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정당 정치'의 힘은 어디에? 바야흐로 정치에서 정당의 중요성이 가려지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새누리당뿐만 아니라 야권에서도 이런 경향이 돋보이고 있다. 원래 정당보다 히어로-히로인 중심으로 재편, 부각될 수밖에 없는 게 '대선 정국'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박정희 신드롬의 후광 효과'와 '단일화 이슈' 등의 아이템이 선거 구도를 장악하는 이번 대선의 특수성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특히 '무소속' 주자인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를 논하게 된 제 1 야당 민주통합당으로서는 정당의 역할론 문제와 정면으로 맞딱뜨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이해찬 대표-박지원 원대대표 체제가 총선 패배의 원흉들이 여전히 건재, 당을 장악하고 있다는 비판 이른 바 '쇄신론'이 부상하면서 정당으로서의 존재 의의를 재확인받아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민주당이 '사람'의 문제에만 치중하기 보다는 정책, 좁게는 대선 공약에서 일정한 정책적 역량 발휘가 더욱 필요한 시험대에 올랐다고 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패거리 정치 논란을 벗을 가장 중요한 탈출구, 정권 나눠먹기 논란과 무소속 정치인에 끌려다닌다는 비판 문제를 해명할 계기가 정책적 역량에 있는 이유에서다.
이런 점에서 '안철수 캠프와의 단일화 실무 협상력'에 우선 시선이 쏠리고 있지만 그런 한편 '어젠다 세팅' 능력이 탁월한 정치인들의 중요성이 더 높아지고 있다.
◆安 세력통합론 바람몰이 버티려면 조직력 부각 필요성
특히 안 후보의 경우 평소 '세력통합론'을 펴왔으며 이번 6일 회동에서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안 후보가 상당히 안 후보의 기존 입장에 끌려가는 상황이 일단 연출된 점은 특기할 만하다.
현재 단일화 대화 이후 나오는 여러 보도를 종합해 보면, 민주당에 유력하다기 보다는 안 후보가 모호한 태도를 버리고 문 후보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는 점, 그리고 구도에서는 안 후보가 유리하게 일단 시작하는 상황으로 보인다. 결국 문 후보는 '명분'을, 안 후보는 실리는 얻은 것.
현재로서는 안 후보가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정치 혁신에 대한 합의사항을 앞세워 문 후보와 민주당을 끊임없이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을 얻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점은 인적쇄신으로 갈등을 겪은 민주당 쪽에서도 문 후보에 대한 반발이 일각에서 일어날 여지를 열어두는 부분이다.
청와대 이전, 국회의원 수 축소 등 일부 혁신 방안을 두고 양측 간 이견이 크고 특히 안 후보가 지난 2일 제주도에서 계파정치 청산을 강조한 상황에서 민주당 인적쇄신 문제를 두고 양측이 첨예한 갈등을 빚는 중에 '당을 방기하고 있다'는 불만으로 반대 정서가 결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2002년 대선 과정에서 쌓인 불만이 결국 노무현 정권 초기 열린우리당 탄생, 이후 열우당 대 민주당의 갈등 국면으로 이어진 전례를 밟는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문 후보로서는 자신이 단일화 대선 후보로 선출되든 아니든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런 점에서 당내 정치인들이 흔들리지 않고 정책 메이커로의 역할을 '유지'하는 것은 안 후보가 아닌 문 후보로의 국민 및 당원의 지지력 결집을 유발, 단일화 성공을 만들 수 있는 '간접적 효과'면에서도 의의가 있지만 '당내 구심점 마련'이라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이용섭-박영선 등 쟁쟁한 인물들: 전문성+신소재 빠른 가공 능력 겸비
이용섭 의원은 당 정책의 구심점으로 활동하고 있다.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날카롭게 문제를 세팅하는 데에도 성공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진은 지역언론인들과의 대화 현장 사진. |
민주당 정책위원장으로 활동을 펼쳐온 이용섭 의원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참여정부에서 국토부장관 등을 역임한 정책통이다. 관료로 오래 근무해 연령에 비해서는 선수가 다소 적지만 전문성으로 이 문제를 극복하면서 빠르게 입지를 굳혔다.
오는 30일부터 19대 정기국회 첫 세법심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인데, 대선에 임박한 상황에서 늦가을-초겨울에 '착한 세법'이라는 어젠다가 어느 정도 폭발력을 가지며 수면 위로 부상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문제는 국세청장을 지내는 등 관련 문제에 강한 이 의원의 작품.
근래 여야 모두 복지확대를 위한 '증세론'을 설파하고 있어 이 자체로는 경쟁력이 나오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선거 이전 표심에 민감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각종 세금 인상방안들이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내려질지 주목된다. 이런 상황에서 소득세 과표 구간 조정 문제 등 여러 난제들이 숨어 있다.
새누리당 내 경제통 중 하나인 나성린 의원도 물론 관련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하지만 나 의원안이 세수증대 효과를 연간 1245억원 정도 얻을 것으로 추정되는 반면, 이 의원이 당론 차원에서 발의한 각종 아이디어들을 종합할 경우 세수증대 효과는 연간 1조원을 넘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자기 주전공 분야 외에도 교육 개혁 문제 등에도 목소리를 내는 한편, 단일화 대화 시작을 목전에 둔 6일에도 박-문-안 캠프의 정책위원장 간 토론회를 제안하는 등 단일화를 위시한 이벤트에 매몰되지 않고 일정한 공격-방어 능력을 보이겠다는 의지를 비치고 있다.
◆'착한 세법', '검찰 개혁' 등 고삐 죄면서도 새 이슈들 발빠른 처리까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으로 선출된 박영선 의원은 문화방송 경제기자 출신으로 과거 BBK 저격수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박영선 의원은 경희대 출신으로 문화방송 기자를 역임했다. 이후 정계에 투신, 전문성과 공격력을 함께 쌓으면서 정책통이자 이슈 메이커로 대선 정국에서 시선을 끌고 있다. |
특히 지난 10월 하순에 박 의원이 보여준 기동력과 공격적인 추진 능력은 이런 주요 이력에서 쌓은 역량이 빚어낸 결과물로 평가된다. 이때 박 의원은 사실상 정당 공천권 폐지와 중앙당 축소·폐지 요구 문제를 담은 법안을 냈는데, 이것이 정치 개혁 추진 요구라는 안 캠프의 요청에 따른 반응으로 풀이된 것이다.
박 의원 등 민주통합당 의원 15명이 발의한 이번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해당지역 경선(예비선거)에서 선출된 사람에 한해 후보자로 등록할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일명 '계파정치'를 벗어나 지역 밀착적으로 실제 평가 내지 잠재력을 검증받은 선량들을 뽑아내겠다는 아이디어 자체는 새로울 게 없지만, 그 동안 누구나 알면서도 메스를 들기 어려웠던 문제를 그것도 빠르게 완성품으로 뽑아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더욱이 이런 업무 추진으로 안 캠프와 단일화 교감 증대 효과를 얻은 '부가적 소득' 창출 능력 역시 정치적 감각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박근혜 진영'에서 중임 개헌론 등 정치 개혁 추진안을 꺼내면서 유사한 정치 관행 개선 문제들을 많이 다뤘지만, 이슈의 선명한 부각 문제에서는 선거법 개정안 쪽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진다는평가다.
검찰 개혁 문제 등에서 상대방 논리의 허점이나 문제로 부각되는 현안 등을 형상화하거나 부각되지 않는 부분을 캐내는 아이템 개발 능력에서도 발군이라는 평가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 출입국 기록 조회문제를 놓고 법무부 등을 압박, 갈등을 빚으면서도 이슈화에 성공했고 새누리당 내부 경선 승리 직후 박 후보가 제시한 '특별감찰관제'와 '상설특검제'를 검찰의 요구에 사실상 순응하겠다는 뜻이라고 규정, 검찰개혁 어젠다를 띄우고 상대방 정책을 깎아내리는 데 성공했다.
단일화 과정, 더 나아가 새누리당과의 대결은 민주당이 승리를 쉽게 장담하기 어렵게 흘러가고 있다. 안 후보의 급부상 등 정치 지형도는 민주당에 뼈저린 상황이다. 과거 2007년 대선에서 '경제 대통령'이라는 이명박 현 대통령의 이미지 메이킹에 무너진 점 또 BBK 의혹이라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의혹으로 화력을 집중했지만 반응이 결론적으로 기대만큼 나오지 않은 점도 반면교사가 되고 있다.
즉 이번 대선에서는 '쉽게 그러면서도 재미있게 어려운 문제를 제시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으며, 그런 점에서 정책통들이 공격적으로 발빠르게 그러면서도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는 현란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는 점은 정치적 의미가 큰 대목이라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