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은행과 전업계 신용카드사간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
같은 금융그룹 내에 카드사가 있는 은행의 경우 전업계 카드사의 체크카드 발급에 협조하는 데 미온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등 서로 친밀한 관계이지는 않았던 게 사실.
하지만 근래 이런 기류에 변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전업계 카드사들은 차세대 공략 시장을 다지는 계기를, 은행들은 자체 실적 개선 등 이점을 주목하는 윈윈이 가능한 때문으로 읽힌다.
우선 전업계 카드사들로서는 체크카드 발행시 제휴를 하는 은행에 지불하는 수수료 부담이 만만찮은 게 사실이다. 아직 은행에서 분리되지 않은 외환카드나 금융그룹 내 가족인 신한은행이 있는 신한카드 같은 카드사들은 자사 은행 결제망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지만 전업계 카드사들은 수익의 일정 부분을 제휴은행에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삼성카드나 현대카드 같은 은행 계열사가 없는 전업계 카드사들이라고 언제까지나 체크카드 수익률이 뒤지는 상황을 방치하기는 어렵다.
당국이 신용카드 규제 기조인 데다, 당장은 수익에 큰 변화가 없더라도 잠재적 고객층 확보를 위해 시중은행과 제휴를 이어갈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은행들의 노하우를 접목시켜 좋은 새 상품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은행들로서는 제휴를 맺는 경우 예대마진이 좋아지기 때문에 환영할 만 하다.
우선 KB국민은행이 삼성카드와 손잡고 공동 금융상품 개발에 나선다. 8일 맺어진 이번 MOU에는 상품 개발 외에도 마케팅에 관한 부분도 포함돼 있다.
KB국민은행이 속해 있는 그룹에는 KB국민카드가 있지만, 체크카드 분야의 공세를 위해 이종교배도 마다하지 않는 것. 이에 따라 향후 삼성카드 부가서비스와 KB국민은행 서비스를 결합한 체크카드를 출시할 예정이며, 점진적으로 업무범위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과 전업계 카드사간 협력이 점차 강화되고 있다. 사진은 국민은행과 삼성카드간 협약식 장면과 현대카드 고객의 하나은행 결제계좌 변경을 유도하는 이벤트. |
현대카드는 하나은행을 파트너로 삼았다. 하나금융그룹에는 하나SK카드가 있을 뿐더러, 같은 그룹 소속의 외환은행도 외환카드를 아직 한 사업부서의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하나-외환 두 은행이 5년간 독립경영으로 선의의 경쟁을 펴야 하는 상황이라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노력이라면 외부 카드사와의 협력도 마다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현대카드 고객이 하나은행으로 결제계좌를 이동하는 경우 청구금액을 할인받는 이벤트가 진행돼 많은 관심을 끌었다. 또 하나은행은 지난 6월 현대카드와 협약을 맺어 판매망 공동 활용 추진에 나선 바 있다.
전국의 하나은행 창구에서 현대카드 주력카드(양사 합의에 따라 발급대상 카드 결정)를 신청접수하게 한다는 안이다. 하나은행으로서는 자사 창구를 통해 발급된 현대카드 고객을 대상으로 결제를 하나계좌로 유도해 거래계좌와 액수를 늘릴 수 있다.
이른바 '저원가성 예금 쟁탈전'이 강화되는 상황에 적잖은 혜택을 볼 수 있는 셈이다. 은행과 전업계 카드사들이 서로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이 같은 연맹 패턴이 체크카드 활성화와 고객 편의 제고로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