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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수사권 독립론: '10만 검사 양병설' 변질 우려

임혜현 기자 기자  2012.11.12 17:5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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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경찰이 차명계좌를 동원 부정한 돈을 받은 혐의로 A 검사를 지목, 수사를 강행하면서 경찰의 수사권 독립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이번에 특임검사는 검찰-경찰 관계는 의사-간호사 비교 발언까지 해 양측 자존심 대결은 더 악화되고 있다.

검찰이 경찰의 수사를 하나하나 지휘하는 게 번거롭더라도 국민의 보호에 더 부합하는지, 경찰에 수사권을 주고 검찰은 기소 등 절차와 법리 해석에만 전념하는 게 간결하고 이점이 더 큰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그래서 이 끝나지 않을 논쟁 대신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경찰이 수사권을 독립시켜 달라는 주장이 '검찰 간섭이 싫으니, 내가 직접 검사 노릇하려 한다'는 쪽으로 방점이 찍힐 때 국민은 불행하다. 개인적으로 지금 수사권 독립론에 그런 점에서 의문을 갖는다. 물론 검사, 더 나아가 검찰은 경찰 입장에서 보면 '다른 기관'의 직급 높은 사람들이다. 수사권 독립 불가론(이나 시기상조론) 입장에서 견제의 타당성을 아무리 강조하는 사람들이라도, 기관의 명예 감정상 자존심 상할 노릇이라는 감정적 요소가 있는 점까지 전혀 모르지 않는다. 또 검사들이 경우에 따라 내부 비리가 터져도 그야말로 자신들끼리 눈 가리고 아웅하는 수사를 하고 넘어갈 것에 경찰이 수사기관으로서 분개하는 심정도 이해 못할 바 아니다.

다만 여기서 지적할 부분은 검사를 수사할 경우에 그게 경찰이어야 하는지, 또 검찰이 밉다고 해서 그걸 견제하고 그 힘이 경찰로 가야 하는지의 문제다. 여기에는 경찰이 '꼭' 나서야 할 필연적 당위성이 없어 보인다. 과거 싱가포르 같은 경우의 사례를 들어 고위공직자수사처 제도가 논의돼 왔다. 검찰권의 견제는 제3의 기관에 맡기고 검찰도, 경찰도 모두 어깨에 힘을 빼라고 하면 과연 경찰이 수긍을 할지가 궁금하다.

더 적나라하게 직접적으로 묻자면 (수사권 독립을 시켜주더라도) 검찰과 동급이 된다는 등 하는 문제에 관심을 갖지 말고 외국의 일부 사례처럼 현재와 같은 거대한 국가경찰 체형을 조정할 의향이 있느냐는 것이다.

이런 경찰의 개혁이 수반되는 수사권 독립이 아니라 현재 경찰을 전제로 한 수사권 독립을 원하는 것이라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10만 인원이 국가적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무장을 하고 국민들을 수사라는 특수한 상황을 통해 만나는 조직. 이런 조직이 검찰의 통제도 안 받고 사실상 혼자 범죄 수사의 전권을 갖는다면, 이건 심하게 말하면 '전국 경찰관이 모두 검사님 노릇을 하고 싶은' 것 아닌가.

이런 의심에는 근거가 있다. 독재 정권 하에서 경찰 파쇼화를 이미 오래 전 많은 사례로 경험한 바 있다. 더욱이 근래 경찰 고위층 발언을 봐도 경찰이 하는 일에는 수사권이 꼭 따라야 하며(한시도 수사권을 내려놓고 일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으며), 범죄 수사 이외의 일은 경찰의 본연 업무가 아니라는 발상을 깔고 있는 게 아닌지 의아한 경우가 여전히 있다.

근래 서울 어느 경찰서의 H 경정이 "법질서 이외의 질서는 경찰의 영역이 아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논란이 된 바 있다. 물론 이 문장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그 다음 예시 내용을 보면 좀 의아한 부분이 있다. "경찰의 문제해결자적 역할을 강조하면서 윤리나 복지에 이르기까지 개입을 적극화하려는 최근 경향은 우려할 만"이라고 했는데 그 예로 "경찰이 음주문화 개선에 앞장선다든지 공원 내 노숙행위를 제지한다든지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경찰의 업무에는 수사 외에도 질서 유지가 수반된다고 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게 아닌가 싶다. 저건 경찰이 할 치안유지의 일 맞지 않나? 그럴 리 없겠지만 만에 하나, "우리는 수사기관, 질서유지는 부수적인 일"이라는 인식을 깐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또 간부층의 저런 발언이 일선에 널리 "수사권 안 주면 저런 일을 못 하고, 수사권을 주면 저런 일'도' 할 수 있다"는 발상을 조장하거나 유발할 수 있다면 문제 아닐까 우려한다.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에서 경찰에 수사권을 상당 부분 주는 대신 경찰조직을 수사(사법)경찰과 행정경찰로 이원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는데, 경찰 수장(김기용 경찰청장)이 분리 불가를 외친 점도 우려스럽다. 우리는 수사권을 전제로 하는 힘있는 기관이 아니게 되면 상당 부분의 일을 못하겠다는 것 아닌가? 이런 우려부터 불식시켜 보라.

지금 경찰의 상당수를 지금 소방공무원 조직이 지방공무원화된 것처럼 분리하는 안이 반드시 요구된다면 경찰은 그래도 수사권 독립을 주장할 것인가? 수사경찰의 업무에서도 일본 경찰이 전국 단위의 공안위원회나 지역 공안위원회 견제를 받는 방식, 혹은 미국처럼 지역 주민의 통제를 강하게 받는 방식으로 통제를 받아서 지금 검사(검찰)을 상전처럼 모시는 것보다 오히려 눈치볼 사람이 더 많아지는 경우에도 수사권 독립에 구미가 당겨할 것인가? 자기 손에 그 독립된 수사권이 쥐어질 가능성이 극히 적어도, 행정경찰(질서경찰)을 하는 지방공무원으로서의 경찰로서 일하며 멀리서 그 수사권 독립을 성원할 것인가?

   
 
현재와 같은 힘은 여전히 갖고 싶고, 젊은 영감님(검사) 통제는 아니꼬와 못 받겠고, 수사는 하고 싶은 조직 더욱이 부패 문제와 인권 의식, 대민 서비스 정신 등 항목에서 개선할 점이 많은 조직으로 남아있는 한 수사권 독립 열망은 투정으로 들릴 여지가 높다. 자기 권한을 많이 내려놓고 책임감이 더욱 더 막중해지는 상황을 얼마든 감수할 조직으로 먼저 탈바꿈해야 수사권 독립 같은 기회가 와도 감당할 수 있는 것이지, 그냥 지금 당장 수사권 달라고 하면 그냥 검사 시켜 달라는 소리로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