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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주폭에게 더 이상 온정 필요 없다"

이종희 기자 기자  2012.11.14 10: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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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남자를 만날 땐 꼭 확인해 봐야 할 것이 하나 있는데…, 주사! 그 남자 주사가 뭔지를 봐야해~! 아무리 성격이 좋고 얼굴이 반반해도…"

서울 여의도의 어느 회사. 만나고 싶은 남자의 이상형을 주제로 한창 이야기꽃을 피우던 찰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남자의 주사라고 N차장은 힘줘 말한다. 이에 초롱초롱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이던 J사원은 지난달 한 술집에서 벌어졌던 '김성수 전 부인 사망사고'를 도마 위에 올린다.

지난달 17일 오전 2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술집에서 김성수 전 부인 강모(38)씨 일행과 무속인 제갈모(38)씨 사이에서 실랑이가 벌어진 끝에 강씨가 사망했다. 원인은 별 게 아니었다. 강씨 일행 중 한명이 종업원에게 반말로 물수건을 요구한 것을 제갈씨는 자신에게 한 것으로 오해해 시비가 붙었다.

문제는 술에 취해 있었던 제갈씨가 자신의 승용차에서 가져온 흉기를 휘둘러 강씨를 숨지게 하는 데까지 번졌다는 데 있다.

또한 지난 8월 전남 나주에서 한 괴한이 집에서 잠자던 초등학교 1학년 여학생을 이불에 싼 채 납치한 일이 벌어졌다. 알고 보니 이 괴한은 음주상태였다. '부산 지하철 알몸녀' 해프닝도 그렇고 남녀 불문, 술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이쯤 되니 연애 전 주사는 꼭 확인해 볼 필수 사항이라는 N차장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술에 관대한 게 우리 문화지만, 만취로 인한 행적들은 이미 우리의 상식 수준을 벗어나 버렸다. 이에 보다 못한 경찰청에서 발 벗고 나섰는데, 만취상태에서 상습적으로 상가·주택가 등에서 인근 주민과 선량한 시민들에게 폭력과 협박을 가하는 '사회적 위해범'을 이른바 '주폭'으로 규정하는 등 인식 변화가 일고 있다.

경찰은 '주폭' 규정과 함께 지난 5월부터 6개월간 집중 단속한 결과 서울에서만 508명의 피의자를 구속했다. 주폭 508명의 총 범행횟수는 5916건으로, 업무방해 2351건(39.7%)·폭력 1227건(20.7%)·갈취 986건(16.7%)순이었다. 범행장소는 주로 식당·주점·상가(64.4%), 노상·주택가(19.9%), 경찰서·관공서(4.2%)등이다.

   
 
술을 먹은 폭군을 의미하는 '주폭', 새로운 단어가 탄생할 만큼 사회는 만취자에게 시달리고 있다. '주폭에게는 인권이 필요 없다'는 등 사회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이 자리 잡았고 시민들의 의식수준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런 추세에 힘입어 적극적이고 강경한 대처로 '주폭'이라는 폭군 이미지의 신조어 대신 건전하고 바람직한 음주문화와 조화를 이룬 신조어가 탄생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