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버린 단일화협상"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의 단일화협상이 중단되면서 교착상태에 접어들었다. 대선후보등록일이 열흘 남짓 남은 시점에서 두 후보의 단일화가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
[프라임경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 간 단일화협상 중단사태가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안개 속을 헤매고 있다.
지난 14일 단일화 협상 잠정 중단을 선언한 안 후보 측은 15일에도 민주당 측에서 흘러나온 '안철수 양보론'과 조직적 세몰이 등에 대해 책임 있는 조치를 재차 요구하고 있다.
이에 문 후보가 직접 캠프를 대신한 사과의 뜻을 밝히며 한발 물러서는 자세를 취했지만 접점을 찾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문-안 교착상태 빠진 단일화
부산을 방문 중인 문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혹여라도 우리 캠프 사람들이 뭔가 저쪽에 부담을 주거나 자극하거나 불편하게 한 일이 있었다면 제가 대신해 사과를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만전을 기할 테니 다시 단일화 협의를 해나가자고 제의하기도 했다.
문 후보 측 우상호 공보단장 역시 "우리 후보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아줄 것을 당부 드린다"면서 "후보 단일화는 정권 교체를 위해 반드시 성사돼야 하고, 과정 자체가 아름다운 경쟁과 협력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 후보는 공평동 캠프엣 기자들과 만나 "과정보다 결과에만 연연하고 이것을 경쟁으로 생각한다면 그 결과로 이기는 후보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어제 '지켜보겠다. 성실한 가시적 조치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씀드렸으나 다른 변화가 없다"면서 "오늘도 역시 성실하고 충실한 가시적 조치를 지켜보겠다고 말씀드리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안 후보 측의 협상중단 선언 이후 문 후보 측에서 거듭 사과의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협상을 재개할 만큼 충분한 수준이 아닌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안 후보 측은 △'안철수 양보론'을 거론한 당사자의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 △상대를 향한 자극적인 표현 자제 △조직적 세몰이 중단 등 문 후보 측의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문 후보 측은 안 후보 측이 '안철수 양보론' 발설자로 지목한 캠프 인사가 해당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는데다가 시민캠프 차원의 여론조사 참여 독려 문자메시지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파악돼 난감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단일화협상 중단으로 오랜 논의 끝에 가합의가 이뤄져 발표만을 남겨두고 있었던 '새정치공동선언문' 발표도 무기한 연기됐다. 15일 발표 예정이었지만 캠프 간에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이마저 미뤄지게 된 것.
◆이번 사태 전화위복 될까?
두 후보의 단일화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긴 했지만 정계에서는 단일화협상이 아예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두 후보 측 모두 정권교체를 바라는 여론을 끝까지 외면하기엔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는 이유에서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안 후보 측은 협상 중단 선언은 하락세인 안 후보의 지지율을 반전시키고 앞으로 본격적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벼랑 끝 승부수'로 보고 있다.
실제 안 후보가 지난 5일 후보 단일화를 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지지도는 정체하거나 오히려 떨어졌고, 일부 여론조사에선 문 후보에게 역전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안 후보 측에서 협상 중단이라는 승부수를 꺼내 긴장감을 조성함으로써 지지층과 캠프 내부를 결집시키려 한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반면 이번 단일화협상 중단 사태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것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양측 모두 단일화에만 매몰되면서 경쟁 일변도로 치달은 경향이 있었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상대방을 정권교체의 동반자로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2002년 단일화협상 데자뷰
문 후보와 안 후보의 단일화협상 중단 사태는 지난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노-정 후보 역시 단일화 룰 협상 도중 '언론 플레이' 공방을 벌이며 협상이 중단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당시 정 후보 측의 이철 단장 등 협상팀이 사퇴하며 단일화는 파국 직전까지 갔었다. 하지만 11월19일 밤 노 후보 측의 신계론 비서실장과 정 후보 측 민창기 홍보위원장이 물밑 조율에 나서면서 논의가 다시 시작됐고, 협상팀이 교체된 후 단일화는 결국 합의됐다.
당시 상황에 비춰 보더라도 이번 문-안 단일화 역시 냉각기를 거친 후 협상이 다시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후보 등록일까지 열흘밖에 남지 않아 협상 시한이 촉박한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단일화 룰 협의팀과 달리 정책연대를 위한 조율은 계속되고 있다는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하지만 단일화협상과 관련해 양 측의 상황이 좀 더 험악해 지거나 접점을 찾지 못하면 협상팀이 교체되거나 두 후보가 직접 나설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