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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한계 넘는 기업' SK 최종현 회장의 천년경영 비급

수신에서 도리까지 경영인은 물론 인간이 추구할 최고 수준 'SKMS·SUPEX'

정금철 기자 기자  2012.11.14 13:2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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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기업인수라는 것이 그냥 돈만 써서 하면 되는 쉬운 문제가 아니다. 오죽하면 (SK가) 한국이동통신의 인수기회를 부여받았을 때 일부 경쟁그룹들이 "SK가 이제는 죽을 자리에 들어섰다"며 쾌재를 불렀을까.' - '천년 가는 기업 만들기' 본문 중.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할 당시 사람들은 비효율의 상징인 국영기업 인수에 대한 리스크만을 따졌다. 이와 마찬가지로 SK그룹의 전신인 선경이 유공을 인수할 때도 사람들은 "배보다 배꼽이 크다"고 혀를 찼다. 하지만 이때 고(故) 최종현 사장은 "그래? 걱정 없어. 우리는 SKMS가 있잖아"라며 웃어넘겼다. 든든한 기업문화를 철석같이 믿었던 자신감의 발로였다.

그렇다면 1939년 선경직물을 시초로 70년이 넘는 세월의 풍파를 헤치며 현재에 이르기까지, SK그룹을 성공으로 이끈 경영의 비결은 과연 여기서 찾을 수 있을까?

◆ SKMS가 '일의 도리'라면, 그 도(道)를 이루는 방법은?

SKMS(SK Management System)는 SK그룹의 경영철학이자 관리체계다. '최종현 사장학'과 직결되는 'SKMS'를, 경영자 허달 코치는 그의 새 저서인 '천년 가는 기업 만들기(부제: 경영자 코치 허달이 푼 최종현 사장학·비움과소통 출간)'에서 '일의 도(道)'라고 표현하고 있다.

   
 
글씨 쓰는 데 서도(書道)가 있고, 차를 마시는 데 다도(茶道)가 있듯이, 기업을 경영하는 데도 '도(道)'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허 코치는 '일의 도'를 이루는 방법으로 SUPEX(Super Excellent)를 꼽는다.

초창기의 SKMS는 경영인의 수신(修身) 교과서 같은 면이 있어서 가시적 경영 성과로의 연결이 미흡했고, 그래서 SUPEX가 등장했다는 것. 그에 따르면 SUPEX는 인간이 추구할 수 있는 최고의 수준으로, 경영관리는 SKMS로 하되 그 달성 수준에 있어서는 SUPEX를 추구한 것이 바로 지금의 SK그룹을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일례로 무려 80여 차례의 회의를 통해 달성된 초창기의 SUPEX 추구 일화를 들고 있다. 펌프의 잦은 고장으로 상정된 이 안건은 숱한 시행착오를 거쳐 마침내 공정 설계의 특허 내용까지 변경시켜 펌프 자체를 없애는 결론을 도출했다.

시설 확장 프로젝트의 사례도 들었다. 처음 제시사항은 시공 기간 90일과 용접 불량률 5%였지만, 모두 합심해 SUPEX를 추구한 결과 49일 완공과 재용접률 0.3%를 기록하며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수준인 SUPEX를 달성하게 됐다는 내용이다.

◆ SK그룹 성공 이끈 최종현 회장 '실전 경영학'의 정수는?

허달 코치는 새 책에서 현재 SK그룹을 만든 실질적 창업주는 1973년 기업을 승계한 최종건 회장의 동생 최종현 회장이라고 역설한다. SK그룹의 대표 사업분야라 할 수 있는 석유화학과 통신사업이 이 시기의 유공 인수와 한국이동통신 인수로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것.

1962년 대한민국 최초 정유사로 문을 연 SK이노베이션의 전신은 공기업이었던 대한석유공사로, 이를 인수한 인물은 바로 최종현 회장이다.

이처럼 SK그룹의 성장 궤적을 따라가 보면 △1980년 대한석유공사 인수 △1994년 한국이동통신 인수 △2002년 신세기통신 인수 △2012년 하이닉스반도체 인수 등 유난히 굵직한 기업을 인수한 사례가 많다.

그러다 보니 세간에는 SK그룹이 인수·합병을 통해 '거저먹기'로 성장했다는 시각이 있는데, 이는 인수·합병으로 커다란 손실을 본 기업도 수두룩하다는 것을 간과한 견해라는 게 허 코치의 설명이다.

이렇듯 최종현 회장의 경영 철학과 기업관을 곁에서 지켜보며 함께 이룬 석유화학 1세대 허달 코치는 어려운 수식 하나 없는 쉬운 경영학이자, SK그룹을 성공으로 이끈 실전 경영학을 대중에게 전달하고자 이 책을 집필했다.

무엇보다 그는 "사람이 80 평생을 살면서 삶의 철학이 없을 수 없듯, 기업 또한 그 생명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는 경영의 철학이 필요하다"며 "기업은 영구히 존속·발전해야 한다"고 정의한 SKMS를 망하지 않는 기업을 만들기 위한 경영 비급(秘笈)으로 소개한다.

끝으로 허 코치는 고인의 생전 대화를 저서에 인용하며, 최종현 사장학의 정수를 일깨우고자하는 집필 취지를 알린다.

"소위 성공했다는 경영자들이 말이야, 각기 자기 나름의 사장학을 갖고 있어요. 그런데 그걸 남에게 가르쳐 주려고 하지를 않아. 그렇지만 나는 내 사장학을 가르쳐 주겠다는 거야. 모두들 이걸 배워서 다 사장이 되면 얼마나 좋아."

- 저자인 허달 코치는?

1943년 서울에서 나서 서울고, 서울공대 화공과, 서울대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했다. 엔지니어로 유공(현 SK이노베이션)에 입사, 35년간 근속하면서 우리나라 석유화학산업을 처음 일으키는 데 참여한 이른바 석유화학 1세대다.

SK 부사장, SK아카데미 교수, 한국화인케미컬 사장을 지냈으며, 경영직에서 은퇴한 후 현재 코칭경영원의 파트너 코치로 활동하고 있는 국제코치연맹 인증 전문코치(PCC)로 활동 중이다. 대표 저서는 '잠자는 사자를 깨워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