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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선대회장·최태원 회장에게 '조림사업'이란?

SK임업 창립 40주년, 인재보국·산림보국 정신 고스란히 배어

나원재 기자 기자  2012.11.05 15: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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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SK그룹이 나라의 인재를 키우는 장학사업 재원을 마련할 목적으로 조림사업에 나선지 올해로 40년을 맞았다.

그간 고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이 당시 임직원들과 함께 직접 팔을 걷고 민둥산이던 충주 인등산, 천안 광덕산 등에 심은 길이 30cm짜리 묘목이 이제 지름 30cm 이상인 '불혹'의 아름드리나무로 자라 울창한 숲을 이뤘다.

선대회장은 1972년 "사람을 키우듯 나무를 키우고, 나무를 키우듯 사람을 키운다"는 신념을 구현하기 위해 설립한 SK임업(옛 서해개발)이 지난 1일로 창립 40주년을 맞은 것.

그룹은 SK임업의 탄생 배경에는 최종현 선대회장의 인재보국, 산림보국 정신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고 설명했다.

그룹에 따르면 최종현 선대회장은 생전에 "사람을 믿고 기르는 것이 기업의 처음이자 마지막 목표다"며 인재육성에 많은 관심과 공을 기울였다. 고인이 당초 SK임업을 세운 것도 조림사업을 통해 인재육성을 위한 장학사업 재원을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인재와 나무의 성장 사이클이 약 30년으로 비슷하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또, 고인이 조림사업에 나선 것은 평소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이 나무를 심는다"며 산림녹화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룹은 그가 우리나라 산림이 묘지로 뒤덮여 황폐화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다 직접 화장을 실천하고, 화장시설을 조성해 사회에 기부하라는 유지를 남기기도 했다.

조림사업 초기 회사 경영진은 "돈이 되는 서울 주변 임야에 조림을 하자"고 건의했으나, 최종현 회장은 "조림이 아니라 땅 장사를 하려느냐"며 단칼에 물리쳤다는 비화도 있다. 선대회장은 대신 충북 영동, 충주 인등산과 천안 광덕산 등 산골 오지의 임야만 골라 사들여 나무를 심었다.

   
고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과 박계희 여사 내외가 1977년 3월에 심은 묘목이 지름 30센치 이상의 아름드리나무로 자랐다. 최종현 회장은 평소 "사람을 키우듯 나무를 키우고, 나무를 키우듯 사람을 키운다"며 신념을 지속해왔다. 사진은 조림본격화 하기 전 1970년대 초 모습과 2000년대에 촬영한 광덕산의 모습.
현재 SK임업이 전국에 보유한 조림지는 4100여ha(약 1200만평)다. 남산 13개 또는 여의도의 5배에 달하는 면적이다. 이들 임야에는 팔만대장경에도 쓰인 고급 수종인 자작나무를 비롯해 조림수 40여종, 조경수 80여종 등 380만 그루의 나무가 자라고 있다.

산림청은 지난 2010년 산림녹화에 기여한 공로로 최종현 회장을 '숲의 명예전당'에 헌정했다. '숲의 명예전당' 헌정은 산림청이 100만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고 가꾸는 등 국토녹화에 크게 공헌한 인물을 기리기 위한 것으로, 기업인 중 에서는 최종현 회장이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최태원 회장, 선대회장 유지 이어

SK그룹과 최태원 회장도 선대회장이 1974년 장학사업을 위해 사재를 들여 설립한 한국고등교육재단의 사업 영역을 지속적으로 확장하는 등 인재보국, 산림보국 유지를 잇고 있다.

2010년에는 500억원을 들여 충남 세종시 은하수공원에 국내 최고 수준의 친환경 화장장 등 장례시설을 조성한 뒤 세종시에 기부하기도 했다.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가 지난 6월 SK건설 산하에 있던 SK임업을 인수한 것도 '산림보국'에 기여할 수 있는 친환경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일환이다.

40년의 세월을 거치며 SK임업은 국내 유일의 복합 임업기업에서 탄소배출권 조림사업,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공급 등 환경을 보전하면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혁신형 기업으로 발전해 왔다. 또, 해외 산림자원 개발까지 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SK임업은 지난 1월부터 강원도 고성의 산림청 국유림에서 A/R CDM사업(탄소배출권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고, 지난 9월에는 국내 첫 농림수산식품부 인증을 받았다. A/R CDM 사업은 신규조림(Afforestation) 또는 재조림(Reforestation)을 통해 심은 나무가 성장하면서 흡수하는 온실가스(탄소) 절감량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SK임업은 이어 UN기후변화협약(UNFCCC)에 A/R CDM사업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 UN 등록이 완료되면 조림사업을 통해 국제적으로 거래할 수 있는 탄소배출권을 보유하는 국내 1호 기업이 된다.

SK임업은 2009년 국내 최초로 우드펠릿(목재 부산물 등으로 생산하는 청정연료) 공장을 전남 화순에 건립해 신재생에너지 보급에도 앞장서고 있다.

◆경험과 기술 해외 전수 등 성장동력 창출

2011년에는 그간 축적한 조림사업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산림청 산하 녹색사업단과 함께 캄보디아 씨엠립 산림 황폐지 복구사업을 수주했다.

SK임업 관계자는 "SK임업이 4000여ha를 조림하면서 쌓아온 노하우를 처음으로 해외에 전수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숲의 가치'에 주목한 연구개발 활동도 활발하다. SK임업은 40년간 가꾼 자작나무 숲에서 채취한 수액을 '이로수'라는 브랜드로 국내 유명 백화점을 중심으로 판매하고 있다.

SK임업은 2007년부터 서울대 연구진과 진행한 공동 연구를 통해 자작나무 수액에 뇌 기억능력을 향상시키는 기능이 있음을 밝혀낸 바 있다.

또, SK임업은 종합조경업체로서 SK그룹이 1000억원을 들여 조성한 뒤 울산시에 무상 기증한 울산대공원의 설계, 시공을 맡기도 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지난 40년간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숲을 가꾸며 친환경 복합 임업기업으로 도약해온 SK임업의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