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아무리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이라지만 요리하기 전의 생(生)재료들을 늘어놓으며 후의 요리된 모습은 당신의 상상 속으로…하는 식의 식당 메뉴 광고는 좋은 반응을 얻기 어려울 것입니다.
보통 식당 홍보 현수막에는 일단 완성된 후의 모습을 그것도 먹음직스럽게 치장해 손님들을 이끌기 마련이잖아요? 사진을 보니 날생선과 익지 않은 알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어 "오히려 점심 시간에 저 그림 보면 식욕 떨어진다(K씨, 28, 서울 은평구 거주)"는 반응도 만만찮습니다.
무엇보다 좋은 재료도 중요하지만 익히는 것도 음식의 질을 좌우하는 기술인데, '마지막 한 큐'가 빠진 것 같습니다.
사실 저 현수막이 특별히 눈길을 끈 이유는, 아마도 바로 전날 정리한 은행 연금신탁 수익률에 관한 보도자료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은행 연금신탁은 다들 하나씩 가지고 계신가요? 연금신탁이란 직장을 다니는 동안 매월 불입한 금액을 은행에 맡기면 은행이 투자를 통해 수익을 내고 이를 연금처럼 배당하는 상품입니다. 만약 가지고 계시다면, 보통 적금이나 정기 예금보다는 고 수익을 창출할 것 이라는 믿음과 기대감이 함께 할 것이라고 염두 하겠습니다.
지난 6일 금융소비자원에서 2002년부터 2011년의 은행권 연금신탁 수익률을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니 이런 염두가 염려가 돼버렸습니다. 전체 은행들의 지난 10년간 연환산한 수익률 평균은 정기예금 금리인 4.34%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시중은행의 연금식탁 상품 중 판매액이(가입액)이 가장 많은 연금신탁 채권형의 수익률을 보면, 시중은행에서는 신한은행이 10년간 4.23%의 연평균 수익률로 가장 높은 성과를 나타냈습니다. 반면 SC은행에서는 3.44%의 가장 저조한 성과를 드러냈습니다.
또한 수협을 제외한 나머지 3개의 국내 특수은행을 살펴보았습니다. 연금신탁 채권형의 경우 산업은행이 4.17%로 가장 고 수익률을 보였고, 안정형에서는 기업은행이 4.05%로 가장 높았습니다.
지방은행을 들여다 보니 시중은행보다는 비교적 견고함을 보였습니다. 시중은행보다 좀 더 높은 4.33%의 수익률로 부산은행이 선두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부산과 대구은행의 채권형 연금신탁 수탁고 합은 1300억원 규모로 씨티·외환·SC 시중은행 세 곳의 수탁고 합과 비슷한 규모임에도 수익률은 0.5% 정도 높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정리를 해보면 은행연금신탁의 10년간 수익률은 신한·부산·산업은행이 약 4.2%대로 상위권을 차지했으나, 결국엔 정기예금 금리의 4.34%는 넘기지 못하고 있군요.
처음에 연금신탁 상품은 고객들에게 꽤 매력적인 노후 대책으로 다가왔을 것으로 생각되는데…금융소비자원의 검토를 보면 일단 현실은 실망을 안겨다줍니다.
은행 입장에서도 본 취지에서 빗나간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애초에 탄탄한 조사와 어느 정도 검증된 투자방식을 구상했었더라면, 정기예금 금리보다 못한 결과는 피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주방장이 바빠 급하게 익히기 전 요리 냄비 사진을 내보낸 듯한 사진들이 미처 다 익지도 않은 채 고객들과 만난 상태의 연금신탁으로 오버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