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어릴 적 거실 한구석에는 어느 날부터 투명한 용기 내 정체모를 녹색 젤리가 자리했습니다. 어머니는 "비싸게 주고 산 알로에니 아껴 사용하자" 말씀하셨고, 그날부터 녹색 젤리는 얼굴에 여드름이 났을 때도, 손을 데였을 때도 만병통치약처럼 사용됐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40여년 전, 옆 사진 속 주인공인 경상남도 충무 출신 김정문(金正文)씨는 48세 늦은 나이에 부산에서 꽃 농장을 경영하던 중 일본 책 '알로에 건강법'을 접합니다. 소년시절부터 33년간 폐결핵, 위확장증, 류머티스, 감기, 중증 변비, 빈혈, 간염 등 10여가지 난치병을 앓던 김씨는 알로에를 통해 극적 병세호전을 경험하죠.
그는 알로에 아보레센스, 사포나리아를 복용하며 건강이 좋아진 것을 계기로 이후 본격적인 '알로에 베라' 연구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인도, 이집트, 폴란드, 소련 등 20여개국 알로에 문헌을 수집하며 병고에 시달리는 사람에게 그 효능을 과학적으로 전달할 것을 다짐합니다.
그리고 1976년. 드디어 국내 최초의 알로에 전문회사 (주)한국알로에를 설립합니다. 그는 1980년에 이르러 경기도 반월에서 알로에를 대량 재배하죠. 그러나 알로에가 생소했던 사람들 사이에서 판매가 될 리 만무했고, 그는 생활고를 겪게 됩니다.
하지만 하늘 뜻이었을까요. 바로 김씨가 낸 신문 속 짧은 광고를 보고 새마을 신문사 취재부장이 찾아옵니다. 알로에에 감탄한 이 부장은 알로에 농장과 효능에 대해 대서특필하고, 이를 계기로 김씨는 CBS, TBC 방송에 출연, TV 및 라디오, 신문, 잡지를 통해 전국에 알로에 붐이 일어나는 호황을 맞습니다.
이는 김정문씨에게 알로에 연구와 기업화를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할 기회로 작용합니다. 김씨는 일본, 미국, 대만, 멕시코 등지를 틈틈이 탐방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미국 텍사스 주, 밋숀의 알로에 베라 농장에서 처음 접한 알로에 파우더에 매료, 수입을 결정합니다.
그러나 겨울이 춥고 긴 한국은 미국 밋숀 농장과 같은 알로에 파우더를 얻기가 어려웠습니다. 한국 무역회사를 통해 수입한 알로에 파우더의 부실한 상태에 실망한 김씨는 일본 사노 기업의 냉동건조 베라 파우더로 관심을 돌립니다.
그리고 농장에서 채취한 알로에 베라잎으로 파우더를 직접 만들기 시작합니다. 이를 사노 기업 사장에게 보여 일본에서 제작을 부탁, 수많은 연구 끝에 결국 우수한 베라 파우더를 완성합니다.
그러나 인생은 '새옹지마'라죠. 1982년 알로에 붐이 절정에 달한 그해 봄, 알로에 수입업자 및 재배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알로에 가격은 폭락했고, 품질은 떨어졌습니다. 결국 가격 덤핑 소용돌이에 휘말려 대리점들이 하나둘씩 무너졌고 그로부터 1년 뒤, 김씨는 큰 빚을 안고 도산합니다.
도산을 맞은 그해 가을, 그는 청계천 골방에서 홀로 알로에 사업을 다시 시작, 재도약을 꿈꿉니다. "나에게 남은 것은 빚과 알로에 지식, 그리고 용기뿐이다. 나는 반드시 재기한다. 알로에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김정문씨는 알로에를 향한 확고한 믿음과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그의 사업은 승승장구하죠. 1987년 김제농장 설립, 국내 최초로 진공 냉동 건조법에 의한 알로에 200배 농축분말제품 '그린베라' 개발에 이어 1989년 제주농장을 설립하고 '라센스로에' 화장품과 '알로에센스(정제)' 등을 출시합니다. 회사가 커지자 1990년, 김제공장을 설립하던 해 김씨는 (주)김정문알로에로 법인을 전환합니다.
맞습니다. 알로에를 사랑했던 김씨는 바로 국내 시장에 알로에를 처음 소개한 김정문알로에 창업주 고 김정문 회장입니다.
김정문알로에는 1992년 푸른알로에 화장품 공장 준공, 건도식품 법인 설립, 국내 최초 알로에 남성용 화장품 '알로맨' 개발에 이어 중국 광동 직영 농‧공장 및 미국 현지법인 'GREEM WAVE'를 설립하는 등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죠.
지난 2005년 김정문 회장은 근 80여년의 알로에 사랑을 뒤로하고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현재 김정문알로에는 그의 부인인 최연매 대표이사가 김 회장의 깊었던 알로에 사랑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비록 그는 이 땅에 저물었지만, 알로에를 향했던 김 회장의 사랑은 김정문알로에와 20여권에 이르는 수많은 그의 알로에 저서를 통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