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차조심, 정치인=돈조심" 정치인들에게 정치자금은 득인 동시에 실일 수 있다. 정치자금 지출 내역의 투명한 공개는 국민들에게 신뢰받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
대선예비후보 기탁금으로 6000만원을 썼고 사무실 임대·설치, 사무실 운영, 행사 지원 등에 5억7700만원을 지출, 홈페이지 개설, 이메일 서비스 이용, 현수막 제작·설치 등에 4000만원이 소요됐다는 설명입니다.
앞서 안 후보는 이날 오전 정책공약발표 기자회견에서 "저는 국민 세금으로 치러지는 법정선거비용 560억원의 절반만으로 이번 대선을 치를 것을 국민 앞에 약속드린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문재인 후보와 박근혜 후보도 절반만의 비용으로 대선을 치를 것을 제안한다"면서 "두 분의 대승적 결단을 기다리겠다. 두 분의 결단만 있으면 아마도 이번 대선은 가장 큰 정치혁신과정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두 후보의 동참을 촉구하기도 했지요.
안 후보의 이 같은 제안에 매 선거 때마다 불거져 나오는 불법정치자금이 떠올랐습니다. 물론 정당의 정치후원금은 당원들을 비롯한 그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내는 것이고, 국고보조금은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것이니 그 성격에 차이가 있습니다만 우리나라에는 정치자금법이 있습니다.
정치자금의 적정한 제공을 보장하고 그 수입과 지출내역을 공개해 투명성을 확보, 정치자금과 관련한 부정을 방지함으로써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그 목적이지요.
정당 및 정치인 개인이 누구로부터 후원금을 받는지, 국고보조금과 정치후원금으로 출현된 정치자금을 어디에 어떤 용도로 썼는지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부정부패를 방지하겠다는 취지의 법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정치자금법에 허점들이 많아 빠져 나갈 구멍이 다분하고, 관례적인 것에 익숙한 정치인들의 습성은 스스로를 부패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최근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는 지난해 새누리당,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의 정치자금수입지출내역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먼저 새누리당의 경우 총수입이 441억여원이고 총지출이 356억여원입니다. 지출항목은 크게 인건비, 사무실운영비, 정책개발비, 조직활동비, 여성정치 발전비, 그 밖의 경비로 나뉩니다.
주목해야할 점은 지출 중 정책개발에 사용한 것은 6억3000여만원이고 조직활동비로 사용한 것은 그보다 10배 정도 많은 62억여원이라는 사실입니다.
민주통합당도 다르지 않습니다. 총 수입 220억여원에, 총지출이 208억여원이고 이 중 정책개발비로 사용된 금액은 2억7000여만원, 조직활동비로는 20배에 가까운 40억여원이 사용됐습니다.
그나마 통합진보당은 정책개발에 자금 비중을 더 뒀습니다. 총수입 129억원, 총지출 127억여원에 정책개발비로 23억여원을, 조직활동비로 13억여원을 사용한 것입니다.
수입이 배로 많은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보다 정책개발에 더 많은 지출을 한 셈입니다.
지출 중 정책개발비에 주목하는 이유는 각 정당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개발에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입니다. 금액만으로 정책의 질과 정당의 의지를 가늠할 수는 없지만 자금이 확보돼야 정책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연구와 사업을 진행 할 수 있을 테니까요.
조직활동비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출내역을 보니 조직활동비는 주로 식대나 활동운영비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물론 당의 활동을 위해 사용되는 것이겠지만 정책개발비에 비해 너무 많이 지출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새누리당의 경우 '식대'만 살펴본 결과 사용처를 밝히지 않은 곳에서 1회 500만원을 지출하는 등 호텔 같은 고급식당에서 지출한 경우가 많았고, 2011년 조직활동비 중 식대관련만 6억여원을 사용했습니다. 정책개발비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나랏일 하시는 분들이니 좋은 곳에서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을 탓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국민들의 세금과 각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것이니 만큼 그 지출수입 내역만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게 기자의 생각입니다.
정치자금법상 투명한 공개로 부정부패를 방지하겠다고 하고 있지만 불법정치자금사건은 끊이지 않는 것도 정치가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우리나라 정치자금 수입지출내역의 경우 외국처럼 홈페이지에 즉시 공개하지 않아 정보공개청구를 하지 않으면 일반 국민들은 쉽게 볼 수 없습니다.
내역서를 받는다 해도 실제 영수증을 확인하려면 각 정당이 선관위에 회계보고한 후 3개월이 걸리고, 이조차 그 기간에만 방문해서 열람할 수 있습니다. 통장의 입출금내역은 열람하기도 어렵지요.
작금의 정치자금법은 국민들에게 정치인의 자금 활용 투명성을 증명하기보다 자칫 정치인들이 더 꼼꼼하게 그 내역을 감출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대선이 약 한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지금까지 대선 선거비용은 늘 검찰의 수사 대상이 돼왔습니다. 이를 의식한 듯 대선주자 3인방은 하나같이 깨끗한 정치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당비, 공식 후원금, 금융기관 대출 등을 통해 대선 자금을 해결할 계획임을 밝혔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 후보는 '펀드'를 통한 모금액으로 선거비용을 충당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아무쪼록 선거비용 지출 내역의 투명한 공개로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 것은 물론 불법정치자금 활용이라는 악순환을 뿌리 뽑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