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해? 말아?" 민주통합당 지도부 사퇴론으로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가 고심하고 있는 사이 최근 외연을 넓히고 있는 정동영 상임고문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
[프라임경제] 10월31일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캠프 새정치위원회에서 현 지도부 사퇴 문제가 공식 제기된 이후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의 사퇴를 둘러싼 당내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일 문 후보와 만나 긴 대화를 나눈 뒤 사퇴 쪽으로 마음을 굳힌 뒤, 그 시기와 방법을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당장 물러날 경우 단일화 국면을 앞두고 전열이 흐트러질 것을 염려해 이달 11일 이후로 예상되는 후보 단일화시기에 물러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퇴를 하더라도 문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와의 단일화와 대선 승리에 도움이 되는 방향을 선택, 비노 진영에 의해 등 떠밀리는 식으로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해찬·박지원 "당장은 못 나간다"
반면 박 원내대표는 "사퇴는 없다"는 입장이다. 5일 문 후보와 만남이 예정되어 있지만 박 원내대표의 마음은 쉽게 돌아서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대선을 앞두고 문 후보에 대한 호남민심이 이제 막 좋아지기 시작했는데 박 원내대표가 지금 사퇴하는 것은 대선 승리를 위해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 또 지도부 사퇴 이후 당 지도체제에 대한 고민도 두 사람이 사퇴를 두고 고민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이와 관련 박 원내대표 측은 "당헌당규상 원내대표가 사퇴할 경우 한 달 내에 새 원내대표를 뽑아야 하는데 정기국회가 진행 중이고 대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대표의 고민도 비슷하다. 당헌당규상 당 대표가 물러나면 전당대회 차점자가 승계하는데, 당시 2위였던 김한길 최고위원은 이미 사퇴한 상태이고, 3위인 추미애 최고위원이나 4위인 강기정 최고위원이 승계할 경우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것.
또 새정치위원회의 요구는 지도부 전원사퇴로 당 대표가 물러난 이후 다른 최고위원이 승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렇다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가야 한다는 뜻인데, 하루한시간이 아까운 시점에 이 같은 문제로 당력을 낭비할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비대위를 출범시켜서라도 인적쇄신과 정치쇄신을 보여주자는 당내 쇄신파의 주장은 결국 당내 주도세력 변화에 목적이 있어 보인다.
5일 강 최고위원이 YTN 라디오에 출연해 "이해찬-박지원 사퇴론에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강 최고위원은 이날 방송에 출연 "인적쇄신은 목적이 있을 때 일어난다"면서 "예를 들어 선거에 걸림돌이 된다든가 정치개혁, 정당개혁을 하는데 당사자가 걸림돌이 된다거나 하는데 지금 상황은 그런 문제와는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일찌감치 지도부가 문 후보에게 모든 권한을 내놓고 '2선 후퇴'한 상태에서 밑에서 뛰고 있는데, 어떤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이어 일부에서 현 지도부에게 총선 책임, 계파 책임을 이야기 하는 것에 대해 "그 책임은 이미 한명숙 당시 대표가 책임을 졌고, 박 원내대표도 검찰 수사 등 문제 때문에 책임을 져야 한다면 시기적으로 많이 늦었다"면서 "이미 세종시로 내려가겠다, 목포로 내려가서 선거에만 전념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이렇게 전개되는 것은 실익이 없다"고 강조했다.
◆비대위원장 정동영 주목
그럼에도 정계 일각에서는 민주통합당이 이 난국을 헤쳐 나가기 위해 비대위를 구성할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비대위를 구성한다면 그 수장은 누가 될 것인지도 쉽지 않은 문제다.
이와 관련 여의도 호사가들은 문 후보 캠프에서 '남북경제연합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동영 상임고문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4·11 총선에서 금배지를 다는데 실패하긴 했지만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당시 후보를 상대로 대선을 치러봤고, 박 원내대표의 부재 시 우려되는 호남민심을 잡을 수 있는 유일한 카드라는 것.
또 최근 전북 지역은 물론 각종 토론회, 세미나에 모습을 드러내는가 하면 문-안 후보에게 '독일식 정당명부제 도입' 제안과 함께 "의제를 앞세워 단일화 협상을 끌고 가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정 고문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특히 정 고문은 "대통령 후보 등록 이후 단일화 추진은 정말 무책임한 발언"이라면서 "정치쇄신 방안을 기반으로 한 정권교체를 시작해야 하고, 내부 기득권을 해체해 당내 민주주의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조만간 사퇴 의사를 밝힐 것으로 알려진 이 대표와 사퇴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 박 원내대표, 그리고 외연을 넓히고 있는 정 고문. 당내 영향력 있는 세 정치꾼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