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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칭칼럼] 육두문자 여학생 "집에서도 이렇게 말해요, 왜요?"

이주아 코치 기자  2012.11.01 19: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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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학교 교육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 받은 몇몇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최근 특강을 한 적이 있다. 청소년 학교폭력, 왕따 등의 사회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마련된 특강이어서 어느 정도 긴장과 부담을 가진 상태로 특강에 임했다.

여느 고등학생 아이들과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였지만 유난히 큰 목소리와 자유분방해 보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창 클 나이의 학생들이 자유롭고 활기차게 구는 건 당연한 일이기에 아이들의 모습이 처음엔 자연스럽게 보였다. 하지만 강의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 많은 아이들이 맞긴 맞구나' 하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가짐은 아예 없는 듯 했고, 거친 언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쓰는 이 아이들의 모습에 필자는 적잖이 당황했다. '정말, 이 아이들이 학교에서 수업 받고 있는 고등학생들이 맞나'하는 의문까지 들었다.

수강생 중 한 여학생이 유독 눈에 띄었다. 예쁘장한 여성스러운 외모와는 달리 대답을 남학생처럼 우렁차게 하는 씩씩한 아이었다.   

수업이 20분 정도 지난 뒤, 그 여학생이 발표하는 순서가 있었다. 학생의 첫 말문이 트였는데 나도 모르게 '뜨악' 소리가 절로 나왔다. 여학생 입에서 나온 첫 말은 육두문자 '아, XX'로 시작됐는데, 이어 '쌍욕 릴레이'가 펼쳐졌다.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이 여학생은 발표하는 동안 옆자리 학생, 뒷자리 학생을 대상으로 공격적인 말을 하면서 발표를 이어갔다. 발표하기 싫은데 주위 친구들이 자신을 추켜세웠다는 데 대한 거부 반응이 이처럼 욕으로 표출된 것이었다.  

필자는 어안이 벙벙했다. 더 가관인 것은 거친 욕설을 아무렇지 않게 웃으면서 내뱉는 이 학생의 태도였다. 특강 교사를 앞에 둔 상태에서도 이런데, 친구들과의 일상에서는 오죽할까 싶었다. 

이 여학생의 발표가 끝난 뒤, 필자가 물어봤다.

"발표하는데 자신감이 넘쳐 보이네요. 혹시 부모님과는 자주 대화를 하나요?"

학생은 대답은 의외였다.

"부모님과는 열라 대화도 자주 하고요,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다 하게 해 주죠."

여학생의 말에는 거침이 없었고, 자신감이 넘쳤다. 학생에게 다시 물었다.

"말을 아주 솔직하게 하는 것 같은데 가족 중에 누구랑 말투가 비슷해요?"

"엄마랑 열라 똑 같아요."

"평상시 집에서도 그렇게 대화를 하나요?"

"집에서도 이렇게 하면서 이렇게 말해요. 왜요?"

이 여학생은 시종일관 큰 소리로 당당하게 말했다. 발표하는 동안 이 여학생의 말꼬리를 붙들고 잡담을 나누는 주변 학생들에게 "야, 시끄러, 짜증나 XX, 고만해라"라고 신경질을 부리기도 했다. 주변 사람들을 무시하는 건 기본이고, 욕설에 막무가내식 대화를 하는 이 여학생 언어 태도가 어머니에게서 비롯됐다는 얘기를 듣고 필자는 또 한번 넋을 놓았다.

학교폭력에 연루됐거나 소위 '문제아'로 지목된 학생들을 상대로 개인코칭을 해보면, 부모가 아이들 인성에 너무 과한 처신을 하는 경우를 접하게 된다. '내 아이는 별 문제 없는데 다들 왜 그러지' 반응이다. "하고 싶은 거 다 해주고 원 하는 거 다 해줬는데, 왜 우리애가 왜 문제냐고요?"라며 화를 내며 따지는 부모도 있다.  

예로 든 이 여학생의 경우, 원하는 건 다 해주는 부모를 둔 터라 학교에서도 교사가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해줄 거라 믿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막무가내식 언행이 몸에 배였고, 결국 문제아로 찍혀 특별교육을 받았지만, 학생 본인은 대체 뭐가 문제인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이를 보면 그 부모를 알 수 있다고 한다. 문제 학생들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특별교육을 실시한다 하지만, 정작 변해야 할 것은 부모였다. 학생만 교육을 받는다 해서 변화될 건 없어 보였다.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낸 사람들의 오랜 말투, 행동 습관이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흡수된다. 잘못 배웠기 때문에 잘못된 행동이 나오는 법이다. 배운대로 언행하는 그 학생만을 탓할 순 없는 노릇이다. 

문제의 이 여학생은 딱히 이유를 모른체 문제아로 낙인 찍혀 힘들어 하고, 부모는 부모대로 "학교에선 대체 우리 애에게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속상해 한다. 또 이 모녀를 상대하는 학교교사는 교사대로 답답해 한다.   

   
 

이 여학생의 경우처럼, 부모의 잘못된 인성과 덕성을 보고 배운 학생들이 조직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는 허다하다. 학교 교육 이전에 먼저 가정에서 인간다운 덕성을 배우고 익히는 습관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낀다. 아이들은 부모라는 거울을 보며 자란다. 부모에게서 올바르게 배우고 학교라는 조직사회에서 더 큰 배움을 얻고 자라 건강하고 훌륭한 나라의 인재가 되도록 가정에서부터 노력해야 하겠다.

이주아 코칭칼럼니스트 / 한국코치협회인증 전문코치 / 사회적코칭 전문가 / 소통앤감성코칭 대표