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연비'에 데인 현대·기아차…금융투자업계 분위기 '침울'

매년 800억원 이상 소비자에 보상, 신인도·지리적 리스크 예의주시

이수영 기자 기자  2012.11.05 14:13:51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미국 시장에서 '엉터리 연비' 시비에 휘말린 현대기아차그룹이 5일 주식시장에서 7% 이상 급락하는 등 직격탄을 맞았다. 사태를 바라보는 금융투자업계의 분위기도 무겁다.

자체 배상 규모가 이익 추정치를 크게 갉아먹을 정도는 아니지만 해당 소비자들이 차량을 보유하는 동안은 꾸준히 배상액을 지급해야하는데다 기업 신인도 자체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탓이다.

앞서 1일 주식시장에는 현대/기아차가 미국에서 대규모 리콜을 결정했다는 루머가 퍼지면서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일명 '자동차 3인방'의 주가가 크게 휘청거렸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뚜껑을 연 3분기 실적발표에서 시장의 기대치를 밑도는 성적으로 투자심리가 다소 얼어붙은 상황이었다.

◆"도요타와는 다르다" vs "안심은 금물"

연이은 악재에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급발진 사망 사고로 회사 전체가 흔들린 도요타 때와는 다르다"면서도 "가볍게 넘길 일은 아니다"라며 신중한 입장이다.

안상준 동양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퍼졌던 관련 루머가 일부 현실화됐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제거됐다고 판단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최근 3분기 실적 부진과 주간 2교대 도입, 원화강세 등 투자심리가 악화된 상황에서 추가 악재가 터졌고 이번 이슈가 캐나다 등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강상민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태가 재작년 도요타 같은 대규모 리콜이 아닌 것이 불행 중 다행"이라며 "지금은 당장의 보상비용보다는 자발적 보상 프로그램에 대한 미국 소비자들의 반응과 그룹의 신인도 변화를 예의주시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번 상황이 대규모 집단 소송 등 최악의 상황으로 번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정태오 대신증권 연구원은 "(도요타 급발진처럼)안전 관련 사항이 아니고 15% 추가 할증 금액을 포함해 현대차그룹이 발 빠르게 대응했다는 점에서 대규모 소송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정 연구원은 또 "아직 현지에서 주문취소 등 우려할 만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아 11월 미국 시장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다른 지역에서의 추가 이슈 발생 또는 미국 정부가 연비 관련 사항 외에 다른 부정적인 결과를 발표할 가능성 등에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차 바꿀 때까지 매년 800억원 이상 배상

현대기아차그룹의 발 빠른 상황대처가 추가 악재를 막았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정승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사건 자체는 아쉽지만 회사 측의 사후대책은 고객충성도를 유지하기에 충분하다"며 "2010년 도요타 리콜 사태와 같은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는 현대기아차의 보상프로그램 실시로 양사 도합 연평균 850억~890원원 규모의 비용이 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차의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이 2조3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기업에 당장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

다만 현지 소비자들의 차량 보유기간을 감안하면 향후 25년 간 총 2조원 이상을 관련 보상금을 지급해야 하는 만큼 부담이 적지 않다.

한편 이번 사태는 미국의 소비자고발단체인 '컨슈머워치독(consumer Watchdog)'은 지난 7월 현대차 엘란트라와 관련해 연비 과장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미국 환경보호청(EPA)도 이와 관련 불만 사항 10여차례 접수해 조사를 벌였고 현대·기아차는 2일(현지시각) EPA의 공인연비와 현대차그룹 자체 측정값 간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인정, 자발적 보상 프로그램을 결정했다.

회사 측은 미국에서 2011~2012년 판매한 90만대 차량에 대한 연비가 평균 5.1% 높게 표기됐다는 점에 대해 사과했으며 구입고객에 대해 평균 100달러 안팎의 보상금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5일 주식시장에서 현대차는 오후 2시10분현재 7.9%대 급락했으며 기아차도 7% 이상 주가가 하락했다. 현대모비스 역시 4%대 하락률을 기록해 관련주의 동반약세가 두드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