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연말 IPO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CJ헬로비전(037560·이하 헬로비전)이 9일 코스피 시장에 전격 상륙했다. 그러나 화려한 수식어와 달리 시장의 반응은 무덤덤하다 못해 싸늘했다. 공모 목표물량의 30%도 채우지 못해 340만주 이상의 실권주를 주관사로 나섰던 증권사들이 떠안게 됐다.
기관투자자들이 참여하는 수요예측에서 1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정작 일반투자자 청약이 0.26대 1로 미달되며 실망스러운 성적을 냈다. 오는 16일 코스닥 상장이 예정된 맥스로텍이 1132대 1의 일반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것과는 천지차이다.
◆청약 첫 날 소문 한 방에 '훅 갔다'
이보다 하루 앞서 코스닥 상장이 예정된 와이엠씨 역시 청약경쟁률 557대 1로 선방했다. 하반기 IPO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셈이다.
헬로비전이 상장 첫 날 2%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하며 흥행참패의 치욕을 다소 씻는 모습이다. 하지만 여전히 공모가 1만6000원보다는 낮은 1만5000원대에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나마도 지나치게 비싸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한 증권사 IPO 부서 관계자는 "헬로비전에 CJ그룹이라는 브랜드와 앞서 두 번의 청약철회 기억 때문에 공모가격을 지나치게 높게 잡은 게 흥행 실패를 부추긴 것"이라고 꼬집었다.
공모주식의 20%를 차지했던 우리사주조합에서 발생한 70% 이상의 실권도 악재였다. 회사 관계자는 "기관 수요예측이 19대 1을 기록한 만큼 분위기가 나쁘지는 않았다"면서도 "일반청약 첫 날부터 우리사주 실권에 대한 소문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돌면서 '회사 사람들도 안사는 주식을 왜 사느냐'는 인식이 퍼진 게 결정타였다"고 전했다.
케이블 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흥행 참패의 한 축이었다. N스크린 서비스 'Tving'을 비롯해 신사업 부문의 성장성이 제대로 부각되지 못한 점도 아쉽다.
대표공동주관사인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현재 케이블 TV 방송 서비스 가입률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IPTV 등 경쟁 매체 때문에 가입자 증가율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 등은 감안해야 할 투자위험"이라고 말했다.
김준섭 이트레이드증권 선임연구원은 "일반공모청약이 미달되면서 이후 청약 이탈까지 고려하면 최종 청약율은 더 낮아질 수 있다"며 "시장상황이 좋지 않은데다 일반투자자들이 케이블 TV 산업에 대한 이해 정도가 다른 점도 흥행 실패의 이유"라고 분석했다.
헬로비전은 상장 첫날 공모가보다 낮은 1만5300원대에 거래를 시작했다.
◆포스코특수강 "불안해도 갈 길 간다"
문제는 헬로비전의 흥행 실패가 향후 대기업 계열사 IPO에 찬물을 끼얹을 공산이 높다는 점이다. 현재 상장 일정을 가늠하고 있는 대기업 계열사는 포스코특수강을 비롯해 현대로템, SK루브리컨츠, LG실트론, 코오롱워터앤에너지 등이 내년 중 상장 계획을 잡고 있다.
이 중 포스코특수강은 연내 코스피 상장을 목표로 지난달 31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으며 오는 28~29일 이틀 간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이다. 희망공모가는 2만8000~3만3000원이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대기업 계열사가 공모에 나설 경우 높은 안정성과 성장성이 부각돼 인기가 높다"면서도 "헬로비전이 기대와 달리 흥행에 실패하면서 대기업 계열 IPO주들이 아예 상장계획을 접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미국 재정절벽 우려를 비롯해 대외적으로 국내증시에 악재가 걷히지 않을 경우 IPO 시장 자체가 문을 닫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상황은 녹록치 않지만 포스코특수강 측은 일단 계획대로 상장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예정된 공모규모는 3000억~4000억원, 1000억원대였던 CJ헬로비전은 물론 올해 최대 공모 규모를 자랑한 휴비스보다도 덩치가 크다.
한 관계자는 "공모 규모가 커 걱정스러운 건 사실이지만 공모시장 자체가 쏠림 현상이 심한만큼 특정 기업이 흥행에 실패했다고 일희일비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당장 다음주부터 IR 일정이 잡혀 있고 이달 29일경 기자들을 대상으로 IPO 간담회도 예정돼 있다"며 "상장 철회 등 극단적인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