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현 기자 기자 2012.11.14 12:59:45
[프라임경제] 저금리 상황으로 보험사의 경영에 부담감이 높아지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보험사의 자산운용 수익률이 기대에 못 미치게 되고 이런 상황이 보험사의 역마진이 커지게 되는 것으로 연결된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당국의 규제 강화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각종 규제를 진행하기에는 업계 부담이 크다는 이른바 '속도조절론'인 셈이다. 다만 현재의 역마진 우려 등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만으로 시스템 정비를 미룰 수 없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표준이율 개편 필요하나 소비자 부담 전가 말라" 압박
당국의 보험업계 위기 해법에 대한 인식은 최근 표준이율 조절과 관련 여실히 드러난 바 있다. 표준이율은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기 위해 쌓아놓는 책임준비금에 붙는 이율로, 보험료 산출과 직접 관계는 없지만 보험료 책정과 밀접한 예정이율을 함께 끌어내린다. 예정이율이 낮아지면 통상 보험료를 올리는 경향이 있어 표준이율 조정은 민감한 관심 대상이 된다.
금융감독원은 저금리 영향으로 자산운용 수익률이 하락함에 따라 표준이율 인하가 불가피할 수는 있다는 점은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표준이율을 인하해 저금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보험사의 부담을 보험료 인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권혁세 금감원장은 7일 저녁 서울 여의도 63빌딩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보험사 CEO 세미나에 참석해 "보험료를 올리기 전에 보험회사의 긴축 경영과 사업비 절감 등의 자구노력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권 원장은 "저금리 영향으로 자산운용수익률이 하락함에 따라 표준이율 인하가 불가피할 수는 있다"면서도 "표준이율 인하방법으로 저금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보험사의 부담을 보험료 인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본적인 인식이 이래서일까. 당국의 보험업 규제는 근래 상당한 속도를 내고 있다. 내년 4월부터 보험회사의 건전성 확보를 위해 책임준비금 적정성 평가가 대폭 강화되고 변액보험 보증준비금 표준적립률도 상향 조정된다.
올해 중에 이미 RBC(지급여력) 비율 신뢰수준을 95%에서 99%로 상향조정했고(2월), 7월에는 그동안 자본으로 인정해 온 자회사의 자본과부족 부분 중 자본부족 부문만을 자본으로 인정하기로 하는 등 일련선상에서 규제가 강화되는 것이다. 개편 템포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맞추기 어렵다는 의견이 존재하는 이유다.
◆적정성 규제 강화 논란 없지 않지만…
규제의 논리적 타당성을 주문하는 의견도 있다. '금산분리 및 금융회사 지배구조 관련 세미나'에서 "현재 추진되고 있는 보험사의 자본적정성 관련 규제안은 금산분리 강화를 위한 편법적인 것(이창수 숭실대 보험수리학과 교수)"이라는 쓴소리가 나온 것이 이런 맥락의 견해다. 이 교수는 "국제적 기준인 위험기준자기자본제도(RBC제도) 취지와 원칙에 따라 신중히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지적을 귀담아 듣는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적정성 강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전제 자체가 변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7월 '손해보험업종의 재무건전성 강화를 위한 정부규제 동향' 간담회에서 안정균 SK증권 연구원은 "국내 보험사들의 자기자본이익률(ROE)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해외보험사에 비해 높은 편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현 PBR은 금융위기 당시 수준이며 손보업에 대한 현 규제는 당시만큼 심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유럽보험사들에 비해 자본적정성에 대해 느슨하다는 것으로, 안 연구원은 국내 보험사들이 해외 보험사보다 이익이 견실하고 밸류에이션도 적합하지만 유럽과 다른 자본적정성 기준에 대해서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절판 마케팅 등 각종 꼼수 선제적 대응 요구도
오히려 과당 경쟁과 각종 꼼수 사용을 방지할 수 있도록 선제적인 감독 진행으로 방향 설정을 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예를 들어 금리 문제로 인한 역마진 위험 경고는 이번에 처음 나온 게 아니지만 당국의 대책이 뒷북 규제로 효과를 크게 보지 못한 경우가 있다. 2000년대 초반 나온 역마진 논란이다. 생명보험사들이 확정금리형 저축성보험 경쟁을 한 것이 당시 문제가 됐다.
특히 지난 1990년대 말부터 2000년 초반까지 판매됐던 일부 보장성 보험 상품들의 금리는 7∼8%에 달해 이후 핵심 골칫거리가 됐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업계는 구조적 해법을 찾거나 자구노력을 쌓는 대신 확정금리형 저축성보험을 보장성보험으로 대거 유도하는 일종의 근시안적 접근으로 대응하는 데 그쳤다.
이 경험을 살려 대책을 강구했다면 현재 역마진 리스크가 이렇게 크지 않았을 수도 있다. 2002년 초에야 당국은 보험사들이 저축성보험을 종신보험·암보험·상해보험 등 보장성보험으로 전환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또 근래 외형 확대 차원에서 일부 보험사들이 저축성보험 판매를 크게 늘리는 데 열을 올린 조짐이 있었는데, 이번에 보험계약 분류기준이 되는 위험 보장기능을 현행 5%에서 10%로 상향 조정해 저축성보험 판매 과열경쟁을 억제키로 하는 안이 윤곽을 드러냈다. 제도 내용은 의미가 있지만 다소 늦게 나온 감이 있다는 아쉬움을 남기는 대목이다.
제도 변경에 임박해 유리한 제도 하에 설계된 상품을 마지막으로 가입하라는 일명 '절판 마케팅'도 당국으로서는 제도 개편 추진의 밑그림을 그리는 중에 충분히 예상할 수 있으므로 왜곡된 마케팅 경쟁으로 치닫지 않도록 관련안을 함께 내놓는 것 역시 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권 원장이 7일 지적한 것처럼 "일부 보험회사의 경우 여전히 고금리 저축성보험 판매에 치중하거나 변액보험의 최저보증이율을 시장금리 보다 높은 수준으로 판매하는 사례가 있다"는 등 업계로서는 리스크 높은 시장 공략 방식이 주는 달콤한 유혹을 떨치기 어려운 모습이다. 당국이 적절한 감독 방향을 제시하는 노력을 게을리할 수 없는 이유다.
물론 보험업계의 발전은 시장 중심으로 자율성에 맡기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리스크 관리에 실패할 경우 소비자들에게 피해 전가 위험이 높은 점, 국제경제 위기 국면인 점, 리스크 관리 중요성에 대해 보험업계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고 대외적으로도 시스템 강화 필요가 여전히 높은 점 등을 감안하면 규제 고삐를 죄는 데 주저할 수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저금리와 역마진 관련 이슈로 인한 애로 사항이 많은 국면이지만, 건전성 강화와 리스크 대책 마련 고민을 미뤄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