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영 기자 기자 2012.11.14 14:10:20
[프라임경제] 야권 단일화 후보 자리를 놓고 신경전이 한창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 사이에 '대선펀드'가 대결 종목 중 하나로 급부상했다.
문제는 두 후보 중 한 명이 대선 레이스에서 물러날 경우 해당 대선펀드도 유명무실해지거나 최악의 경우 상환불능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양측 모두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며 손사래치고 있지만 쓰지도 않은 돈에 대해 매달 5000만원 이상에 달하는 이자를 꼬박꼬박 물어야 하는 후보들의 입장도 난처하긴 매한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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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펀드' 공식 홈페이지 캡쳐.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지난달 22일 '문재인 담쟁이펀드'를 출시해 56시간 만인 24일 목표한 200억원 공모에 성공했다. |
현재 대통령선거 비용이 56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두 후보 모두 예산의 절반정도 수준의 금액을 모집한 셈이지만 양측이 '반값 선거비용'에 원칙적인 합의를 이룬 만큼 공모 금액은 다소 줄어들 수 있다.
◆수익률, 코스피200인덱스펀드와 비슷해
문 후보와 안 후보가 내놓은 펀드의 수익률은 연 3.09%(일할계산)다. 지난 4.11 총선 당시 강용석 무소속 후보와 강기갑 통합진보당 후보가 내놓은 연 6%의 수익률 보다는 낮지만 여전히 자산관리계좌(CMA)나 수시입출금식통장보다는 높다.
펀드상품 중에서는 주식형 펀드 중에서도 3.13%의 1년 수익률(11월12일 기준)을 기록 중인 코스피200인덱스펀드와 비슷하다. 같은 기간 일반주식형펀드 1년 수익률은 -0.42%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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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13일 총 목표 모금액 280억원, 연 3.09%의 수익률을 내걸고 '안철수 국민펀드' 모집에 나섰다. 안 후보는 펀드 모집 하루 만인 14일 오전 10시 현재 약 8000명의 지지자로부터 57억6000만원을 모았다고 밝혔다. |
양측 모두 정식 선거운동에 돌입하는 오는 27일 자정까지 모금액을 동결하기로 했고 후보등록이 시작되는 25일 전에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다. 단일화 경쟁에서 밀린 후보의 펀드는 선거일 전에 모두 투자자에게 상환될 예정이다.
문 후보와 안 후보 중 한 명은 하루에 200여만원씩, 써보지도 못한 돈의 이자를 물어줘야 하는 셈이다. 대권 후보에서 물러난다는 정신적 충격에 비할 것은 아니지만 속이 쓰릴 만하다.
◆'강용석 펀드'의 악몽…깡통펀드 가능성 없나?
투자자 입장에서도 찜찜함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앞서 '강용석 펀드'의 경우 강 후보가 저조한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선거비용 보전을 받지 못했고 펀드로 모금한 2억원 상환에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정치인 펀드가 합법적인 금융투자상품이 아닌 후보자와 투자자 간 개인 채무관계라는 점을 감안하면 '깡통펀드'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는 셈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비용 보전은 대선이 치러지는 다음달 19일 이후 70일 이내에 이뤄지고 후보자가 15%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할 경우 선거비용 전액을 보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얘기하면 득표율이 15%에 미치지 못할 경우 선거비용의 절반만 돌려받거나 최악의 상황에는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 철저히 개인의 신용 및 정치적 영향력에 따라 상환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치인 펀드를 투자상품으로 구분짓는 것은 어렵다"면서도 "굳이 비슷한 유형을 찾는다면 일반 예적금이나 펀드 상품에 비해 만기가 짧아 기업이 발행하는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이나 회사채와 유사한 형태로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재인 후보나 안철수 후보의 경우에는 정치인으로서 영향력이 큰데다 원금이 특정기간 동안 묶여 있고 이자 규모도 크지 않아 상환불능에 빠질 가능성은 적다"며 "다만 지난 총선 때처럼 다수의 후보들이 소규모 공모가 난립한다면 '깡통펀드'가 속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 들어 유독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정치인 펀드의 효시는 지난 2010년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유시민 펀드'다. 유시민 후보는 총 5300여명의 투자자로부터 40억원의 선거자금을 모금했다. 다행히 선거비용 보전에 성공한 유 후보는 투자자들에게 연 2.45%의 수익률에 따라 원리금 전액을 상환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지난해 10.26 재보궐 선거 당시 연 3.6%의 수익률을 내세운 '박원순 펀드'를 40억원 규모로 모집해 성공적으로 선거를 치렀다.
정치인 후보가 본격적으로 여의도 정가에 급부상한 것은 지난 4월 국회의원 총선이다. 강용석 무소속 후보와 강기갑 통합진보당 후보가 연 6%의 수익률을 내세워 각각 2억원 안팎의 선거자금을 모았고 이밖에 '엄태영 희망펀드' '홍성규 펀드' 등도 각각 연 4.11%, 3.54%의 수익률을 무기로 비슷한 규모의 선거 자금을 모집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