 빚청산에 몰두하기 보다는 원만한 합의점을 찾아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후정 연구원 역시 "단기적으로는 재정절벽 이슈가 영향이 있겠지만 미국 경기가 점차 회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적립식 형태의 미국펀드 투자는 해볼만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